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한 시인.......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긴 하나 보다. 그가 살았다면 그에 대한 평가가 달랐을까? 기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에 어울릴만한 번뇌와 고독을 담았기에 90대 중반까지 대학가에서 꽤 인기 있던 시인이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책읽고 서평을 올려둔 어느 분의 홈페이지를 갔다가 우연히 서평을 읽고 역시나 충동구매를 해 버렸다. 이미 그의 사후에 발간된 시집과 산문집이 발간되었으나 이 전집은 10주년을 기념하여 새로 정리하여 발간된 추모집의 성격을 띄고 있다. 이미 출간된 2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포함하고 있으며 미발간된 몇 편의 시집과 단편도 담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생각은 없다. 그냥 틈 날 때 읽을 생각이다. 시 몇 편과 소설 몇 편을 읽었는데 죽음에 대한 상징적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그의 요절에 대한 선입견이 작용한 탓일 수도 있을 듯 하다. 안개, 늙은 사람, 오래된 서적, 오후 4시의 희망, 포도밭 묘지,....... 회화적인 시감을 느끼게 할 만큼 상징적인 등장인물들이 많이 묘사되어 있다. 이야기를 통해 하고자 하는 표현을 나타내고 있는 듯 하다.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 속의 회색인간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80년대를 회상하는 산문, 소설 속의 어투와 배경은 그의 삶에 대한 어두운 투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건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작가의 모습을 느끼는 듯한 섬찟한 것이었다. 그가 정치부 기자 출신이라는 것이 왠지 어울리지 않을 만큼이나 그의 글들은 비현실적이었다.살아 있을 때 보다 죽었을 때 더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은 그에게 보다 남겨진 자들에게 더 슬픈 듯 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