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나스의 타자철학 - 소통과 초월의 윤리를 찾아서
윤대선 지음 / 문예출판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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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나스를 공부하다보면 필연적으로 토라를 들춰보게 된다/이 책은 유다이즘과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레비나스 사유를 보여준다/읽기가 쉽지 않다/연구능력은 훌륭하신분인데 독자를 집중케하는 스타일은 아니다/앙겔 핑켈크로트나 우치다타츠루처럼 혹은 강영안교수처럼 책에 빠지게 만드는 책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하지만 레비나스관련도서가 희귀한 이나라에서 저자의 이 연구성과는 고맙고 눈물나게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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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얼굴 - 레비나스의 철학 현대의 지성 122
강영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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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은 사유할 수 없다고 한다/사유가 들뢰즈의 표현처럼 비자발적 진리찾기라고 한다면 어떤 사건이 없는 사람에게 사유는 올리가 없을 것이다/사건이 닥쳤을 때 우리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라며 비자발적으로 사태의 근원을 혹은 사건의 의미를 생각하기 시작한다/역술도 마찬가지이다/ 아무일없이 사는 사람이 운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일이없는 것이다/어찌보면 사유할 일도 역술가를 찾을 일도 없는 사람은 행복해 보일수도 있다/하지만 과연 그러한가/저주가 곧 축복이라면 혹은 번뇌가 곧 열반이라면 어떤 사건의 닥침은 내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이다/모른체만 해왔던 혹은 나는 어쩔수가 없어라며 외면해왔던 자세에 충격을 가할수 있다는 것이다/여기서 혹자는 역술이 사유와 비슷하다는 말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사실 역술도 알고 보면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른 차원이 있다는 정도만 언급하고 넘어가고자 한다/여하튼 살면서 사유와 역술을 촉발시키는 게 바로 '타인'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독을 수행삼는 이조차 결국 이토 진사이처럼 타인이 문제가 된다/그래서 결국 모든 문제의식이라는 걸 관통하는 건 '타인' 더 넓게는 '타자'이다/그때 이책을 통해 우리는 거의 처음으로 타자를 중심적으로 사유한 레비나스를 만나게 된다/레비나스의 철학은 라캉이나 데리다처럼 매혹적이다/하지만 직접적인 감동은 무엇보다도 우치다 타츠루의 말처럼 레비나스를 읽을 때 인간적인 그 무엇을 내가 온몸으로 느낀다는 점에 있다/다소 종교적이고 과도한 감성의 해석인 강영안교수의 이 책은 그럼에도불구하고 감동적이고 그 감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강교수님덕분에 나는 레비나스를 만났고 레비나스의 타자철학덕분에 보다 인간적인 역술상담을 할수있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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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와 타자 현대의 지성 108
서동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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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철학의 국내 연구물로는 독보적인 저술이다/차이와 타자라는 현대사상의 큰 줄기를 중심으로 정합적으로 위대한 사상가들을 꿰고 있다/시인이기도 한 저술가여서인지 논문이아니라 미문이다/이책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특히 사르트르의 <구토>해석에 무릎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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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가운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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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3일 평화도서관 발표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 가운데』를 읽고
     
 
 
“진리 찾기는 비자발적인 것의 고유한 모험이다. 사유하도록 강요하고 사유에 폭력을 행사하는 어떤 것이 없다면 사유란 아무것도 아니다.”(G. 들뢰즈, 『프루스트와 기호들』, 서동욱 옮김, 민음사, 2005, 143쪽.)
 
이 책 『삶의 한 가운데』(박찬일 옮김, 2005, 민음사)의 저자인 루이저 린저는 과연 가브리엘 마르셀의 평처럼 “현대의 가장 뛰어난 작가 중의 하나”임을 의심할 수 없었다. 또한, 과연 헤르만 헤세의 극찬처럼 이 책은 “순수하고 기품 있는 독일어”의 정수를 보여준다. 
 
실제로 이 소설은 무엇보다도 단단한 문장력이 압권이다. 낭만적 멜로가 남발하는 공허한 명언들이 아닌 성숙한 안목을 배태한 잠언적 문장들로 충만하다. 뭐랄까, 죽음을 이겨낸 사람의 초인적 모습이랄까. 아니면 죽음을 겪어 본 사람의 담담한 인간적인 모습이랄까, 그런 뿌리 깊은 인격의 문향이 물씬 배어 있다. 그렇기에 문장과 이야기의 고샅 곳곳에는 인생과 사랑에 대한 탁월한 지혜가 부끄러운 듯 숨어 있는 보석처럼 함장돼 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슈타인이 여성 같고 오히려 니나가 남성 같다는 점, 니나가 사랑(슈타인)과 이념(퍼시) 중에 결국 이념이 맞는 사람을 선택했다는 점. 그러나 불륜과 강간으로 점철된 불행한 결혼. 그 불행한 결혼의 끝에 결국 퍼시를 향해 “[…]나는 당신이 나의 복잡함이라고 부르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당신의 단순함을 싫어해요.”(330)라며 환멸로 종언을 선언하는 장면 등등이 눈에 띄었지만, 책을 다 덮고 난 다음에는 ‘니나의 언니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어느새 내 상념을 점령하고 있었다. 
 
