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력을 고르시는 역술초보자들에게는 이 책을 추천한다.가장 큰 이유는 나부터도 가장 먼저 구입했던 컴퓨터만세력에 문제가 있음을 나중에서야 알았기 때문이다.컴퓨터만세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자시가 아닌 일본인 아부태산이 주장한 야자시 조자시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역학의 기원인 중국조차 정자시를 쓰고 있다. 물론 이 현상이 근거가 될수는 없지만 주역의 63번 64번 괘의 기제 미제 괘나 동양철리를 우주론을 참조해보아도 정자시가 철학적 원리에 부합한다.(유명 역술인 중에 자강선생님도 야자시를 쓰고 계시지만 나는 도계선생님이 쓰시는 정자시 실관에 더 믿음이 간다)또한 컴퓨터만세력 대형 판본에는 작명원리가 부기돼 있는데 오랜세월 명리학계가 검증을 통해 정착시킨 한글발음오행론을 해례본의 발견만으로 해례본중심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김기승교수님의 이 만세력이야말로 천문대의 기록을 꼼꼼하게 참조한 컴퓨터 만세력이고 보기에도 매우 편한 가로식 구조로 되어 있다.
자미두수의 대가로 알려진 이두선생의 번역서이다.육효를 배운 역술인이라면 알겠지만 육효의 예측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최근에 나는 <단역대전>의 신묘함에 경악하여 내 나름으로 이를 편집 카드로 만들어 핵심원문만 뽑아내 공부하고 있는데 육효 또한 같은 계보에 속해서인지 크게 신뢰가 가고 관심이 있어 이 책을 중심으로 보고 있다.초보자가 보기엔 다소 힘들다. 그러니까 만약 두번 이상 읽을 각오가 돼 있다면 초보자라도 상관은 없다. 앞에서 등장하는 주요용어들에 대한 해설이 한참을 읽어야 나오고 기본적인 합충개념을 모른다면 꽤나 더디게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이런 분이 역학계에 계신다는 게 얼마나 복된 현실인지 모르겠다. 감사드린다.그냥 읽고 읽다보면 어느새 알게 된다는 이두선생말씀을 믿고 초보자라도 도전해봤으면 한다.
풍수전문가인 저자는 오랜 실관을 통해 용이하게 설명할 수 있는 실제 임상자료를 많이 보여주면서 꼼꼼하게 각 용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다시말해서 3기진귀격을 설명할 때 뜻풀이를 간편하게 한 다음 실제 사주원국을 보여주며 통변을 해주고 있어 혼자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다.낭월선생의 사전이 후닥닥 찾아보기 좋은 장점을 지녔다면 이 사전은 개념을 좀더 음미하고자 할 때 도움이 된다.하지만 역학이라하여 역술전반을 담고 있는 건 아니고 풍수와 사주학 중심으로 되어 있음을 알고 구매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을 듯하다.
하루키의 소설에서 점점 융 개념의 짙은 흔적을 발견하로 나로서는 두 사람의 대화가 흥미진진하기만 하다.글자로만 된 상황이지만 하루키의 진지함과 하야오의 깊이 있는 침묵이 잘 느껴진다.인상적인 장면으로는 왜 한국 중국에서 하루키의 글이 인기있나를 물어보는 하야오의 질문에 하루키는 자신의 소설 속 캐릭터들이 대체로 가족이나 조직으로부터 디스패(떨어져 있음) 된 상태여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고 답하는 대목이다.강압적인 가족주의와 패거리의식이 지배하고 있는 한중양국의 거짓 공동체주의를 생각할 때 폐부를 찌른 지적이라 생각했다.하루키의 소설이 지닌 신비와 관능에 매료된 나는 하야오의 융적 담화에서 새롭게 발굴된 의미를 길어 올릴 수 있었다.
박상륭선생님의 <죽음의 한 연구>를 처음 접했을 때 우리는 얼마나 좌절했던가!일곱 번의 시도 끝에, 몇년의 공부 끝에 드디어 읽을 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신화와 연금술 또는 종교적지식의 획득으로 인한 한 이해가 아니었다.어둡게 죽어가는 내 삶의 공포동굴을 거치면서야 조금씩 이해가 싹텄던 것이다.여하튼 파우스트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파우스트적 관능욕과 파괴, 창설과 죄지음의 모험행로를 조금이나마 헤쳐나가 본 경험이 부족하다면 끄트머리를 공감하는 것조차 불가하리라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지적 배경의 부족이 이해를 가로막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참조할만한 견해이고 그 또한 한 이해이지만 인간경험의 보편성과 고차원인식의 보편성을 고려한다면 그깟 신화와 고대철학은 내 마음과 욕망의 결들을 어루만지면서 독서한다면 얼마든지 괴테의 득도를 조금은 눈치챌 행운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신화가 인간 욕망의 다양성을 의인화한 것이라면 그 인간이 바로 나라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지나치게 외부에서 끌어와 파우스트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학자들의 흉내를 내는 반실존적 트렌드에 편승하는 꼴이다.신화를 알면 더 잘 이해하겠지만 그렇다고 그래야한다고 주장한다면 중앙집권적 해석의 독점권을 내세우는 못난 메피스토의 몰골만 드러낼 뿐이다.신화 이전에 그것의 모티브나 근간이 되는 민담이나 전설도 있을 것이고 더 깊게는 고태적 사유나 원시적 정신 또한 있을 것이다.독자인 내가 책을 방법은 학론연적 평론 태도가 아니라 내 삶의 주제와 맞물린 실존적 수용태도라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사실 이번 독서에서도 파우스트는 쉽게 옷을 벗지 않았다.나 역시 체게융과 하이데거의 사유를 동원했고 악 혹은 악마에 대한 샌포드의 견해와 승계호교수의 스피노자적 독법에 많은 도움을 받은 게 사실이다.역술가이기에 자연스럽게 음양오행을 중심으로 한 동양주술적 사고로 읽어도 보았고 도덕의리학의 동양철학적 담론 또한 참조하였다.하지만 고해의 바다를 부유하는 내 삶의 경험이 가장 큰 나침반이 되어주었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