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 행위를 조롱하거나 한탄하거나 경멸하기보다는 이해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해 왔다.
-바뤼흐 스피노자 ‘정치철학논고’
1. 비틀거리는 집단
복잡하고 다양해진 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자신과 동등한 목적을 가진 사람과 팀을 맺어서 활동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팀 내부를 살펴보면 종종 재대로 활동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집단이 커질수록 더욱 심한 경향을 띤다. 속된 말로 ‘버스 태워준다’는 바로 이 표현. 도대체 이런 현상은 왜 발생하는가?
2. 공공재
멘슈어 올슨은 자신이 쓴 이 저서에서 이 현상을 경제학의 접근을 통해 해명하고자 한다. 그는 이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공공재(올슨이 쓸 당시의 표현에 의하면 집합재<Collective goods>)’의 고유한 특성에 있다고 설명한다. 공공재란 1)비배재적이고 2)비경합적인 특성을 가져서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는 재화나 서비스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이 재화(혹은 서비스)는 집단 내부의 모든 경제 주체에게 해당되며, 선착순이라든지 어떤 순서 없이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공공재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에는 주로 국가에서 생산하는 국방 서비스나 치안 서비스 등을 말한다. 그러나 올슨은 국가를 포함한 모든 집단 특히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공공재에서 기원하는 문제를 가진다고 바라본다. 예를 들어 국회의 정당이나 대기업, 시민단체, 이익집단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렇다면 공공재가 가져오는 문제는 무엇인가?
3. 무임승차자
그것은 바로 무임승차자 문제이다. 앞서 밝혔듯이, 공공재는 그 성격상 집단의 모든 사람이 누린다. 따라서 공공재를 생산하는 것은 경제 주체로서 집단에 속한 모든 사람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모든 개개인은 집단이기에 앞서 가장 기본적인 경제 주체이다. ‘나 한명쯤은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만약 한 개인이 효용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경제적 인간이라면, 공공재 생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공공재를 획득하려는 도덕적 헤이에 빠지게 된다. 즉, 스스로 무임승차자(Free Rider)가 되려는 욕구에 시달린다.
4. 집단행동의 논리
결국 올슨은 이 불가피한 사태를 줄이려면 별도의 경제적 유인(Incentive)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이 유명한 통찰은 조금 익숙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 중요성이 줄어든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이론은 현재 구글 스칼라의 논문 피인용 지수 기준으로 무려 37457회이다. 전 분야 통틀어서 이보다 더 풍부하게 인용되는 저서는 상당히 드물 것이다.
5.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통찰
이 리뷰의 제목은 ‘팀 프로젝트에서 꿀 빠는 사람이 생기는가?‘이다. 열심히 프로젝트를 수행한 어떤 이에게는 그저 화내고 끝냈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올슨에게 그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고 평생에 걸친 연구주제였다. 그의 뛰어난 혜안은 평범한 일상에서부터 국가 단위의 비효율성을 규명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