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종을 알게 된 것은 '너는 마녀야'부터였다. 재기발랄했다. 글을 이렇게 깜찍(!)하게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것이 생각난다. 그 뒤에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을 읽었었다. 이 또한 재기발랄했다. 그러면서도 현실의 나쁜 뭔가를 콕 찍어내는, 그런데도 재밌는 그 글이 새로웠다. 남성작가가 그렇게 쓰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여자작가는 처음이라 그런지 많이 놀랐었다. 이번에는 '사과의 맛'이다. 읽었다. 쭉쭉 읽어가면서 나는 어렸을 때 들었거나 봤던 동화들을 떠올렸다. 이 소설의 한 귀퉁이는 그런 것들을 안고 있고 또 다른 곳은 현실을 안아 오현종식으로 버무리고 있기 때문이다. 재기발랄함이 여전한 걸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보다 더 새로웠던 어느 것은, 해석법이다. 이걸 발칙하다고 해야 할지, 도발적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눈을 크게 뜬 건 사실이다. 책을 덮을 때, 작가가 여기까지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맛'나게도. 새로운 시도라고 말할 수도 있고, 새로운 개척점으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휴. 다행이다. 오현종이 있어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오현종의 소설이 있어서 뭔가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