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황석영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작가를 이해하는데는 역시 소설을 읽어야 하는 것이 정답인지라 나는 요즘 그의 작품을 찾아 읽고 있다. 돌이켜보면 그의 소설을 읽으려고 했던 건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였는데 읽다가 포기한 경우가 많았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간에 책장을 덮었다. '무기의 그늘'도 그런 책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두려움도 컸다. 다시 읽을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었는데 이제 막 다 읽었다. 이번주내내 책을 끼고 다닌 결과였다. '무기의 그늘'에는 여러 사람이 나온다. 먼저 안영규가 있다. 국군의 병장인 그는 곧 제대할 처지인데 전장에 있다가 다낭으로 오게 된다. 미군과 한국의 합동수사대에서 물자의 흐름을 관리하게 된다. 베트남장군의 아내가 되어 달러는 모으는 오혜정도 있다. 미모의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보다 돈을 벌어 외국에서 살려고 한다. 무슨 사연이 그리 깊었기에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악착같다. 팜 꾸엔 소령은 대담하게 횡령을 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 그의 동생 팜 민은 형과 대척점에 있다. 민족해방전선의 공작원이 되어 돌아와 형을 배신한다. 그외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데, 이들의 운명이 왜 이리 처참한지 모르겠다. 전쟁의 그늘에서 태어난 자식들이기에 그런 것일까? 그들의 대화, 행동 하나하나를 따라가다보면 베트남 전쟁의 또 다른 참상이 나온다. 가슴을 파헤치는 그런 모습이 소설에 녹아나 있던 것이다. 그래서 읽는 동안 힘들었지만 중간에 멈추지를 못하고 끝끝내 마지막에 이르고 말았던 것 같다. 대단한 것이 있다는 것을, 그것을 마주보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황석영은 정말 대단한 작가다. 이 모든 것을 소설 하나에 담아낸 걸 보면 그걸 부정할 수가 없다. 우리의 어느 과거를 담담하게, 가슴 아프게 담은 이 소설, 오래오래 빛나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