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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양장)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아니 에르노의 이름은 어떤 치열함을 연상시킨다. 그녀는 글은 치열하다. 그 치열함은, 나로 하여금 소름을 돋게 만든다. 과연 누가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나는 자주 그녀의 책을 꺼내든다. 읽고, 읽는다. 그리고 문장을 떠올린다.
어느 날 밤, 에이즈 검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내게 그거라도 남겨놓았는지 모르잖아’
“그 사람이 건 전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면, 실망이 너무나 큰 나머지 전화선 너머에 있는 상대방을 증오하게 될 정도였다. 그러나 A의 목소리를 확인할 때는 거의 질투심마저 일었던, 고통스럽고 긴 기다림이 너무도 순식간에 사라져버려, 마치 제정신을 잃었다가 느닷없이 정상으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었다.”
‘단순한 열정’은 유부남을 사랑하는 여자의 이야기다. 줄거리를 들으면 신파 같지만, 아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썼기 때문인가. 글에서 진정성이 느껴지고 글 사이사이에서 치열함이 느껴진다. 이런 글은, 쉽게 흉내 내지 못할 것이라는 아득한 감정이 밀려오기도.
‘단순한 열정’은 아니 에르노 스타일의 정점에 있다. 기억한다. 그리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