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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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대에서 빈부 격차가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그것이 인간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다. 지금 세계는 어떤가?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데 세계의 다른 곳에서는 그들을 충분히 먹이고도 남을 음식을 그대로 버리고 있다.

 

지금 평화 기구 건설에 20억 달러가 필요하고 난민 정착에 50억 달러, 영양실조, 기아 퇴치에 190억 달러, 가난한 나라들의 부채탕감에 300억 달러가 있으면 된다고 하는데 그 돈이 없어서 못하고 있다. 1년 동안 전 세계 군비 지출 총액이 무려 7800억 달러인데 돈이 없어서 못한다고 한다. 이건 문제가 아닐까?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장 지글러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 비판하고 있는 ‘오늘날’에는 그것이 공허한 말에 그치고 있다. 자본주의 시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야 할까? 아니다. 충분히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안 한다. 오히려 문제가 심각해진다. 장 지글러는 왜 그런 현상이 심화되는지를, 그래서 세계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고 있는지를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 고발하고 있다. 누가 사람들을 굶어죽게 만드는가? 누가 더 세계를 가난하게 만드는가? 장 지글러는 '부채'를 언급한다. 가난한 나라들은 외채를 들여 나라를 발전시키려고 한다. 외채를 얻어서 자국 내 사회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제반 생산력을 향상, 개발이 순조롭게 되면 차츰 빌려 쓴 돈을 갚으면 된다. 그런데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장 지글러는 "외채는 마치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종양과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왜 그런 것인가?

 

외채를 빌린 나라들이 일반적으로 농업 생산국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공업제품을 수입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난 20년 동안 공업제품의 가격은 6배 이상 뛰었다. 반면 농산품 가격은 내려갔다. 폭락에 가까웠다. 이런 상황에서 외채에 따른 이자와 분할 상환금을 지불하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오히려 외채를 계속해서 빌려야 하는 일이 생긴다.

 

하지만 이건 어찌해서 버텨볼 수 있을지 모른다. 더 큰 문제는 고위층의 국고 횡령 등이다. 제3세계의 지도자들은 놀라운 정도로 비리를 저지른다. 일례로 콩고민주공화국은 외채가 150억 달러였는데 원수의 개인 재산이 80억 달러에 이르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아이티의 경우는 더 심하다. 이곳의 독재자는 2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돈을 횡령해 개인 계좌로 넣었는데 그 돈이 오늘날 아이티의 외채와 거의 맞먹는다.

 

이것은 그들 개개인의 문제인가? 아니다. 장 지글러는 "스위스, 미국, 프랑스 등지의 일부 민간 은행들과의 협조 체계 하에 이루어지는 조직적 배임 행위"라고 지적한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나라들이 충분히 막을 수 있음에도 모른척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들로써는 손해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다. 이래서 세계는 가난해지고 사람들은 굶어죽고 있다. 비극적이지만, 그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장 지글러는 ‘인식’과 ‘연대’를 말한다. 가능한가?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그럴지도 모르지만, 돌아보면 혁신적인 일들은 언제나 그런 과정을 거쳤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다들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이상을 향한 그 첫걸음이다. 이 세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알려주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알려준다. 어쩔 수 없다, 고 버릇처럼 말하는 회의주의자들에게는 이것이 쓸모없는 걸음일지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첫걸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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