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길
김철순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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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순 시, 김세현 그림, 『사과의 길』, 문학동네, 2025. 



김철순 시인의 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사과의 길>이 동시그림책으로 출간되었다. 그의 첫 번째 동시집 역시 『사과의 길』(2014, 문학동네)이다. 그만큼 작가에게 중요한 작품이 아닐까 가늠해 본다. 농부이기도 하고, 시인이기도 하며, 어머니이기도 한 작가의 내러티브가 동시라는 그릇에 자리를 잡았다면 동시가 펼쳐진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만나는 또 다른 서사가 펼쳐진다. 저자는 그림책 후반에 다음과 같은 고백을 남긴다. 


꽃피던 시절도 태풍 부는 시절도 지나고

드디어 마음도 몸도 무르익은 

잘 읽은 시절이죠. 

어떤 삶이든 좋은 시절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읽은 사과를 보며 깨달았죠. 

사과 한 개가 나에게 오기까지 

사과가 견딘 수고로운 시간들로 

이제 사과는 사과 이상의 사과인 거죠. 

(출처: 그림책 부분)


농부이기도 했던 시인의 눈에 담은 사과의 사연이다. 그러한 사연을 그리는 행위를 일컬어 그림 작가 김세현은 ‘소걸음’이라 했다. 서두르는 대신 뚜벅뚜벅 정성껏 발을 옮기는 소의 걸음처럼 생의 한발한발을 무겁게 그려낸 둥그런 사과의 길 덕분에 우리의 삶은 향기롭다. 동시가 펼쳐놓은 노래는 그림과 책이라는 형식이 더해져 달콤하고 다정한 우리가 된다.   



뭉끄6기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합니다.(의견은 개인의 것(^^)입니다.)



#사과의길 #김철순 #김세현 #문학동네 #그림책

엄마가 깎아놓은 사과는 아주 달고 맛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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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게 거기 있었어
샤를로트 파랑 지음, 최혜진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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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뜨 파랑, 최혜진 역, 『그때 그게 거기 있었어』, 문학동네 


상징으로 보는 세계를 수용하는 태도


  노자는 ‘앎의 부족함을 아는 것을 최상으로 여기고, 모름의 상태를 모르는 것은 병(知不知上 不知知病)’이라 했다. 이 말이 오래도록 회자되는 이유는 앎을 바라보는 태도가 우리 삶이 세계와 만날 때 중요한 작용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샤를로트 파랑의 그림책 『그때 그게 거기 있었어』(원제:Murielle et le mystère)는 오래도록 회자된 노자의 말을 다시 한번 읊조리게 한다. 


  주인공 뮈리엘은 숲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달팽이를 주우러 숲에 나가는 뮈리엘. 그런데 어느 순간 낯선 무언가를 발견한다. 모양도 정체도 알 수 없는 그것 때문에 점점 당황하는 뮈리엘은 화도 나고 잠도 잘 오지 않을 지경이다. 하지만 뮈리엘은 곧 태도를 바꿔 그 정체를 탐구한다. 과연 그 정체와 뮈리엘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관계를 맺어나갈까? 이 그림책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그 ‘모름’을 만나는 장면이다.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존재는 어둠 속에서 찻잔을 기울이고 있는 한편에 뮈리엘 역시 즐거운 표정으로 티타엠에 참여하고 있다. 


  어린이의 눈으로 세계를 볼 때는 ‘모름’을 탐구의 자세로 대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어린이의 시선은 ‘모름’을 환대한다. 그런데 어느 정도 앎이 깊어지면 ‘모름’에 대한 시선은 조금 달라진다. 뮈리엘처럼 있는 그대로의 ‘모름’을 인정하고 나의 세계로 초대해 환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림책은 세계를 수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그늘 아래 우거진 숲. 뮤리엘이 사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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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땅콩 호텔 - 제2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 초승달문고 56
임고을 지음, 김규아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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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고을, 김규아 그림, 친절한 땅콩 호텔, 문할동네, 2025.

 

어째서 폴짝씨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던 걸까?

 

너츠는 호텔에 왜 혼자 남아 손님을 응대하게 되었을까?

 

너너츠씨, 나와 친구가 되면 어때요?” / 너츠는 또 입만 씩 웃었어요. 실수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게 조심하면서요. ; 어째서 폴짝씨가 친구가 되자고 하는데 너츠는 선뜻 대답하지 않고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

 

너츠가 폴짝씨에게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방을 나오게 되었을까?

 

귀여운 두 캐릭터가 등장해 전해주는 마음 따뜻해 지는 이야기가 풀어내는 궁금증 들이다.

 

#친절 #갑과을 #고객 #기다림 #동화 #저학년동화

#문학동네어린이 #친절한땅콩호텔


사실 너츠는 손님들에게 불친절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너츠가 진짜로 친절하지 않은 캐릭터일까? 방에서 나오지 않는 폴짝씨에게 큰 변화를 가져오게 한 인물이니 틀림없이 너츠에게 사정이 있을지도... 이 동화는 너츠의 불친절 아래 숨은 진짜 너츠의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미스테리한 폴짝씨의 사연도 흥미롭다.


갑을관계가 분명한 우리 시대에 갑과 을의 너머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주는 책이다. 

따르르르! 따르르르!
- P6

"(중략)너너츠씨, 나와 친구가 되면 어때요?"
너츠는 또 입만 씩 웃었어요. 실수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게 조심하면서요.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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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구모권선희문 -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138
정지진 지음, 이정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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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지진, 이정재 역, 『목련구모권선희문』 상, 을유문화사, 2025. 


