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인터넷 - 지구를 살릴 세계 최초 동물 네트워크 개발기
마르틴 비켈스키 지음, 박래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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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가제본 일부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가능할까?

연구의 시작은 아주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것 같다.

우주에서 떨어지는 우주선에서 오는 정보를 받고 싶다는 것.

그렇다면 동물에게 인식표를 붙여놓고 정보를 받는다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이 책은 동물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이며 실패에 관한 이야기이고, 다시 희망을 찾으려는 이야기이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연구자들이 개발한 것은 이카루스스 시스템이다. 인류세를 극복할 만한 정보를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동물들에게 인식표를 붙여 전 지구적인 정보를 얻어내는 것. 이를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조건들이 많은데 동물 선정부터 인식표 만들기와 붙이기, 인식표로부터 얻는 정보를 모을 수 있는 도구의 개발,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는 정보들의 처리 방법 등 엄청난 물적/인적 자원이 투입되는 연구이다. 이카루스 시스템의 핵심 정보는 우주에서 처리되고 있다.


시스템을 구축에는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동물에 부착할 인식표는 작지만 더 많은 정보를 송출해야 하면서도 동물의 생장에 어떤 영향도 미쳐서는 안 된다. 정보를 받기 위해 어떤 장치를 설치해야 하는지도 중대한 고민이다. 문제는 동물들의 행동반경이 인간의 예측을 크게 벗어났을 때 생기기도 했다. 한정된 공간이라 생각한 섬에서 발견한 동물의 행동반경은 인간의 예측을 뛰어넘어 대륙을 오가고 있었다. 동물의 속도를 따라잡다가 생긴 이런저런 에피소드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다.


통신장치의 발달은 동물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동물 정보를 받기위해 1인식표 1 휴대폰이었던 시절 해외로부터 오는 정보를 받기 위해 비용이 많이 지불되기도 했다. 태양열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인식표가 적도 부근의 동물에게는 좋지만 극지방에 숨은 동물들에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전 지구적 정보를 얻기 위해서 우주에 정보세터를 만든 것 같은데 ....

시지프스 시스템은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으로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시지스프 시스템은 독일과 러시아가 러시아 우주센터에 설치했으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독일과 러시아의 관계가 단절되면서 더 이상 연구를 계속 할 수 없게 되었다. 실패의 사유가 너무 인간적이라 어이가 없다.


그럼에도 2024년 겨울 이카루스 큐브샛이 우주를 향해 갈 모양이다.

동물들의 정보를 얻어 인류세를 극복하겠다는 과학자들의 상상이 과연 인류와 동물에게 모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지는 알 수 없다. 연구의 시작은 발칙한 궁금증 때문이었고 과정은 좋은 의도였으나 결과물을 활용하는 인간의 의도가 정의로운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의 의도와 관계없는 시지프스 시스템을 차지한 러시아의 다음 행보도 염려가 된다.


이카루스 시스템은 아르고스 시스템(1970년대 프랑스와 미국이 전 세계 바다에 떠 있는 기상관측 부표의 정보를 우주에서 판독하기 위해 개발한 시스템 , 아날로그 시스템.) 처럼 단순히 바다의 기상정보를 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동물들은 생각하고 때로 인간과 교류를 하려는 시도(황새 한지의 사례)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책은 과학기술 에 관한 책이지만 동물 연구자들의 연구이기도 하기 때문에 마치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동물인터넷

