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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나무 핑궈리
한수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2월
평점 :
이 책을 본 뒤에, 사람들이 리뷰를 어떻게 썼는지 봤다. 인터넷 서점이라는 서점은 다 검색해봤다. 그 결과 안타까운 마음만 생긴다. 리뷰만 본 게 아니라 판매치도 봤는데, 속상해지기도 한다. 왜 이렇게 좋은 소설이 낮은 판매 지수와 적은 리뷰를 갖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나무 핑궈리’는 한수영의 소설집이다. 한수영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나도 그녀를 아는 건 아니다. 만나 본 적도 없다. 다만 한수영이 참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소설을 쓴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공허의 1/4’를 읽어봤다면 “그거 당연한 소리 아니야?”라고 말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나는 그 사실을 확신하고 있다.
‘그녀의 나무 핑궈리’도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소설이다. 어설프게 위로하는 그런 건 아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은근슬쩍, 차가운 방 안에서 꽁꽁 얼고 있을 때 방금 다녀간 누군가가 남긴 온기처럼 있는 듯 없는 듯 희미하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그것을 전해주고 있다.
첫 번째 소설 ‘나비’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엄마 머릿속에는 나비가 산다.”고 시작하는 이 소설은 외할머니 밑에서 자라다가 엄마와 사는 아이의 눈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난하다. 엄마는 밤늦게까지 힘든 일을 하고 높은 꼭대기에 있는 집까지 걸어 올라와야 한다. 그 아득한 풍경의 끝에서 아이가 있다. 아이는 엄마를 기다린다. 엄마가 어서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추운 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를 응원한다. 엄마는 피곤하기에 아이를 보듬어줄 겨를이 없다. 쉴 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출근준비를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 반복되는 일상. 어찌 보면 처량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지만 엄마의 머릿속에 나비가 살고 있다고 믿는 아이의 마음과 아주 은근히 표현되는 엄마의 애정,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이, 그 모든 것을 감정적이지 않게, 덤덤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표현한 한수영의 글 솜씨가 한데 어우러져 소설은 따뜻해진다. 상상만 해도 포근해지는 그런 소설이다. ‘그녀의 나무 핑궈리’도 그런데... 사람들은 왜 몰라주는 걸까?
내심 기쁘기도 한다. 이런 작가를 나만 알고 있다는 사실 같은 것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그래도, 속상하기는 하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더라도, 조금만이라도, 글빨만큼 대우 받으면 좋으련만.
몇 개의 소설이 다소 뻔한 이야기를 보이는 허점 때문에 ‘공허의 1/4’보다 마음을 여는 것이 약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말하면 ‘그녀의 나무 핑궈리’는 읽을 만한 한국소설이다. 사람들이 그것을 몰라주는 것이 아쉽다. 이 리뷰를 보는 사람이 있다면, 한수영이라는 작가가 있고 그녀의 소설이 썩 괜찮다는 것을 기억해서, 혹시 마일리지가 남을 때 ‘그녀의 나무 핑궈리’와 또한 ‘공허의 1/4’까지 사봤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그것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