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방
오프닝 화면이 인상적이었다. 낡은 필름을 연상시키는 화면과 타이틀 자막 글씨체가 직선적이고 날카롭게 표현되었다. 그리고 흑백화면과 피를 연상시키는 컬러 화면이 순간적으로 삽입되어 있어 공포감을 조성하는데 성공한 듯 하였다. 그러나 호러무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하기엔 시나리오 구성이 너무 부족한 듯 했다. 너무 철저하게 공포영화의 공식을 준수하고 있었고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너무나 형식적이어서 때론 웃음을 자아내게 까지 하였다.
이은주의 비중이 높은 편이었는데 일부 장면에서는 다른 작품보다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준호도 별 다른 이미지의 변신없이 사이버 캅 연기를 했는데 이 점도 그동안의 연기력을 감안할 때 부족한 듯 하다. 이 모든 것이 연기자의 탓으로 돌리기엔 시나리오의 엉성함과 전체적인 구성이 탄탄하지 못한 결과인 듯 하다.
사건에 접근하는 방식을 후반부로 가면서 하나 하나 해결한다기 보다 사건 전개에 급급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곳에서 의문점 만을 남겨 놓았던 것 같다. IDC에서 조차 삭제되지 않은 사이트를 접속한 수많은 사람들 중 단지 몇 명만이 살해된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였으며, 태아령이라는 존재의 부각은 나름대로 독특하지만 살해된 여성들간의 연관성 또한 부족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들만 표적이었던 사이트에 접속한 유일한(?) 남자인 최형사에게 나타난 꼬마의 등장은 묘한 의문점을 남기긴 했지만 역시나 전체적인 내용과 전혀 다른 의문만 남겨놓았을 뿐이었다. 이미 태아가 아니라 아이로 태어나 버렸다면....... 그 외에도 욕실 천장으로부터 이어지는 방에 대한 공간 설정의 비현실성 등 곳곳에 영화 내용만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보다 더 어색한 것은 등장인물들의 대사들 이긴 했지만서도.........
하얀방은 순결과 자궁에 대한 이미지를 표현한 듯 한데 그에 비해 이은주의 연기와 설정이 너무나 단순했던 것 같다. 유일하게 영화의 제목과 일치되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이미지 설정이 부족한 것이 아닐런지....... 초반 오프닝만큼 정성을 쏟았다면 기획의도대로 호러무비의 새 지평을 열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공포적인 영화로써의 분위기 설정과 섬뜩함은 성공적이었지만, 뒷받침 해 줄만한 시나리오와 연출력이 다소 미흡했던 것 같다.
추운 늦가을에 공포영화라 이유야 있겠지만 다소 영화관이 추웠던 것 같다. 공식홈페이지를 보면서 공포게임화 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