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상을 소멸하기 위해 삼천배도 하고, 면벽좌선(坐禪)도 하고, 밥을 빌어먹는 구걸행도 한다. 그래도 그게 잘 없어지지 않는다. 면벽좌선 30년 했다고 하는데, 전혀 아상 소멸이 되지 않은 경우를 보기도 했다. 오히려 아상이 더 증장되어 있었다. ‘나 30년 면벽했거든!‘ 하는 자존심만 가득 차 있기가 쉽다. 그 자존심이 상대방을 피곤하게 만든다. 사업을 하면 이 자존심을 죽이는 훈련을 자동적으로 하게 된다.

방 안에는 경상 하나, 책 몇 권, 그리고 차상과 다기(茶器)만놓여 있다. 잡다한 물건이 방안에 없다. 공부가 된 사람은 방안에 물건이 별로 없는 법이다.

영발도사는 가방끈과 관련이 없다. 오히려 가방끈이 짧을수록 영발은 길다. 특히 책을 많이 본 책상물림은 절대로 영발도사가 될 수 없다. 먹물은 영발을 파괴하는독극물에 비유될 수 있다. 돼지고기와 새우젓처럼 영발과 먹물은 상극에 해당한다.

재벌 오너를 설득시키기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재벌 오너 정도 되면 그 자리에 오기까지 수많은 속임수와 사기 사건, 그리고 배신당하는 경험을 겪어온 사람이다. 그래서 어지간한 사람이 이야기하면 꿈쩍도 하지 않는다. ‘너 무슨 이야기하나 어디 한 번 볼까‘, ‘어쭈구리 이 친구 제법 말발이 있네‘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수가 많다.

계룡산은 한국에서 특수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산이다. 특수한 위치란 무엇인가. 무당파의 본산이란 점이다. 한국의 무당들치고 계룡산 싫어하는 사람 없다. 무당들은 모두 계룡산을 신성시한다. 왜 그런가. 먹잘 것이 있기 때문이다. 계룡산의 바위 암봉(岩峰)에서 뿜어져 나오는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이야말로 계룡산의 바위 기운이라 할 수 있다. 계룡산은 거의 통바위산이다. 통바위산일수록 기가 강하다. 대구 팔공산도 온통 암산이라 기가 강한데, 접근성에서 계룡산이 더 우위에 있다. 접근성이란, 주변에 들판이 많다는 점이다. 강경, 논산, 공주 인근에는 평야가 많다. 여기에서 먹을 것이 나온다.

도사 수련이 아니더라도 평상시에 밤이 되면 어두컴컴하게 있는 것이 좋다. 너무 환하면 혼백이 쉬지를 못한다. 쉬지 못하면 정신병이 온다. 20세기는 암이 큰 병이었지만 21세기에는 정신병이 큰 병이다. 정신병은 정신이 쉬지 못해서 오는 병이다. 쉰다는 것은 곧 어두컴컴함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저녁에 불을 켜지않고 컴컴하게 있는 것도 양생법의 하나다. 밝은 것만 선호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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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평생 "노력한다면 이룰 수 있어"라는 말을 많이들어 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여러분도 안다.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정규직 일자리, 살기 좋은 보금자리, 또는 교육 수단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헬렌 레이저,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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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立志)의 내용은 성인과 성왕이 되려는 것이다. 즉 XY축 그림에서 화살표 방향으로 가고자 함이 바로 입지이다. 『격몽요결』에 따르면,

처음 배우는 사람은 먼저 모름지기 뜻을 성인으로서 스스로 기약해야지 털끝만큼이라도 스스로 적게 여겨 물러나려는 마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

XY축 그림은 원효· 붓다의 경우와 율곡의 경우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같은 점은 두 경우가 다 사람의 모습을 설명한 점이다. 다른 점은 사람이 처해 있는 장소의 차이에서 오는 차이이다. 율곡은 다만 관료 조직이니 향약이니의 조직속에 놓여 있을 뿐이다. 얽매인 사람이 아닌 조직 속의 사람이면서 그가 얽매여 있는 조직을 사람을 매어 두는 속박하는 조직이 안 되게 만들고자 애썼던 율곡의 XY축 그림 속의 모습을 더듬어 본다.
우선 그가 사람은 마땅히 XY축 그림에서 화살표 방향으로 옮겨 가야 함을 강조한 글들을 이미 인용했던 『격몽요결』의 글에 더 보탠다.

사람의 용모는 못생긴 것을 변화시켜 아름답게 만들 수 없고, 사람의 체력은 약한 것을 변화시켜 강하게 만들 수 없으며, 신체는 짧은 것을 길게 만들 수 없으니 이는 이미 정해진 분수를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직 심지(心志),
즉 마음과 뜻에 있어서는 어리석은 것을 변화시켜 현명하게 할 수 있으니 이는 마음의 허령함은 기질(氣質)의 품부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이다.

6언(言)
인만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않는다(好仁不好學).
지(知)를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好知不好學).
믿음만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않는다(好信不好學).
정직만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않는다(好直不好學).
용맹을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않는다(好勇不好學),
강(剛)을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않는다(好剛不好學).

6폐(蔽)
어리석게 된다(愚).
방탕해진다(蕩).
해친다(賊).
급하게 된다(絞).
난(亂)하게 된다(亂).
광(狂)하게 된다(狂). - P240

3. 몸으로써 하는 것이 학(學)이다.

