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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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온유, 경우 없는 세계, 창비, 2023.

 

정인수, 과거에 가출팸 무리에 어울려 지냈던 이력을 가진 인물.

 

정인수.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었고, 말도 자신감 있게 하지 못했다. 선생님들은 눈을 마주치면 얼른 시선을 피했다. 존재감 없는 인수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출석부에서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그의 부모도 자식을 비정상적으로 대한다. 자수성가한 아빠는 엄마를 자꾸 때렸다. 아들에게도 마찬가지인 아버지였다. 어느 날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한 엄마가 피를 흘리는 것을 보다 못해 아버지를 붙들어 말리다가 아버지는 코뼈가 부러졌다. 엄마는 그렇게 맞았으면서도 인수의 편을 들기보다 다친 아버지 수발을 들며 아무 일도 없었듯이. 그래서 가출을 한다.

 

이 소설은 몇 가지 문제의식을 들추어 낸다.

 

첫째, 청소년에게 부모란 무엇인가?

둘째, 우리 세상에서 청소년이 의지할 곳은 어디인가?

셋째, 일탈 속에 갇힌 청소년은 누가 돌보는가?

 

비슷한 주제의 청소년소설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분명히 우리 주변에 빈번히 일어나는 문제적 현상이 있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현실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체를 위해 개인과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공동체는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지 오래 되었다. 중학생만 되어도 쪽잠을 자며 학원과 학교를 오가는 우리의 아이들은 도대체 현재에 어떤 행복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너무 먼 미래를 담보로 기쁨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현재의 생활. 모두가 공부를 재능으로 가지진 않았을 텐데 학교는 공부 말고 가르쳐주는 게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에 편승한 부모의 투사된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사는 아이들.

 

작품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학교와 집 바깥으로 나간 아이들의 고단한 삶을 보여준다. 학대받는 아이들은 갈 곳이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내려는 아이들은 무슨 일이든 한다. 그것은 사회가 허용하는 범주를 한참 벗어난다 하더라도 말이다. 왜 같은 일이 자꾸 일어나는지. 이른바 가출팸을 만드는 아이들에게 죄를 묻기 전에 이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어른들의 역할을 생각한다.

 

제대로 아파주면 되는 거라는 A의 말은 고의적으로 교통사고를 당해서 아프기보다는 다르게 들린다. 제대로 청소년의 아픔을 돌보지 않는 어른들을 대신히 스스로 병들겠다는 선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쪽에서 의심할 수도 없고 반박할 수도 없게 내가 망가져야 되는 거는 사실 청소년들을 돌보지 못하는 어른들의 세계이지만 정작 피해는 청소년의 몫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순간에 나는 진짜로 아파. 존나 아파서 죽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A의 말은 사고가 나서 아프다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 사회에 대한 상처받은 자의 외침이다.

 

작품은 우리에게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걸 드러낸다. 시스템 따위는 없는 세계에서 겨우 가출팸 출신 정인수는 경우가 하려 했던 일을 혼자서 해내고 있다. 경우는 어떻게든 제대로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인물이었다. 다른 일탈한 아이들이 무시당할 때 경우만큼은 환영받았다. 하지만 경우가 마지막까지 자신의 노선을 지키지 못한 것 역시 어른들의 책임이다. 경우가 없는 세계를 지켜보려는 정인수의 노력이 이호와 진혁을 지킬 수 있을지...

 

정인수 개인의 노력으로 뭐가 크게 나아지긴 어려울 듯 싶다. 정인수가 맞는 세 번째 겨울이 따뜻한 건 다행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을지...돈 없이 친구들이랑 맘 편히 놀 곳이 없다는 아이들의 말에 누군가는 나서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한다.

 

#백온유 #창비 #청소년소설 #경우없는세계

 

본 도서의 감상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옥탑방에서 보내는 세 번째 겨울이었다.

"제대로 아파주면 되는 거야. 그쪽에서 의심할 수도 없고 반박할 수도 없게 내가 망가져야 되는 거야. 내 말 알아들어? 제대로 부러지고 제대로 찢기면 사람들은 ‘내가 사고를 냈구나’ 겁먹고 내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거든. 그래서 솔직히 나는 죄책감 같은 거 별로 안 들어. 나는 사람 속이려고 아픈 척 연기하지 않거든. 그 순간에 나는 진짜로 아파. 존나 아파서 죽을 것 같아."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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