#마르틴_비켈스키


오늘따라 해변의 바다사자들이 소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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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왜 동아리 ㅣ 창비아동문고 339
진형민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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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진형민의 동화를 읽고 보니 작가의 관심사는 개개인의 상처나 트라우마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모두 괜찮은 것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오늘을 살고 있지만 저마다의 사정이 내밀한 곳에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 이는 어른들 뿐 아니라 어린이들도 마찬가지다. 이번 동화는 그러한 상흔이 외부로부터 촉발될 수 있으며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고 답을 찾아가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의 상처가 지구 온도가 높아지는 것과 무슨 상관일까? 이 작품을 쓴 작가는 이런 상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산불이 나서 기주네 가족은 기주 이모네로 이사해 이모의 잔소리를 견디며 살고 있다. 기주는 다정이라는 개를 목줄만 풀어주고 함께 하지 못해 속상하다. 진모는 잔다르크라도 되는 듯 행동하는 누나 진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록희는 아빠가 시장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한다. 박수찬은 록희 아빠가 시장에서 일하시는 줄 아는 의리의 친구라 왜왜왜 동아리를 만든 록희와 함께 한다. 네 어린이들에게 얽힌 사연과 지구온난화가 재미있게 버물려진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의견을 어떻게 조율해 나가는지에 대한 긍정적인 사례를 펼쳐놓는다.


석탄 발전소를 짓되 어떻게든 주민들의 경제생활에 도움이 되면서도 환경을 덜 훼손시킬 방법을 찾으려는 세력과 처음부터 오염원의 배출원 설치를 막으려는 하는 세력의 갈등은 자칫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달을 수 있다. --현실에서는 이미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갈등의 극단을 가고 있기도 하다.-- 이와는 달리 이야기 속에서는 다른 모습이어서 좋았다. 외국의 사례들이 참조되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대등하게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을 즐겁게 읽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중학생의 행동을 막지 않는 부모님의 모습은 닮고 싶은 상이기도 하다. 딸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서 자칫 선출직 공무직의 지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데도 적극적으로 막기보다는 공적인 지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건 거의 우리 현실에서 판타지나 다름 없다.


동화가 바라는 세상이 이처럼 아이들과 어른들이 대등하게 소통하는 것 아닐까. 여전히 동화속에는 어른들의 행태가 부끄럽다. 그럼에도 절차를 지키려는 어른들이 있다는 건 아이들에게 선배세대로서 좋은 모습이다.


어쨌거나 동화라는 것. 아이들의 세계는 화해가 필요하다. 기억하지 못했던 약속을 위해 마음 한 자락을 내어주는 아이들,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아직 희망이 있음을 발견한다.



#왜왜왜_동아리

#진형민

#진형민동화

#changbi_jr

#탄소배출

#화해

#약속

#창비

시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한기주는 이록희 옆에 앉았다. 록희가 자기도 모르게 후우우, 한숨을 내쉴 때마다 록희 무릎을 도닥도닥(토닥토닥?)해 주었다. 기주는 지금 록희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속속들이 이해하는 건 불가능했다. 누구도 기주 가족의 슬픔과 괴로움을 다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기주는 왜왜왜 동아리 아이들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자주 생각했다. 마음이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정신없이 달려갈 때마다 아이들이 기주의 이름을 불러 주었다. 그래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기주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주고 싶었다.
(진형민, 『왜왜왜 동아리』(가제본), 창비, 2024, 145쪽.)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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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코끼리 ㅣ 스콜라 어린이문고 42
김태호 지음, 허지영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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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달코끼리, 위즈덤하우스, 2024]


오래전부터 읽어온 김태호의 동화에는  인간이 망가뜨린 뭔가를 발견해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등단작 단편 「기다려」( 2013년,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수상)는 작가 이후 발표하는 김태호 작품의 씨앗이 보였다.  동화에는 주인을 마냥 기다리는 강아지가 나온다. 기다리라는 명령을 충실히 듣고 있는 강아지는 폐허가 된 마을에 목줄까지 채워져 있다. 어째서였을까? 역시나 이후 작품들은 등단작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으로 끊임없이 회기하며 대안을 모색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출간된 ​『달코끼리』(뜨인돌어린이, 2024)도 같은 맥락 안에 있는 동화이지만 그간의 동화보다는 조금 더 온기를 품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작품이다. 아마도 몇몇 등장 성인 인물들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달코는 강아지처럼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코끼리 같기도 하다. 코를 보면 코끼리 같지만 흰 털을 봐서는 강아지를 연상시킨다. 아무튼 작품에서는 코끼리로 분류. 달코의 외모가 갈등을 촉발하는 단서가 되었다면 달코에게 있는 '놀라운 능력'고 어린이의 '착한 마음'이 어른의 도움을 받아 문제해결의 방법이 된다는 상상력은 보편적인 동화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 이 작품은 현대사회 핵심 갈등을 품고 있어서 교육적으로도 프로젝트 독서로 구성해 여러 가지 수업을 진행해도 좋을 작품이다.  


