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의 서구, 朝鮮의 열대 - 근대 학문과 예술은 어떻게 열대를 은폐했는가 서강학술총서 91
이종찬 지음 / 서강대학교출판부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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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랄한 여우스러움

 이종찬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설명하면서 여우와 고슴도치의 비유를 든다. 그는 연구 스타일에 따라 여러 분야를 포괄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여우형 인간과 한 분야에서 깊은 정통함을 드러내는 고슴도치형 인간으로 분류한다. 그는 두 형태의 인간이 서로 협동하여 융합적 연구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아마 그는 발랄한 여우형 인간에 속할 것이다.

 

2. 열대학이란 무엇인가요?

 사실 카테고리를 필수적으로 나누어야 하는 블로그의 현 특성상 역사로 분류했지만, 사실 이종찬은 이런 분류법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은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을 모두 망라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는 서양이 지금까지 몇 번의 과학혁명이나 많은 문화 발전을 이륙하는 데에 숨겨진 배경으로 열대 지역을 꼽고 있다. 이러한 테마를 바탕으로 그는 진화생물학, 양자역학과 같은 추상적인 현대 과학을 접하는 우리의 시선으로는 도무지 과학처럼 느껴지지 않는 식물분류학이나 자연사학, 고고학, 근대 의학을 탐구한다. 동시에 그는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열대라는 시선 역시 견지한다. 심지어 열대 지역을 해양 무역의 관점에서도 바라보기도 한다. 특히 조선과 열대라는 전혀 무관하게 보이는 두 단어를 사이에 두고 어떻게 우리는 열대를 망각하게 되는 지를 파헤칠 때에는 쾌감마저 느껴졌다. 사실 이렇게 많은 주제를 다루다보면 어느 한 분야는 배척하거나 소홀이 여기기 마련인데 그는 이런 단점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아마 이 저서는 그가 추구하는 분류로부터의 해방에서 열대만큼 강렬한 생명력을 얻는 듯하다. 모두 다 열대학이다!

 

3. 외올실의 필요성

 근자에 들어 통섭의 사고가 한국 학계 기준으로 2000년대에 살짝 유행하였다가 다시 침체하는 분위기이다. 그것의 원인을 파헤치는 일은 필자의 수준에서는 지극히 단편적인 해명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설사 제대로 조망하더라도 그것이 큰 의미를 가질 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이런 훌륭한 사례를 발견하였을 때는 말이다. 오히려 이것을 가지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상상하며 반성할 것인지를 돌이켜 보는 것이 좀 더 유효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종찬의 이 글은 무척이나 다양한 분야를 열대라는 단 하나의 외올실을 가지고 엮어간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그가 가진 외올실은 어느 학문에서 주어 온 것이 아니라 고유한 것이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그는 스스로의 학문적 고민을 스스로 직접 창조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삶의 질문은 학문 그 자체 안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다. 물론 그건 쉬운 일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학문, 경제, , 예술 시스템이 매우 복잡하고 거대하여 우리의 정신을 손쉽게 재단한다. , 문명의 산물은 우리를 편안하게 만드는 동시에 정신의 경로의존성을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주어진 조건들을 반성하고, 더 나은 것을 상상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 기회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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