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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매혈'이라는 것이 언제부터 존재하였던 것일까? 요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매혈이라는 풍습이 없어진지 오래이다. 50년대~70년대 배고팠던 시절의 얘기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아직도 매혈을 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중국에 헌혈차가 2~3년 전부터 등장하였으나실제 헌혈하는 경우가 적다고 한다. 대학가에는 일반인의 월급에 가까운 돈을 벌기 위해 매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대판 허삼관이라 불리우는 한 노인의 비극적인 매혈기는 한 마을이 매혈과정에서 AIDS로 걸렸다는 이야기보다 더 큰 충격이었다고 한다. 농사를 짓는 이 노인은 세 아들중 똑똑한 큰 아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몇 차례 피를 팔아 큰 돈을 마련하였으나 그 아들이 매혈한 돈으로 PC방에서 게임과 채팅으로 탕진했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듣고 여론재판식 프로그램에 '화두'로 올린 것이다. 허삼관 매혈기는 중국 문화혁명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허삼관 이라는 인물이 피를 판 이야기' 를 내용으로 한 소설책이다.
이야기의 구성도 비교적 단순하다. 허삼관이 젊어서 피를 처음 팔아 남은 돈으로 결혼을 하고 세 아들을 낳아 산다. 그리고 매 번 집안이 어려울 때마다 피를 팔아 생계를 이어간다. 늙어서는 피를 팔 때마다 보양을 위해 먹었던 붉은돼지간 볶음과 황주 두냥이 먹고 싶어 피를 팔고자 하나 더이상 피를 팔 수 없을 나이가 되었음을 알고 크게 울고 만다. 그러나 그에게는 세명의 건장한 아들과 아직도 그 옆에서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주는 아내가 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은근한 재미가 있어 쉽게 책을 놓고 싶지 않을 만큼 괜찮은 책이다. 소설의 내용이 중국의 실상인지 모르겟지만 중국인의 다소 과장된 어투라던지, 떠벌리기 좋아하는 생활 모습은 실소를 금치 못할 만큼 재미있다. 다소 엽기적이라는 표현도 틀리지 않을 듯 하다. 그러나 부인의 결혼 전 남자 얘기와 그로 인해 가장 사랑하는 첫번째 아들을 남의 자식이라고 내쫒았다가 자신의 아들로 다시 받아들이는 대목이라든지, 첫째 아들이 간염으로 다 죽게 되자 상해로 가는 길에 연달아 피를 뽑는 대목에서는 그의 행동이 거짓되고 과장된 행동이라기 보다는 진실된 생존과정임을 느낄 때는 진한 감동이 느껴진다.
피를 판다는 것이 그리 쉬운 행동은 아닐 듯 하다. 요즘 세상에 살기 위해 피를 파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만큼 절박하다면 그럴 수 있을까? 피를 팔기 위해 오줌보가 터질 만큼 차가운 물을 여덟 사발을 마셔가며 좀 더 많은 피를 팔아가는 허삼관의 모습은 온 몸을 생존하고자 하는 삶에 대한 몸부림과 같은 것이다.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인물로 부각되고 있는 이 소설의 작가 위화의 작품'허삼관 매혈기'는 단순히 '피를 파는 행위'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중국의 문화혁명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이라든지, 인민재판 과정을 다소 냉소적으로 담은 장면은 작가가 얘기하고자 한 또 다른 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솔직히 제목과 단순한 이야기 전개만으로 이 책을 판단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할 듯 하다. 오랜만에 진한 휴머니즘을 느끼고 싶다면 권하고 싶다. 이왕이면 잔잔한 재미까지 곁들여져 있다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