​젠더 갈등이 반영된 시장과 부시장의 갈등


연구윤리의 문제가 반영된 박사와 동물병원 원장님의 반목

가족 문제가 반영된 다움이 엄마와 다움이 

핵연료 사용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원자로 

쓰레기 처리 문제를 두고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이 반영된 거대한 코끼리 

동물원에 관한 윤리를 보여주는 장면 

이슈로 이슈를 덮는 언론의 문제가 반영된 사건들 등

SNS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보여준 달코 마케팅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이슈가 고루 담겨 있는 작품이다. 


​출판사에서 "생태, 자본주의, 인간성에 대해 생각헤 보게 되는 작품"이라 한 것처럼 작가의 고민이 많이 전달이 되는 동화였다. 


달코가 귀여운 캐릭터에 멈추지 않고 외모가 변해도 변함없는 사람들과의 우정을 보여주는 것도 이 작품이 따뜻하다고 느껴지는 요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달코의 캐릭터성을 이용해 전성기를 맞고 싶은 세력이 있는가 하면 어떤 모습이든 상관하지 않고 그 자체를 사랑한 보미편의 사람들의 우정이 돋보이는 서사였다. 


#달코끼리 #김태호 

#생태 #자본주의 

"이 녀석도 한 때 쓰이고 나면 끝이거든." - P88

2월 초, 물러나던 추위가 갑작스럽게 변덕을 부렸다. - P5

한 달 정도만 더 달코를 써먹으면 디었다. 그동안 달코를 재우지도 않고 열심히 찍어 놓은 영상과 사진 자료면 앞으로 1년은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 그때 가서 달코를 대신할 샐운 얼굴을 또 찾아내면 그만이었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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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6 - 수사자 아산테 ㅣ 창비아동문고 331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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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아이들에게 삶을 가르쳐줄 때 책 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이현의 『푸른 사자 와니니』 시리즈는 삶 속에 있는 희노애락을 부족함 없이 담고 있다. 생에 대한 원리가 장엄한 이야기로 엮인 이 작품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지만 어른들이 더 열심히 읽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는 2022년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에서 우수작품으로 전 세계 어린이가 함께 읽어야 하는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이현의 『푸른 사자 와니니』 시리즈 6권이 출간되었다.


와니니의 무리의 수사자 아산테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번 이야기에서는 리더에 대한 사유를 담아냈다. 1권에서 자신만의 싸움을 하고 생을 마감한 아산테의 이름을 이어받은 사자 아산테. 초원의 동물들은 그 이름만 듣고도 경외감을 갖는다. 이제 막 수사자로서 도립한 아산테는 명예로운 이름을 물려받았지만 그에 걸맞는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주인공 아산테가 과거의 영광을 이어받아 수사자로 그리고 무리를 이끄는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 거쳐야 할 통과의례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눈에 띄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다른 수사자의 새끼들을 포용해 주여야 하는 것. 물러날 때를 아는 것.


『푸른 사자 와니니』에서 초원은 섣부른 친절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와니니 무리가 살고 있는 초원은 고단하지만 초원의 원리를 존중하기 때문에 후대를 길러낼 수 있다. 목숨걸어 지켜야 할 것이 있고 물러날 줄 아는 것. 그것이 와니니 무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생의 원리이다.


*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을 받았지만 의견은 출판사와 무관하게 작성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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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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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온유, 『경우 없는 세계』, 창비, 2023.

 

정인수, 과거에 가출팸 무리에 어울려 지냈던 이력을 가진 인물.

