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 논고 해제 - 비트겐슈타인 세계로의 초대
조중걸 지음 / 북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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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로운 지평

 비트겐슈타인은 TIME지가 선정한 20세기의 인물 중 유일한 철학자이다. 왜 하필 그인가? 그것은 그가 19세기까지의 서양철학의 진리를 가장 유효하게 비판하였기 때문이다. 그 진리는 바로 로고스(Logos)이다. 그리스어인 로고스는 언어, 진리라는 뜻이다. 플라톤 이래 모든 철학자는 바로 로고스를 사용하여 자신의 철학을 확립하고 비판한다. 그런데 이들은 로고스 자체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는다. 청년 비트겐슈타인은 모든 철학의 문제들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무의미(Non-Sense)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한다.


2. 20세기의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언어의 표상으로서의 세계'

 플라톤은 세계를 그려내는 언어를 말한다. 인간만이 사용하는 로고스는 절대적 진리 그 자체이다. 하지만 비트겐슈타인은 인간이 언어가 그려내는 세계만을 볼 수 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그는 자신이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가장 지혜로운 사람, 소크라테스의 후계자이다. 비트겐슈타인에게 철학은 무의미한 언어를 제거하는 학문이다. 무의미한 언어는 인과 관계에 대한 독단적인 명제이다. 이러한 명제를 토대로 둔 윤리학, 미학, 종교, 수학, 과학은 모두 무의미한 명제이며, 다만 과학은 실증적인 근거를 통해 일시적으로 정당화될 뿐이다.


3. 비윤리적인가? 

 비트겐슈타인의 주장은 일견 당황스럽고 한편으로는 매우 불편하다. 특히 윤리학에 대한 그의 비판은 수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비판한 것은 정확하게는 '윤리 명제'이다. 윤리는 다만 언어의 세계 너머에 있을 뿐이다. 그는 거짓된 언어가 만들어낸 모든 만능주의를 혐오한다. 그는 어떠한 미신의 지배에서도 벗어나 풀 한 포기처럼 그저 묵묵히 살아가야 할 '일상의 인간'을 구원한다.


4.  말할 수 없는 것에 침묵하라

 때때로 우리는 너무 쉽게 말하고 너무 쉽게 믿는다. '안아키'를 신봉하는 자는 현대 과학보다 더 심한 자연주의적 오류를 발견하지 못해 애먼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IS는 신앙이라고 착각하는 도덕주의적 오류를 발견하지 못해 교리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모조리 살해하고 있다.  모두 헛된 인과명제의 맹신에서 나온 불행이다. 물론 그렇다고 비트겐슈타인처럼 방에 코끼리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지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의 반성적 성찰은 언어를 사용하여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가길 원하는 사람에게 어떤 시선을 견지할 필요가 있는지 밝혀준다. 너 자신을 '제대로'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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