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거 푸시 작가정신 소설향 20
이명랑 지음 / 작가정신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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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볼 때는, 무슨 마시멜로 같은 부드럽고 달콤한 뭔가를 의미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 이명랑은 이명랑이었다. 이렇게 다급하고 공격적인 내용이라니!

‘슈거 푸시’의 여자는 어머니를 싫어한다. 싫어하기는 하는데 벗어날 수가 없다. 꽉 붙잡혀 산다. 그때, 여자는 라틴댄스를 배우게 된다. 별생각 없이 배우던 것인데, 이게 이상한 바람을 일으킨다. 여자가 어머니를 상대할 수 있게끔 만다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예부터 아폴론이 이성적인 것을 의미한다면, 바쿠스는 정열적인 것을 의미하며 그것을 소설에서 곧잘 해방으로 가는 도구로 상징화됐다. ‘슈거 푸시’는 바쿠스가 인간을 탈바꿈시킨다는 말을 해주고 있다. 춤을 배우게 되면서 엄마에게 반항한다는 것은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비이성적으로는 이해가능한 일이다. 원래 하나에 미치면 정신을 잃는 것이 인간이고 그렇게 됨에 따라 겁을 상실하고 용기백배하게 된다. 술 먹은 것처럼 말이다.

“자, 음악에 내 몸을 맡긴다. 나를 던진다! 똥배에 힘 딱 주고! 가능하면 섹시하게! 이왕이면 요염하게! 뒤꿈치로 음흉하게! 발끝으로 조심스럽게! 바닥에 볼이 닿을 때마다 은밀하게!”

소설에 허점이 많기는 하다. 여자와 어머니가 왜 그렇게 극단적으로 관계가 악화됐는지가 자세히 나오지 않았다. 왜 그런지 너무 궁금했는데, 이명랑은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리얼리티가 좀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너무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여러 번 들었다. 그래도 상징적인 것들로 소설을 쓴 것이 마음에 들었다. 소설의 재미는 좀 떨어지지만, 소설을 이해하는 재미는 충분한 것 같다. 이명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소설을 놓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명랑 팬이 아니라면, 글쎄... 솔직히 자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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