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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좋은 비둘기파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3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오기와라 히로시는 요즘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일본 작가다. 일본 작가들의 소설에 싫증이 나려하는 때에 다양한 글을 재밌게 쓰는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설은 하나의 청량제와 같다. 그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뻔하다는 생각은커녕 유쾌하고 즐거워진다. 때로는 코끝이 찡해지기도 한다. 요즘 일본소설 읽으면서 느꼈던 그런 지루함이,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그의 소설 「사이좋은 비둘기파」를 읽게 된 것은 그런 확신 때문이었다. 나는 한바탕 웃을 수 있는 그런 것을 기대했는데, 역시나 이 소설 또한 웃음 에너지를 전해주고 있었다. 사실 그것은 기대 이상이었다. 「사이좋은 비둘기파」는 오기와라 히로시의 작품 중에서 가장 낫다고 할 만큼, 그 에너지가 철철 흘러넘치고 있었다.
광고가 끊겨 망하기 직전인 유니버설 광고회사. 이곳에 정체불명 기업이 거액의 광고 의뢰를 해온다. 알고 보니 그 회사는 야쿠자인 '비둘기파'의 유령회사였다. 그들은 이미지 변신을 위해 유니버설 광고회사에 로고와 CF 제작 등을 의뢰한다. 우리의 주인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기야마는 뭔가 불길함을 느끼고 거부하려 하지만 소심한 사장 이시이가 덜컥 허락해온다. 이때부터다. 유니버설 광고회사는 '비둘기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비둘기파가 시키는 일들에 도전하다. 불가능해보여도 무조건 해내야 한다. 못하면, 회사가 망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원들 모두가 죽기 때문이다.
「사이좋은 비둘기파」는 그런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는데, 이 소설 굉장히 웃기다. 대략 30페이지에 한 번씩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데 그 즐거움이 일품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나 「남쪽으로 튀어!」와 좀 닮았다고 할까. 주목할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려고 하는 그 과정들이 꽤 재밌는데, 한편으로는 은근히 감동적인 것도 있다는 것! 스기야마의 가정적인 문제가 유니버설 광고회사의 운명과 합쳐지면서 펼쳐지는 '부녀' 이야기는 약방에 감초처럼 「사이좋은 비둘기파」에 감동의 색채를 입혀준다.
이런 소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지하철역에서 보면서 빵, 터진 웃음을 주체하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늦은 밤에 이 소설 읽으며 낄낄 웃던 것을 떠올리면, 소설의 끝에서 가슴 찡했던 것을 떠올리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이 굉장히 재미있다는 것을.
지하철에서 근엄하게 있고 싶은 분들은 이 소설을 보지 마시라. 그렇지 않다면, 긴장 풀고 만나보시라.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뜻밖의 웃음 에너지를 선물해줄 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