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두번째 영화 '인썸니아'를 개봉한다고 한다. 참으로 독특한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인 듯 하다. 그리고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높은 관심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영화를 보면서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나라 '박하사탕'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은 주인공의 현재의 모습에서 단계적으로 과거로 돌아가 인간의 변화하는 모습을 역순으로 보여주며 인간의 본성은 착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던 영화였다. 반면 '메멘토는 단기 기억상실증자의 기억을 따라 사건의 진행을 컬러로 보여줄 때는 현재에서 과거로, 흑백에서는 시간상으로 보여주면서 결론에 이르러서는 흑백화면이 컬러로 바뀌며 모든 진실을 보여주는 점에서는 높이 살만한 구성력이었다.
시간 구성으로는 대략 하루에 일어난 사건으로 다소 짧은 시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주인공의 기억을 역순으로 따라 가다 보니 조금 긴(?) 영화가 된 듯 하다. 하지만 결코 지루하기 보다 관객의 머리를 더욱 복잡게 하여 반복과 단순함을 묘하게 극복한 듯 하다. 쉽게 얘기하면 어느 정신병자의 하루에 불과한 사건인데.......
최근 모 기업의 복사기 광고 카피로 쓰였던 문구 중에 "기록은 기억보다 강하다"라는 카피가 있었다. 기억은 망각이라는 한계성으로 인하여 쉽게 잊혀지고 또한 스스로에 의해 조작되기 쉽다. 인간은 고통스러운 기억보다 즐거운 기억만을 기억하고자 한다. 그러한 기억은 추억으로 남게 되고,
고통스러운 기억은 망각하거나 스스로에게 이롭게 해석되고 기억되어지는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조차 10분이라는 짧은 순간을 기억하고자 기록이라는 보조 수단을 이용한다. 즉석사진이라든지, 문신이라든지를 통해서 그가 가진 기억을 남겨두고자 한다. 그러나 너무나 짧은 시간이기에 그런 기억이 누군가에 의해 쉽게 조작되어 기억되는 것이다. 결말에 가서는 그러한 자신조차 즐기고 있음을 알게 될 때는 조금 섬짓하기까지 하다.
이 영화는 겨우(?) 하루의 짧은 시간동안에도 얼마든지 조작된 정보가 존재했는지를 알 수 있다. 다른 등장인물에 의해 영화의 결말을 대략 추측을 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중간부터 시작한 것일 뿐이다. 앞서 제시된 모든 기록들 조차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었다면 주인공의 의미 있는 미소처럼 아직도 분명한 것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을런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