 

정인수.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었고, 말도 자신감 있게 하지 못했다. 선생님들은 눈을 마주치면 얼른 시선을 피했다. 존재감 없는 인수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출석부에서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그의 부모도 자식을 비정상적으로 대한다. 자수성가한 아빠는 엄마를 자꾸 때렸다. 아들에게도 마찬가지인 아버지였다. 어느 날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한 엄마가 피를 흘리는 것을 보다 못해 아버지를 붙들어 말리다가 아버지는 코뼈가 부러졌다. 엄마는 그렇게 맞았으면서도 인수의 편을 들기보다 다친 아버지 수발을 들며 아무 일도 없었듯이. 그래서 가출을 한다.

 

이 소설은 몇 가지 문제의식을 들추어 낸다.

 

첫째, 청소년에게 부모란 무엇인가?

둘째, 우리 세상에서 청소년이 의지할 곳은 어디인가?

셋째, 일탈 속에 갇힌 청소년은 누가 돌보는가?

 

비슷한 주제의 청소년소설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분명히 우리 주변에 빈번히 일어나는 문제적 현상이 있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현실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체를 위해 개인과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공동체는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지 오래 되었다. 중학생만 되어도 쪽잠을 자며 학원과 학교를 오가는 우리의 아이들은 도대체 현재에 어떤 행복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너무 먼 미래를 담보로 기쁨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현재의 생활. 모두가 공부를 재능으로 가지진 않았을 텐데 학교는 공부 말고 가르쳐주는 게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에 편승한 부모의 투사된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사는 아이들.

 

작품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학교와 집 바깥으로 나간 아이들의 고단한 삶을 보여준다. 학대받는 아이들은 갈 곳이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내려는 아이들은 무슨 일이든 한다. 그것은 사회가 허용하는 범주를 한참 벗어난다 하더라도 말이다. 왜 같은 일이 자꾸 일어나는지. 이른바 ‘가출팸’을 만드는 아이들에게 죄를 묻기 전에 이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어른들의 역할을 생각한다.

 

제대로 아파주면 되는 거라는 A의 말은 고의적으로 교통사고를 당해서 아프기보다는 다르게 들린다. 제대로 청소년의 아픔을 돌보지 않는 어른들을 대신히 스스로 병들겠다는 선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쪽에서 의심할 수도 없고 반박할 수도 없게 내가 망가져야 되는 거”는 사실 청소년들을 돌보지 못하는 어른들의 세계이지만 정작 피해는 청소년의 몫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순간에 나는 진짜로 아파. 존나 아파서 죽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A의 말은 사고가 나서 아프다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 사회에 대한 상처받은 자의 외침이다.

 

작품은 우리에게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걸 드러낸다. 시스템 따위는 없는 세계에서 겨우 가출팸 출신 정인수는 경우가 하려 했던 일을 혼자서 해내고 있다. 경우는 어떻게든 제대로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인물이었다. 다른 일탈한 아이들이 무시당할 때 경우만큼은 환영받았다. 하지만 경우가 마지막까지 자신의 노선을 지키지 못한 것 역시 어른들의 책임이다. 경우가 없는 세계를 지켜보려는 정인수의 노력이 이호와 진혁을 지킬 수 있을지...

 

정인수 개인의 노력으로 뭐가 크게 나아지긴 어려울 듯 싶다. 정인수가 맞는 세 번째 겨울이 따뜻한 건 다행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을지...돈 없이 친구들이랑 맘 편히 놀 곳이 없다는 아이들의 말에 누군가는 나서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한다.

 

#백온유 #창비 #청소년소설 #경우없는세계

 

본 도서의 감상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옥탑방에서 보내는 세 번째 겨울이었다.

"제대로 아파주면 되는 거야. 그쪽에서 의심할 수도 없고 반박할 수도 없게 내가 망가져야 되는 거야. 내 말 알아들어? 제대로 부러지고 제대로 찢기면 사람들은 ‘내가 사고를 냈구나’ 겁먹고 내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거든. 그래서 솔직히 나는 죄책감 같은 거 별로 안 들어. 나는 사람 속이려고 아픈 척 연기하지 않거든. 그 순간에 나는 진짜로 아파. 존나 아파서 죽을 것 같아."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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