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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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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라는 소설이 있다. 최근에 내가 벅찬 감동을 느꼈던 소설이다. 언제쯤 이런 소설을 또 볼 수 있을까 생각하고는 했다. 그 감동이 너무나 거세어, 주제할 수가 없어 휘청거렸던 그 기분을 언제 또 느껴볼 수 있을까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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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번쩍 들었다. 폭풍처럼 읽었다. 멈춘 시간 속에서 읽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하늘을 껴안은 것 같은 이 감동은 도대체 무엇이지? 가슴이 쫘르르 하고 울리는 이건 도대체 뭐지?
 
아버지와 아들이 걷는다. 문명은 끝났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걷는다. 막연하게 생각해보지만, 아버지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 아버지는 문명이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사람들은 미쳤다. 짐승이 됐다. 먹을 것 없고 잠잘 곳 없는 그곳에서 그들은 광폭해져있다. 성경의 종말론이 펼쳐지는 것만 같은 세상이다. 이곳에서 아버지는 아들을 지켜야 한다. 순진무구한 아들을, 뭔가 거룩한 것을 지니고 있는 그 아들을, 사랑하는 아들을 지켜야 한다. 길을 걷는다. 길은 저 먼 곳을 향해있고 그들은...
 
소설의 끝 무렵에서 고개를 들었을 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용했다.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그런데 내 가슴 속에서는 뭔가가 격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하늘이 내 가슴에 닿아있는 것 같은 느낌, 그 감동이 내 온 몸을 적셨다. 이런 소설을 봤다는 사실이 기쁘다. 시간이 흘러서 이 소설을 봤다면 나는 속상해서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뭔가에 꽉 사로잡힌 기분이다. 뮤즈여, 이런 소설 볼 수 있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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