애공: 제자 중에서 누가 학문을 좋아합니까.
공자: 안회가 학문을 좋아했습니다. 노함을 남에게 옮기지 않으며, 같은 잘못을 두 번 다시 저지르지 않는데, 그는 불행히도 명이 짧아 일찍 죽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자가 없으니, 아직 학문을 좋아하는 자를 제가 못 들었습니다.(哀公問弟子孰爲好學 孔子對曰 有顏回者好學 不遷怒 不貳過 不幸短命死矣 今也則亡 未聞 好學者也, 「雍也」2)

나의 『논어 맹자와 행정학』 제4장 <현상학적 접근>에 나오는 노동부 공무원 공야장(公冶長)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나는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민주화 운동을 한 학생들을 고급 공무원으로 특채하든지, 공무원 채용 시험에 가산점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 사람들에게 현대에 적합한 실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까지는 안 가더라도 대학에서 학교 공부만을 해서 과외의 활동이 이력에서 공란으로 돼 있는 졸업생을 기업체에서 채용하는 것은 모집의 타당도를 낮추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운동 시합 때 응원단장을 하던 학생을 회사의 판매부 직원으로 채용함이 좋을 것이다. - P242

7. 미(美)를 추구함이 학이다. 「술이(述而)」 5와 같이 학문에 대한 정열을 보인글이 「술이」 13이다. <공자께서 제(齊)나라에 계실 때에 소악(樂)을 들으시고 3개월 동안 - 이 음악을 배우는 3개월 동안 - 고기 맛을 잊고 말씀하기를 《음악을 하는 것이 이러한 경지에 이를 줄은 생각지 못하였다》라고 하셨다.(子在海聞韶三月不知不圖爲樂之至於斯也, 「述而」13)> 이 글은 앞의 글과는 좀 다르다. 무엇에 몰두하는 것은 같지만 그것에 미치는 것이 음악인 점이 다르다. 나는 어려서부터 아동들에게 교육할 것이 바로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것을 연주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음악 다음에 문과니 이과니 역시 공통 과목으로는 영어를 교육하고 문과의 경우는 한문을 이과의 경우는 수학을 학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나는 음악을 제일 먼저의 공부로 생각하나? 음악이란 「술이」 13의 주석에 나와 있듯이 진미(眞美)하고 진선(眞善)하여 여기에 더 가할 낙이 없어 사람이 외로움을 견디며 나아가기에 음악보다 더 나은 것이 없고 또한 사람이 뭔가를 성취하려면 고독 속에서 자기와의 싸움을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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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 하버드대학 교수가 된 그는 이 학교에서 겪은 실상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학생들과 흙을 헤집으며 돌아다닐 수도 없었고, 그들을 썩어가는 동물 사체와 함께 벽장에 가둘 수도 없었다. 그저 논문과 시험, 과학책에 인쇄된 믿음들을 끊임없이 반복 암송하는 일뿐이었다. 이런 접근법을 우려스럽게 본 아가시는 "과학은 일반적으로 믿음을 싫어한다"고 경고했다. 예컨대 1850년이나 되어서도 다수의 존경받는 과학자들이 벼룩과 구더기 같은 것이 먼지 입자로부터 발생할 수 있다는 ‘자연발생설‘을 여전히 믿고 있었고, 그보다 몇십 년 전까지도 어떤 물질이 불에 탈 수 있는지 없는지를 플로지스톤phlogiston이라는 마술적 물질이 결정한다고 믿고 있었다.

나는 데이비드가 마시던 모닝커피가 코로 넘어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하지만 그게 커피였을 가능성은 없다. 그는 자신의 지각 능력에 해가 될까봐 평생 술과 담배는 물론이고 카페인까지 절대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런 장소가 존재한다는 너무나도 믿을 수 없는 사실 앞에서, 그의 코로 넘어간 건 어쩌면 물이나 허브차, 아니면 다른 무언가였을 것이다. 그는 최대한 빨리 캠프에 지원했다. 몇 주 뒤, 아가시가 직접 서명한 합격통지서와 함께 일리노이주를 빠져나갈 티켓이 우편으로 도착했다.

일부 학생들은 경악했다. 영국 로체스터에서 온 젊은 조류관찰자 프랭크 H. 래틴은 그 섬의 고적한 위치와 태양을 막아줄 보호막조차 없다는 사실에 그 섬을 지옥 같은 곳이라고 묘사했다. "그 자체만으로 볼 때 그 섬은 가장 변변찮은 장소였고, 처음에는 내가 여기 머무는 시간을 즐길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도저히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눈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감각기관이어서 사람에 따라 똑같은 것도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바로 그 똑같은 뜨거운 땅이 데이비드에게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조개, 해면동물, 해초들로 반짝거리며 환영의 손짓을 보냈다. 학생들이 안면을 트고, 서로 추파를 던지고, 길게 늘어선 침대 중자기 자리를 고르는 동안, 데이비드는 슬그머니 해변으로 내려가 평생 처음으로 소금기 밴 바닷물에 손가락을 담갔다. 까맣고부드러운 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가 이어서 녹색을 띤 돌을 집어 들었다가 하는 사이, 그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평생 그를 따라다닐 다급한 마음이 흘러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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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의 인생은 그렇게 계속될 수도 있었다. 꽃들을 수집하려는 필사적인 충동에 이끌리는 채로, 세상은 그의 소명에 가치가 있다는 걸 납득하지 못하는 채로.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는 천천히 잎사귀들만 가득한 외로움 속으로 점점 더 깊이 파고들어 갔을지도 모른다.
그가 페니키스 섬에 발을 들이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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