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철학, 중독을 이야기하다

철학, 중독을 이야기하다
박남희 외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0년 10월

저자들이 내공 있는 분들이네요.
좋은 책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100자평] 철학사 I

철학사 I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지음 / 지식산업사 / 1996년 5월

쫌 되었지만 지금봐도 참 잘 만든 책이다. 헤겔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철학사다. 어느 누가 이토록 심원한 철학사를 쓸 수 있겠는가. 철학사 그 자체에 대한 함의와 고대철학에 관한 나름의 통찰은 웅숭 깊다. (동양철학에 대한 폄하는 치명적 오점)

[100자평] 논어

논어 - 이산동양고전 1
미야자키 이치사다 해석, 박영철 옮김 / 이산 / 2001년 10월

여러 논어 역주서 중에 가장 깔끔하다. 심오하거나 참신하기로 따지면 진사이나 남회근, 리링이나 소라이 등이 있지만, 이 책은 간결한 맛만큼은 가히 일품이다. 초등학생에게도 감히 추천할 수
있을 정도이다. 훈독을 안 해놔서 한자 한문공부도 능동적으로 하게 되는 강점이 있다.

신과 싸워서 이겼다

구약 성서로 철학하기
요람 하조니 지음, 김구원 옮김 / 홍성사 / 2016년 7월

핑커의 추천 책이 너무 많다. 세상에! 진화심리학자인 핑커는 (매우 종교적인) 이 책도 추천했다. 구약으로 철학을 한다는 제목도 끌렸지만 핑커의 추천도 사실 읽기에 한몫했다. 매우 치밀한 책이다. 아브라함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철학적 사유를 하는데, 놀랍게도, 우리가 아는 ‘복종’을 원하는 그 하느님이 아니다. 신과 이스라엘의 ‘언약’을 단서로 해서 얘기를 풀어간다. 언약은 양쪽의 의견을 반영한 계약이다. 일방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오히려 요람 하조니는 신에 대한 반항을 강조한다. 인간이 적극적으로 반항할 때 신은 이를 받아들인다. 이것이 언약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야곱의 다른 이름인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의 뜻이, 인간이 신과 싸워서 이겼다는 말이라고 한다. 여하튼 깊이와 재미를 두루 갖췄다. (참고로, 모건 프리먼을 내세운 다큐 <모건 프리먼의 스토리 오브 갓>을 보면, 이 책의 저자 요람 하조니가 자주 등장한다)

[100자평] 철학자들의 신과 성서의 하나님

철학자들의 신과 성서의 하나님 - 신과 세계의 관계, 그 치열한 논쟁사
존 쿠퍼 지음, 김재영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1년 3월

고전적 유신론자임을 명시했지만 저자는 매우 객관적이고도 중립적인 학문적 탐구로 일관하고 있어 이 책은 어떠한 작은 벽견도 부재한, 충직하고 성실한 보기드문 고급 사상서이다. 내게는, 특히 그 어려운 화이트헤드의 신론을 요연하게 설명한 챕터가 지대로 감동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