니나의 언니가, 슈타인과 니나의 도저한 사랑과 자유를 향한 열망의 대서사를 우리들 일반 독자들의 눈을 대표해서 읽고 있다고 느낀 것일까? 그러니까 나는, 니나의 언니는 니체적인 의미에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우리들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느낀 것일까? 
 
슈타인의 편지를 읽으면서, 그리고 니나와의 대화에서 니나의 언니는, 우리들 일반독자처럼,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숨겨진 소망을 말하기도 하고, 이들을 통해 점차 깨어나는 자신의 은닉된 본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니나가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어. 사실은 이 여러 자아 가운데 하나의 자아만을, 미리 정해져 있는 특정한 하나의 자아만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지만.”(78)라고 말하자, 언니는 “그래. […] 가끔 우리는 선택이 아주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될 때가 있지. 혼자 있을 때, 자신의 내부에서 어떤 것이, 자기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는 거야. 우리는 그것을 보지.”(78, 강조는 인용자)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언니는 “사실은 지금 이 순간까지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78) 대화/책읽기를 하면서 하게 된 것이다. 아마 이런 게 대화나 책읽기의 의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니까 대화나 책읽기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자기가 억압해 왔던 저 깊은 심연에 매장된 본래적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슈타인의 글과 니나의 말에 점점 빠지게 되면서 언니는 “처음으로 나는 슬픔도 재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233)고 고백한다. 모험과 좌절, 도전과 슬픔 등이 결여된, 철저하게 안락한 世人의 삶과 생활만을 추구해온 자신을 반성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언니는 “지독한 슬픔이 나를 엄습해 왔다. 위로를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예전처럼 산다는 것이 갑자기 불가능한 일처럼 생각”(268)되어 두렵다. 결국 “왜 내가 계속 마음 한 구석이 무너진 상태로 있어야 하는가. 나는 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며칠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잊어버려야 하리라. 나는 이렇게 많은 결단, 체념, 죽음과 같은 느낌들을 참아낼 수 없다. 나는 니나가 아닌 것이다. 나에게는 나의 인생이 있다.”(269, 강조는 인용자)라며 다시 안락이 보장된 世人으로 복귀하고 만다. 
 
그렇다, 나는 니체가 아닌 것이다. 나는 헤라클레이토스가 아닌 것이다. 나는 스피노자가 아닌 것이다. 나는 왕충이 아니고 나는 이탁오가 아닌 것이다. 나는 안중근이 아니고 나는 전태일이 아닌 것이다. 나는, 나는, 나는 아닌 것, 아닌 것, 그들이 아닌 것이다! 
 
“내가 우는 것이 슈타인의 지난 고통과 니나의 엄청난 이별 때문만이 아니라, 나 때문에 그리고 축축하고 촘촘한 회색빛 그물에 얽혀 있는 인간들 때문에 우는 것이라는 것을. 대체 누가 그 그물을 찢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370)
 
언니의 이러한 슬픔과 회의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모르겠다. 정말 나는 모르겠다. 다만 나는 슈타인과 니나의 ‘위대한’ 혹은 ‘뜨거운’ 삶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찢어버릴 수 없다”고 말하는  언니의 말이 과연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책읽기/대화의 변증법이 여기서 폐제(廢除)된 게 아닌가 하는 혐의가 든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의 내 삶의 양태에 의문을 촉발시키고 환기시키는 데 문학 혹은 책읽기의 존재이유가 있다면, 다시 말해서 헤라클레이토스가 “보리음료도 젓지 않으면 분리된다”(『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 김인곤 외 옮김, 아카넷, 2005, 248쪽.)고 한 것처럼 지속적인 초월적 강타에 소통의 존재이유가 있다면, 언니의 저 말은 내게 루이제 린저의 절망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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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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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리뷰는 공정성을 위해 정창환의 '얼굴여행'에도 실었다.)

