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탐구 대우고전총서 41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지음, 이승종 옮김 / 아카넷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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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열함의 산물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적 탐구는 극한의 시적 표현을 지닌 논리 철학 논고과는 상이한 난해함을 보여준다. 이 저작을 보면서 한 문단마다 그의 치열한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3, 못해도 2명이 나눠서 기술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기분열적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하나의 우주를 보는 듯한 완전무결함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 저서는 사후 출간된 미완성작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살아 생전에 철학적 탐구를 완성할 수 없다고 직감했다고 한다. 그의 치열함은 범인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경지에 이른듯 하다.

 

2. 필연성의 세계, 유아론의 세계

 논고를 완성한 이후 그는 모든 철학을 완성하였다고 선언한다. 10년 간 떠난 그는 홀연히 돌아와 철학적 탐구를 재개한다. 그는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한걸까? 그의 정확한 생각은 영원히 알 수 없겠지만, 아마 러셀을 비롯한 그의 철학을 잘못 이해한 동료 철학자들 그리고 논고가 내포하고 있는 유아론 때문이라고 본다. 여타의 철학자들과는 달리 그는 철학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 완전히 지워버리려는 데에 목표를 둔다. 그의 전기 철학 역시 같은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의 철학자 동료들은 언어의 무의미함을 모두 지우고 언어의 표상으로서의 세계만이 유일한 세계라고 단정짓는 논리실증주의자의 길을 걷는다. 그의 전기 철학이 철학하는 사람 개인의 세계만을 정당화하는 유아론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3. 우연함의 긍정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전기 철학을 비판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철학적 탐구를 재개하였다. 그의 후기 철학의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의 그림 이론을 실천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 철학하는 자의 사실의 총체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언어 게임을 통해 확정된다. 결국 그의 철학은 일말의 확실성 마저 폐기하고 일상의 우연함을 긍정하라고 말한다.

 

4. 이상한 철학 나라의 엘리스

 이러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마치 하트 여왕을 보고 이건 카드에 불과하다고 외쳐서 일상으로 돌아오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와 흡사하다. 언어의 일종인 수학 역시 트럼프 카드와 마찬가지이다. 수학은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의 게임에 따라서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그는 이미 전기 철학에서 수학은 모두 항등식이므로 사이비 명제에 불과하다고 말하였다. 의미의 등가어떤 플라톤의 이데아적 실재가 존재해서가 아니다그것은 결국 인간과 인간 사이의 약속으로만 가능하다.

 

5. 지혜의 열매

 비트겐슈타인은 죽기 전 자신이 멋진 삶을 살았다고 사람들에게 전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런 그의 말은 젊은 날 남겼던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와 같은 말과 비교했을 때 지극히 평범하다. 멋진 삶이란 무엇인가? 그는 소중한 일상을 위하여 치열하게 상상하고 반성하는 삶이라고 보여주는듯 하다. 말할 수 없는 것은 단지 보여질 수 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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