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
무라카미 하루키.가와이 하야오 지음, 고은진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0월
구판절판


그런(미국의 불행한) 아이는 말이 없어지거나, 폭력을 휘두르며 다닙니다. 그런데 그것이 치유되는 겁니다. 엄청난 힘으로 말이죠.
일본의 경우는 울면서 "왜 나만 이렇게 불행한가"하고 불평만 늘어놓을 뿐입니다. 결국 스스로 극복해 나갈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정도는 좀처럼 되지 않습니다. 불행의 책임이 모두에게 있다고 여기니까요. "내 불행을 어떻게든 해결해 주세요"라는 식이기 때문에 잘 치유되지 않는 겁니다.-24쪽

일본의 경우 특히 불행한 점은, 큰 전쟁이 있었기 때문에 너무 급진적으로 폭력을 부정하게 된 것입니다. 평화가 소중하다고 해서 아이에게 병정놀이나 칼싸움까지 전부 금지했습니다. 즉 일본의 아이는 자신이 갖고 있는 폭력성을 한 번도 체험하지 못한 채 성장하기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사춘기가 되면 갑자기 난폭해집니다. 뭔가 난폭한 짓을 하고 싶어져서, 이지메를 하기도 합니다. (중략)
그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경험이 너무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무튼 현대의 일본인들은 '화목'이라는 점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고 또한 정신과 육체가 괴리되어 있어 폭력을 몹시 억압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문화, 일본의 현대는 잠재적으로 폭력을 엄청나게 짊어지고 있습니다. 폭력은 어떻게든 나타날 것이며 모두 심각하게 자각해야 합니다.-132쪽

일본인은 자신의 내부에 있는 이 폭력을 의식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내려 노력하지 않으면, 돌발적으로 생겨나는, 억제할 수 없는 폭력에 의해서 가해자가 될 위험이 높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135쪽

결국 일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쟁이 끝난 후 그 전쟁의 엄청난 폭력을 상대화할 수 없었던 점입니다. 모두가 피해자처럼 되어, "이런 잘못은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매우 애매한 말로 대체되고, 아무도 그 폭력 장치에 대한 내적인 책임을 지지않았던 것입니다. (가와이 하야오)-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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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드보일드 라이프 스토리
임경선 지음 / 뜨인돌 / 2007년 2월
절판


하루키: 그저 내 안의 멜로디를 따라갈 뿐이에요. 일단 시작하면 아무도 못 막죠. 온천수가 터져 나오듯 글이 내 안에서 넘쳐 솟아오르니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서서히 만들어 가는 것에 소설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막막해도 반드시 의미 있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확신이 저에겐 있어요.-151쪽

하루키: 읽기 쉽고 즐거우려면 문장에 리듬이 있어야 합니다. 그건 작가 고유의 문체라고도 할 수 있죠. 소설의 기본 기능은 독자를 '유혹'하는 데 있습니다. 소설은 분석하면서 읽지 않습니다. 오로지 읽으면서 느끼면 되지요. 따라서 소설의 문체는 여자를 유혹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어야 합니다.-156쪽

하루키: (좋은 문장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차별화되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잘 이해하고 받아 들일 수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리한 리듬이 있고, 친절함이 깊이 녹아 있으며, 유머감각도 있고, 반듯한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문장, 쉽게 말하면 심플하고 읽기 쉬운 문장이죠.-159쪽

하루키: 내가 그(마일스 데이비스)로부터 배우고자 했던 것은 '새로운 것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는 다이나믹함'과 '그 후의 철저한 나사 조임' 그 두 가지였죠.-164쪽

하루키: 인생이라는 건 '질 걸 뻔히 아는 게임'을 하는 것과 같아요. 빠르던 늦던 우린 언젠가는 쓰러져 죽으니까. 존 어빙도 '인생은 불치병일 뿐이다'라고 말했잖아요. 어찌되었거나 빤히 질 걸 안다면 규칙을 지켜 제대로 지는 것도 후회가 되진 않을 듯합니다. -169쪽

그들(하루키의 친구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는데, 침묵을 불편해하지 않았고, 술을 먹어도 자기 자랑이나 인생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거나 남의 욕을 하지 않았다. 또 그들은 하루키가 쓴 글을 아예 읽지 않거나 읽었어도 거의 흥미를 갖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나는 친구들을 많이 사귀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좀더 정확히 말하면 친구를 거의 일부러 만들지 않습니다. 대신 한번 친구로서의 정을 느끼게 되면 그들을 정말 소중하게 여깁니다."-193쪽

그를 우연히 길에서 만날 수 있을까? 운 좋게 만나게 된다면, 당신은 나의 '북극성'같은 작가라고 꼭 말해 주고 싶다.

정말 고마워요.-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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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구판절판


"나이가 좀 들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알게 된 게 하나 있는데,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모든 게 간단해지는 것 같아. 뭔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원래 그런 사람이려니 하면 그만이거든. 마찬가지로 누가 나에 대해 뭐라고 해도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하고 생각하면 그만이야. 내가 잘못한 거라면 고쳐야겠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내가 잘못해서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싫어서 뭐라고 하는 게 대부분이야."-63쪽

이런 종류의 인간들은 위험하다. 책 속의 세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주어진 현실에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들이다. 따지고 보면 책이야말로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가장 위험한 시뮬라시옹의 세계다.-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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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공책 도코노 이야기 2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7년 7월
절판


"자기 자신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타인은 볼 수 있지만, 자기 자신만은 절대로 볼 수 없다. 이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아이는 타인만을 보고 생활합니다. 자기라는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자기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타인도 자기와 마찬가지로 감정이나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희는 성장함에 따라 문자 그대로 자기를 발견하는 셈입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자기 모습을 찾아내어 갑니다. 저는 이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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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에스프레소 꼬레아노 - 이탈리아 여자 마리안나와 보스턴에서 만나 나폴리에서 결혼한 어느 한국인 생물학자의 달콤쌉쌀한 이탈리아 문화 원샷하기
천종태 지음 / 샘터사 / 2007년 8월
품절


어떤 면에서 볼 때, 과학자의 삶은 수도자를 닮았다. 남보다 도덕적으로 엄격하고 거룩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처음에 순수했던 초발심(初發心)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저것 좀 봐!" 하면서 친구와 함께 자연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어린 아이의 마음이다.-319쪽

나는 폼 나는 '명품 인생'이 아니다. 다만 명품이기 때문에 그것을 갖고 싶다기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바로 명품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다. 내게는 내 것이 더 아름답고 소중하다.-3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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