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노 게이치로가 독서법에 대한 책을 썼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내가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른다. 그는 소설가다. 우리나라에서야 그 인기가 가물가물하다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순문학의 황태자로 군림하는 남자다. 소설 쓰기도 벅찰 텐데 독서법이라니? ‘슬로 리딩’이란다. 천천히 읽는 것을 말하고 그것에 대해서 실천하는 것도 알려준다는데, 읽으면서 든 생각, 오! 속독론자들은 70%만 이해해도 된다고 한다. 속독론자들은 빨리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속독론자들은 빨리 읽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스킬이라는 것도 알려준다. 버젓이 책으로 말이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말한다. 그렇게 읽는 건 시간 낭비야~ 글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그 자부심이 버거울 것 같지만, 인정하는 나. 그 말들은 부정할 수 없는 그런 것! 책 빨리 읽는 것을 권하는 사회에 이런 책이 필요하다면 어불성설일까? 난 오히려 이런 책을 권하고 싶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줬던 책. 특히 ‘실천편’은 강추다. 이 책 다 안 보더라도, 히라노 게이치로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실천편’이라도 꼭 보라고 하고 싶다. 어차피 그거 보면 앞장부터 보게 될 것 같지만. 소설보다 재밌다고 하면 실례일까? 작가에게 미안하지만, 소설보다 더 뿌듯하게 봤다. 속독타령하는 책들보다 더 뿌듯했던 거야 말할 나위 없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