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더-위대하고 편협한 영화
우리나라의 국무총리 임명과정을 보는 듯한 영화입니다. 비록 미국판인지라 어메리칸 드림에 기초한 위대한 미국인상을 만들기에 종착역을 삼기는 하지만 비릿한 정치판의 청문회를 원없이 실컷 볼 수 있었습니다.
파마머리의 게리 올드만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관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동안 게리 올드만이 보여주었던 악연 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부통령 지명자로 나오는 여자 주인공도 상당한 연기력이지만 야망에 가득 찬 여류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왠지 마이너스 점수를 받고 들어간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한 연기였습니다. 웹스터 라는 하원의원 역의 크리스찬 슬레이터의 경우 상당히 기대했지만 지극히 평범한 조연에 그치고 말더군요. 정치 고수들에 의해 휘둘린 풋내기 의원이라는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진실이 밝혀지는 마지막 순간에도 왠지 꺼림직하고 찝찝한 느낌이 드는 정치판 영화인지라 모두가 거짓처럼 보이더군요. 영화 도입부 부터 결말에 해당하는 반전이 이미 실마리로 제공되어 버리기에 마지막 반전은 김 빠진 맥주와도 같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평범한 여성을 더러운 창녀로 까지 몰 수 있을 만큼 집요한 의원들의 비리 추적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는 의원들의 모습은 우리나라 의원들도 배워야 할 듯 합니다. 물론 그런 준비가 미리 계획된 올가미라는데 문제가 있긴 했지만.......
대통령의 등장씬마다 먹성 좋게 간식꺼리를 챙기는 대통령의 모습과 게리 올드만이 스테이크를 썰어서 먹는 장면은 먹이감을 챙기는 포식자의 모습을 표현한 듯 하여 다소 역겹기도 했습니다. 또한 두 번에 걸쳐 여자 주인공이 국립묘지를 가로질러 달리는 모습은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의도된 장면이었으나, 오히려 국가를 위해 일한다고 외치는 위선된 정치인의 인상을 남기는 듯 하였다.
정치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는 사람에게 이 영화는 결코 추천할 만한 영화가 아닌 듯 하다. 특히 정치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쁜 것만 배우진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기도 했다.
영화의 마지막 씬의 대사를 빌어서 한마디로 이 영화를 표현하자면.......미국인에게는 위대한 영화이지만, 타국인에게는 편협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