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이동진 지음 / 예담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동진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에게 졸랐다. 친구는 다 읽으면 빌려달라며 책을 선물해줬다. 무심코 책을 받은 나는 깜짝 놀랐다. 두툼한 두께 때문이었다. 동시에 이동진이 이참에 제대로 글을 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동진이 매체에 쓰는 글과 책, 그리고 블로그에 올리는 글을 자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동진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을 마음껏 토해낼 수 있을 때, 그의 글은 더 진실해진다. 이것을 알 수 있는 것이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볼 때다. 반대로 매체나 책에 쓴 글을 보면 이동진이 하려는 말을 하다가 말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이동진이 아주 두꺼운 책을 내겠구나, 했는데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이 바로 그랬던 것이다.

75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터뷰로 구성돼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유명감독들을 인터뷰한 것인데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서로를 알고 또한 교감하고 있어서인지 인터뷰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 뭐랄까, 고차원적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고차원적인 글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동진이 쉽게 썼기 때문이다. 평론을 할 때와 다르게, 블로그에 쓰듯 고차원적인 내용을 쉽고 재밌게 풀어썼다. 그래서 방대한 고차원적인 인터뷰는 상당한 지적 유희를 만끽하게 해준다. 한번도, 이 책을 읽으며 단 한 번도 하품하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다. 이 책이 던져주는 지적 유희는 진실하게 말하자면, 웬만한 만화나 소설보다 한 수 위다. 김연아의 연기만큼 훌륭하다.

지적 유희는 또 다른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영화의 비밀스러운 뒷이야기들과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의 뇌구조와 그들의 고민이 똘똘 뭉친 마음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가십 같은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영화를 더 친숙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고심했던 시간들을 회상하는 영화감독들의 말과 그에 대한 이동진의 말을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것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스크린쿼터제 사수만큼이나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을 높여주는 정도?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이 은밀하게 만들어주는 그 애정은 진정 대단한 것이었다.

책을 읽은 후에 나는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이 들었다. 그래서 책에 언급됐던 영화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다. 가슴 속에서 뭔가가 새록새록 올라오는 느낌인데, 그것이 나쁘지 않다. 조금은 더 뭔가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내심 반갑기도 하다.

반가움에 대해 적다보니 마음이 다급해진다. 나는 한 달 전쯤에 뿌듯한 마음으로 친구에게 책을 빌려줬다. 약속을 지킨 것인데, 요즘 이동진의 블로그에 들어 가다보니 다시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친구에게 재촉을 하고 있는데, 도통 돌려줄 생각을 안 한다. 아무래도 새로 하나 사야할까? 고민하는 시간은 불과 1초. 사야겠다.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이런 책을 사는 것이라면 내 지갑도 용서해줄 것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