 

이 소설집 달려라, 아비에는 매일 밤 이런저런 온갖 잡다한 생각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 환자를 다룬 단편이 있다.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가 바로 그 작품인데, 그녀는 매일 저녁 털, 퀴즈, 팬티 등 딴에는 하찮은 일들이 자꾸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직장에서도 실수가 잦아 미운털이 박혀 있다.

 

아마 여주인공의 얼굴형은 형상의학에서 신과(神科)라고 말하는 역삼각형일 가능성이 높다. 신과의 특징을 거의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삼각형인 신과(神科)는 생각이 많아서 우유부단한 경우가 많다.”[정창환, <얼굴여행>, 도솔, 25.] 주인공인 그녀가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더 이상 생각하면 안 된다는 생각[김애란, 그녀에겐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 달려라, 아비, 창비, 2006, 87. 이하 쪽수만 표기.]일 정도로 온갖 잡념에 시달린다. 또한 그녀는 뭔가 선택하거나 결정해야 할 때마다 곤혹을 치르[90]는데, “그녀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처럼 느껴[90]지기 때문이다.

 

신과는 잘 불안해하고 그러다 보니 신경이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다. 신경이 예민하여 감정적으로 상처를 잘 받고, 그로 인해 병을 얻는 수가 많다. …… 자신이 만든 화로 인해 뜬눈으로 밤을 새운다. 잠이 안 들어서 또 화가 난다. 그러면 잠을 더 못잔다.”[얼굴여행, 24.]

여주인공 역시 어떤 빛도 어떤 소음도 없는 상태에서[라야] …… 숙면을 청할 수 있[106]을 정도로 민감하다.

그녀는 옛 애인이 자기보다 다섯 살 어린 여자와 사귄다는 소식을 듣고 잠 못 들고, …… 친구에게 빌려줬다 받지 못한 이만원 때문에 잠 못[93]든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주인공은 말로는 이것 역시 그녀가 잠 못 드는 진짜 이유는 아닐 것이다.”[92]라고 반복해서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화가 난 상태인 듯하다. 분노로 가득 차 있는데도 스스로 그걸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하지 않으려는 느낌이 든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매일 밤 잠 못 들면서, 매일 사람들과의 관계에 상처받으면서도 그녀는 서럽게 울지도 모르고 어쩌면 한번 더 자세를 틀며 진짜 이유 같은 건 없어라고 중얼거릴지 모른다.”[111]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정신질환을 앓을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신과의 사람은 성질temper'이 나쁜데 자신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해서 성격character’이 나쁜 것이[얼굴여행, 30. 강조와 영단어는 인용자. 이 책의 저자는 성격은 인격적인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고 성질은 인간적인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라고 한다.]라고 한다. 여주인공인공 스스로 고백한다. “불면의 가장 큰 이유가 자신의 성격일 때문일 것이라[90].

이런 타입은 불() 기운이 강한데, ()의 성질은 단단하게 굳힐 줄만 알고 부드럽게 굽힐 줄은 모르기 때문에 매사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똑똑 끊어지듯 날카롭게 행동한다.

아닌 게 아니라 여주인공은 아버지가 매일 텔레비전을 보는 것을 견디다 못해 아버지가 화장실에 간 사이 가위로 텔레비전 유선을 싹둑 잘라버렸다.”[102] 그러고는 잠시 후에 자신이 실수를 한 것 같[103]고 후회를 한다.

 

여하간 신과는 불()이 많다. ()기인 불이 너무 많으면 음()기인 물이 부족해진다. 그 결과로 양기는 상체로 몰리고 음기는 하체로 몰려 하체가 약해져 다리의 병이 잘 생긴다. “옛날 남자친구가 자신의 다리가 발목만 얇다 하여 닭다리라고 놀렸던[108].일이 있었다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유독 발목이 얇은 것이다. 여주인공의 다리가 닭다리인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유장상법에는 족경무육足脛無肉 이라 하여 종아리 쪽에 살이 없는 상을 남녀모두 천()한 상으로 보고 있다. 여자의 경우, 특히 살림을 못한다고 나와 있다.

여주인공은 다행히 발목만 얇다. 상학(相學)에서 손목이나 발목이 가녀린 경우는 귀격(貴格)에 속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신과는 머리가 좋고 총명하며 매사에 꼼꼼하고 분명하게 행동한다는 큰 장점 또한 가지고 있다.  참고로, 경험상 편인태과나 정편인혼잡격들 중에 신과가 많다.

 

신과는 백 가지 보약이 편한 마음 한 가지만 못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얼굴여행, 26.] 뭔가를 억지로 하거나 서둘러서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신과에게는 걷기와 명상이 가장 좋은 요법(療法)이라 한다.

 

---심심풀이 삼아 써본 글이지만 쓰면서도 신기해 나도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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