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미국의 불행한) 아이는 말이 없어지거나, 폭력을 휘두르며 다닙니다. 그런데 그것이 치유되는 겁니다. 엄청난 힘으로 말이죠. 일본의 경우는 울면서 "왜 나만 이렇게 불행한가"하고 불평만 늘어놓을 뿐입니다. 결국 스스로 극복해 나갈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정도는 좀처럼 되지 않습니다. 불행의 책임이 모두에게 있다고 여기니까요. "내 불행을 어떻게든 해결해 주세요"라는 식이기 때문에 잘 치유되지 않는 겁니다.-24쪽
일본의 경우 특히 불행한 점은, 큰 전쟁이 있었기 때문에 너무 급진적으로 폭력을 부정하게 된 것입니다. 평화가 소중하다고 해서 아이에게 병정놀이나 칼싸움까지 전부 금지했습니다. 즉 일본의 아이는 자신이 갖고 있는 폭력성을 한 번도 체험하지 못한 채 성장하기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사춘기가 되면 갑자기 난폭해집니다. 뭔가 난폭한 짓을 하고 싶어져서, 이지메를 하기도 합니다. (중략) 그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경험이 너무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무튼 현대의 일본인들은 '화목'이라는 점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고 또한 정신과 육체가 괴리되어 있어 폭력을 몹시 억압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문화, 일본의 현대는 잠재적으로 폭력을 엄청나게 짊어지고 있습니다. 폭력은 어떻게든 나타날 것이며 모두 심각하게 자각해야 합니다.-132쪽
일본인은 자신의 내부에 있는 이 폭력을 의식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내려 노력하지 않으면, 돌발적으로 생겨나는, 억제할 수 없는 폭력에 의해서 가해자가 될 위험이 높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135쪽
결국 일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쟁이 끝난 후 그 전쟁의 엄청난 폭력을 상대화할 수 없었던 점입니다. 모두가 피해자처럼 되어, "이런 잘못은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매우 애매한 말로 대체되고, 아무도 그 폭력 장치에 대한 내적인 책임을 지지않았던 것입니다. (가와이 하야오)-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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