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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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정이현은 3권의 소설(장편소설 1+소설집 2)을 냈고 나는 그것을 책이 나오자마자 읽었다. 그때마다 내가 한 생각은 그녀의 소설은 재미있다는 것이며 또한 감각적이면서 치밀하다는 것이었고 그녀가 소설을 잘 쓴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이번 소설은 좀 다르다. 좀 다른 게 아니다. 많이 다르다. 

더 힘이 있다고 해야 할까?
일취월장이라고 해야 하나?
더 깊은 것이 담겨 있다고 해야 하나?

이야기를 이끄는 에네르기가 뭔가 달라졌다. 그것을 단어로 굳이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나는 그것 때문에 조금 얼떨떨했다가, 3초의 시간이 지난 뒤에 크게 만족했다. 과거의 보폭에 비해 한발, 아니 두발이 앞선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강가에 떠오른 시체, 실종된 아이, 아이를 찾으려는 가족들,
가족들의 슬픔, 그들의 비밀, 눈물, 가족이라는 이름...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해맑은 날에 벌어진 깊고 깊은 이야기에 나는 완전히 빠져들었다. 첫 장을 연 뒤에 마지막 장을 닫을 때까지, 소설을 이루는 온갖 감정들에 나는 완전히 심취해 버렸던 거다.

그리고 반드시 말해야 할 것.
이 소설은 재미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 정이현의 문장...
그것들이 절묘하게 만나 눈을 돌리지 않게 만든다. 

그것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책이 아니라 마약이다,
라고 할 수 있을 정도... 끝을 볼 때까지 눈을 돌릴 수도, 손을 뗄 수도 없었다.

만족했다. 아주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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