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그가 받은 형이란 암흑 속에서 1000조(兆) 킬로미터를(우리 세계에서도 요즘은 미터법을 쓴다네.) 걸어가라는 것이었는데, 이 1000조 킬로미터를 다 걸으면 그때는 그를 향해 천국의 문이 열리고 모든 걸 용서받을 거라는 거였지······.“
“너희들의 저세상에는 1000조 킬로미터 말고 또 어떤 고문법이 있지?” 이반이 어쩐지 이상하게 활기를 띠면서 말을 가로 막았다.
“어떤 고문법이 있냐고? 아이고, 그런 건 묻지도 말게. 옛날에는 별의별 고문법이 다 있었지만, 요즘은 도덕적인 것들이 점점 더 많이 생겨나선 ‘양심의 가책’과 같은 헛소리들뿐이라네. 이것도 자네들 때문에. ‘자네들의 풍습의 완화’ 때문에 생겨난 것들이라네. 뭐 그래 봤자 누가 득을 봤나, 득을 본 건 오로지 양심 없는 자들뿐이지. 원래 양심이란 게 없는데 양심의 가책을 느낄 턱이 없었나 말일세. 그 대신 아직 양심과 명예를 간직하고 있는 점잖은 사람들만 고생을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