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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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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신화’가 뭐였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그 흐릿한 기억을 헤치며, 황석영의 ‘바리데기’를 봤다. 읽은 소감? 기대가 커서 그런지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바리데기 신화를 현실에 접목시킨 것은 좋았지만, 너무 그대로 적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황석영만의 생각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책의 뒷부분에 보면 황석영은 한겨레 최재봉 기자에게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두고 “이 작품은 이미 발표된 ‘손님’, ‘심청, 연꽃의 길’과 더불어 필자가 밝혔던 대로 우리네 형식과 서사에 현재의 세계가 마주친 현실을 담아낸 작업”이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너무 맞추려고 한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나는 별표 넷을 줄 것인데, 이유인즉, 이 책의 내용은 희소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을 말한다는 것! 요즘 작가들 중에 그런 작가 있을까?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을 떠올려보니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북한 언어의 대화체로 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는 황석영 뿐이다. 그리고 북한의 실상을 소설로 쓸 수 있는 것도 황석영뿐이다.

나는 ‘바리데기’의 훌륭한 점은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적으로는 ‘심청, 연꽃의 길’보다 크게 나아진 점은 없지만, 이것만큼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월등히 나은 것이라고 정리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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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뒤흔드는 소설
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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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허겁지겁 소설을 펼쳐봤을 때, 머리가 어지러웠다. 땡볕 아래서 눈을 찡그리며 하늘을 보다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폭풍에 몸이 빙빙 도는 것 같았다. 이런 문장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웠다. 그래도 읽었다. 숨을 참아가며 읽었다. 눈을 떼고 싶어도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던 것이 바로 ‘남한산성’이었다.

항복해야 하는가. 아니면 항전해야 하는가. 청나라가 쳐들어와서 조선은, 정확히 말하면 조선의 왕과 신하들은 남한산성에 갇혔다. 이미 패전이 결정된 상황. 명분만이 남았다. 최명길은 항복하자고 주장한다. 그래야 나라가 살고 백성이 산다는 것이다. 김상헌은 싸우자고 말한다. 현실의식은 없지만 그래도 꼿꼿한 자존심을 보전하려는 것이다.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일까. 소설 속에서 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내가 얻어낸 것은, 현기증뿐이다.

정말 ‘남한산성’은 환상적인 소설이다. 김훈이 소설을 잘 쓴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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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이 나오자마자 주문했던 건, ‘나무’를 워낙에 재밌게 읽어서였다. 그래서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고 주문했다. 그리고 받자마자 읽었다. 그리고 완전히 실망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는 내게 환상적인 존재였다. 그의 소설은 완벽하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그 놀라운 상상력에는 몇 번이고 감탄했었다. 그런데 ‘파피용’은, 너무 식상하다. 단지 식상하기만 한 것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너무 질질 끈다. 또한 갑작스럽다. 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억지로 늘려서 간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자가 우주로 나갈 수 있는 기획을 만들었는데 부자가 돈을 투자한다. 과학자는 자기 때문에 불구가 된 여자에게 항해를 맡기려고 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는데, 읽으면서 좀 웃겼다. 이 이야기가 웃긴 것이 아니라, 처음과 달리 이들이 무슨 ‘투사’가 된 것처럼 행동했기에 그렇다. 그렇게 의지가 충만한 이들이 아니었는데, 어찌 된 거지?

어쨌든 그들은 우주로 나가서 지구와 달리 천국같은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그걸 읽은 순간, 코웃음이 나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어째서 이렇게 쓴 거지? 누구나 뻔히 알 수 있는 거잖아? 도스토예프스키의 책만 읽었어도 알 수 있는 거잖아! 설마, 했는데 정말 그렇게 나온다. 악의 탄생.

지루한 이야기가 이어지더니, 소수만 살아남고, 거기서 이야기는 인류의 처음과 닿는다. 갑작스럽게, 이브, 아담, 사탄이 등장하고 뱀도 나온다. 솔직히 이거 뭐지?, 했다. 억지스럽게 이브, 아담 타령만 하지 않았어도 좋았을 텐데, 너무 갖다 붙였다. 자신의 소설에 이렇게까지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나? 테드 창처럼 깔끔한 마무리는 어려웠는가?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 어디선가 들었을 법한 이야기. 루즈한 이야기. 지루한 이야기.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좋다. 하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런 소설을 썼다는 사실은 용서할 수 없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왜 이렇게 그리워지는지. 다시 그 책이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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