스트레이트 스토리-늙어서 나쁜 점
모 방송국의 '명화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은 한동안 영화 선정 때문에 고민을 앓았던 것 같다. 그래서 정말 형편없는 영화들이 방송되었다. 그런데 간만에 정말 '명화' 다운 영화를 한 편 소개했다.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 같지 않은 작품이다. 보통 영화를 고를 때 주인공이나 감독을 보고 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평생 처음 주인공을 맡았다고 얘기할 만큼 익숙한 얼굴이 아니니 이 영화를 봤다면 감독을 보고 고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아쉽게도 감독과도 전혀 관련없는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노인이 주인공인 작품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평범하고 지루한 영화다. 그러나 그 조용한 여정 속에 담긴 얘기가 소중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형제애를 얘기하지만 그 보다는 가족애를 얘기 하려했던 것 같다. 73살의 주인공 앨빈 스트레이트에게는 81년도에 죽은 아내와의 사이에 14명의 자식이 있었고 그 중 7명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지금은 언어장애가 있는 딸과 함께 살아 가고 있다. 나머지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언어장애가 있는 딸에 대한 자식 사랑에서 부터 시작하여 가족간의 사랑이란 겉으로 내어 놓고 얘기하지 않았도 마음 깊숙히 서로의 사랑을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늙은이의 입장에서 잔잔히 얘기하고 있다. 가족애 라는 것이 오히려 너무 친숙한 것이라 쉽게 잊고 살지 않았느냐고.......
로드무비 답게 여정 속에 만나는 사람들과 여러가지 얘기를 나눈다. 오래된 이솝 우화 얘기, 젊을 적 군대이야기, 형제간에 있었던 일, 언어장애가 있는 딸의 자식에 대한 얘기 등,.......그 중 기억 나는 대사가 '젊을 때는 늙는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지. 그래야만 되고,.......' < 중 략 > '늙어서 가장 나쁜 점은 자신이 젊었을 때를 기억한다는 점이지' 아주 짧은 대사지만 이 영화의 분위기를 설명하는데에는 딱! 일 듯 하다.
영화 뒷 얘기를 하자면 생애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았던 리차드 판스워드(스트레이트 역)는 2000년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나 "아메리칸 뷰티"의 케빈 스페이시에게 자리를 내 주어야 했다. 영화 촬영 당시 말기 암 환자였던 그는 그 다음 해에 권총으로 자살했다고 한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와 같이 노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처럼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영화가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