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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평점 :
1. 스타일리스트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는 소설 작법부터 기존의 여타 소설들과 다른 방법을 취하였다. 플로베르는 신문 기사에 나온 기존의 이야기를 토대로 자신의 고유한 문체 스타일을 구사하여 이야기를 완성하였다. 그의 문체는 발자크에게서 물려받은 듯한 세밀한 묘사와 동시에 사물에 항상 그림자가 지듯 독자가 상상해야하는 여지를 남겨둔다. 특히 이러한 부분은 보바리 부인이 탄 마차 안에서 벌어지는 성애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문학 연구자들은 '언어의 물질성'이라고 표현하던데 사실 비전공자 입장에서는 잘 와닿지 않는다.
2. 돈과 사랑의 인생사
돈과 사랑은 서로 대립하는 관계이다. 마담 보바리를 지나치게 구조적으로 읽다 보면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 편이다. 플로베르가 단지 돈과 사랑 둘 다 추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낭만적인 소설의 주인공이 으레 보여주는 '행복하게 잘 살았더래요'식의 이야기는 별로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현실은 허구로 만들어진 소설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묘하며 포착하기 어렵다. 실제로 마담 보바리 안에서는 돈과 사랑을 동시에 잡는 사람은 없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한 대상에 쉽게 집착하기 때문이다. 의사인 샤를 보바리는 돈 많은 미망인과 결혼했으면서도 엠마 보바리와의 진정한 사랑을 꿈꾼다. 그러나 엠마는 돈 많은 샤를과 결혼했으면서도 진정한 사랑을 꿈꾼다. 엠마는 불륜을 위하여 몰래 돈을 물쓰듯이 마구 썼고 결국 이를 책임질 수 없어 자살하기에 이른다.
3. 통속적인 세계를 요청함으로써 새로운 지평을 열다
혹자는 마담 보바리를 들어 엠마의 단순한 막장 불륜이야기라고 지적하면서 이 소설의 가치를 낮추어 바라보기도 한다. 플로베르가 겪은 당시의 반응은 이보다 훨씬 녹록치 않았다. 그의 통속적인 이야기는 종교적 관습에 벗어난다는 이유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당시의 현실을 예술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시 말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한편으로는 통속적인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과 오늘날의 막장 드라마를 비록 스타일의 강조라는 점에서 동등한 범주에 놓을 수는 있어도 1) 그 스타일이 새로운 경험으로서 얼마나 독창적인 가치가 있는가 2) 다루는 주제가 시대상을 적시한 시선에서 바라보는가 라는 점을 비교했을 때 분명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