#목련구모권선희문 #정지진 #을유문화사 #석가_수제자_목련_설화 


어머니를 찾아 떠나는 지옥 여정


석가의 수제자 목련이 지옥에 빠진 모친을 구해 내는 인도의 이야기가 중국으로 건너와 여러 텍스트로 변모했는데 작가 정지진이 여기에 자신이 읽은 독서를 반영하여 지은 희곡이 <목련구모권선희문>이다. 출판사는 서양에 단테의 <신곡>이 있다면 동양에는 <목련구모권선희문>이 있다고 소개할 정도이니 그 작품의 스케일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읽은 작품이다.  번역이 상/하권으로 출간됐는데 상권에는 (상과 중)이 있고 하권에는 (하)를 수록한 모양이다. 이번에 읽은 권은 상권이다. 


1.

 각주와 함께 천천히 읽으면 재미있게 읽을 만한 글이다. 시문이나 설화 속 캐릭터, 종교적 모티브, 역사 사료 등 다양한 설명이 친절하다. 저자인 정지진의 독서가 어느정도인지 짐작해 봄 직한 각주들이다.  중국 건국신화부터 당대의 시까지 인용한 문장의 폭이 넓다. 


2.

옛날 이야기라 그런지 악한 사람은 확실하게 벼락을 맞아 죽고, 선한 사람에겐 좋은 일이 생기는 건 시원시원하다. 물론 인간의 세속적 욕망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인도의 설화가 중국에 유입되어 이런저런 모양으로 이야기가 확장된 것 같은데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제법 비중있는 작품임을 책날개에서 설명하고 있다. 


3.

어느 한 종교를 알리기보다 사람의 마음과 행동 자체에 관심을 갖고 어느 쪽이든 존중하는 분위기가 오늘 날 서로 배척하는 종교적 분위기와 비교된다. 도사와 비구니와 스님이 모두 필요에 의해 서로 의논하고 힘을 합치는 것도 보기 좋다. 


3.

나부를 곁에서 돕는 익리와의 의리가 멋지다. 도둑 무리에 붙잡혀 제사상에 나부를 올리려 하자 자신을 대신 올리라고 하며 고향 노모가 있으니 풀어주라 한다. 나부도 익리를 하인인데도 의형이라 한다. 


4. 

유씨 부인을 일방적으로 나쁜 엄마로 묘사한 감이 있다. 엄마가 그렇게 변한 이유도 있을텐데 부상이나 나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슬쩍 넘어간 면은 아쉬웠다. 하지만 1500년대 작품인 것을 감안하면 뭐 그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해해 보고자 한다. 어디까지나 나부의 모험을 그리려고 했는데 상권에서는 아직 나부의 출발이 더디다. 


5.

옛이야기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제법 무게감 있는 희곡임에도 재미있다. 판타지도 있지만 사람의 이야기라 그런 모양이다. 


6.

부상이라는 인물이 좋은 일을 하는데 아낌이 없어서 그런지 돈과 관련한 경구들이 많이 보인다. 블로그에 인용문을 몇개 적어두었다.


대략의 줄거리


상권

  부상이라는 사람은 평소에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지켜야 할 법도를 잘 지켜 복이 많은 사람이었다. 부상은 죽자마다 천상으로 불려간다. 부상이 죽고 아내 유씨는 슬픔에 잠겨 있었는데 고기도 먹고, 취하기도 하며 법도를 지키지 않아도 잘 사는 길이 있다는 동생 유가의 말을 듣고 남편의 유고마저 파해버린다. 평소 부상의 도움을 받았던 도사와 스님이 와서 유씨에게 조언을 하지만 이들을 내쫓는다. 한편으로 부상의 아들 아들 나부가 3년동안 장사를 위해 집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과정에서 그를 도운 관세음보살의 이야기도 한 축을 담당한다. 


중권

중권에서는 조금 더 판타지 다운 캐릭터가 보인다. 상권에서 봤던  관음이 화염산을 지나갈 수 있게 돕는 철선공주와 한빙지를 지나는걸 돕는 운교도와 서천에 빨리 도착하게 해주는 저백개를 부른다. 유씨 부인이 아들 나부에게 자신이 고기를 먹었다는 것을 들킬까봐 땅에 뼈를 몰래 묻게 하는데 토지신이 이를 알고 화를 내기도 한다.  극락국의 활불 캐릭터도 대단하다. 43척의 캐릭터들은 본격 사후 세계를 관장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나복의 어미 유씨부인의 죄를 논하고 있다. 유씨의 죄가 무거워 염라는 직접 사자를 보낸다. 잡혀온 유씨의 죄를 묻는 성황의 모습이나 죽은 유씨가 저승사자와 함께 집에 들른 장면은 마치 영화 <신과 함께>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 그런 나부를 관음이 도와 용녀를 통해 어머니를 구할 길을 알려준다. 나라에서 내려준 벼슬도 마다한 나부는 어머니를 찾아갈 것인지 하권에서 그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옛날에 공자께서 하은주 삼대의 성인들을 따르고자 뜻하였으나 제왕의 지위를 얻어 그 정교를 행하지 못하시니 이에 노나라 역사를 기준으로 삼아 <춘추>를 지어 선을 높이고 악을 낮추셨다. <서문 중 일부> - P11

(소귀)한탄하노니, 세상 사람들이 간교하여, 사람 사이에 예절만 많아졌다네.

(판관)처음에 만나면 입으로는 좋은 말을 하지만,얼굴을 돌리면 남들의 허물을 들추어내지

(소귀)스스로는 덕을 쌓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공염불한다고 비웃지. - P84

바라는 바가 있어서 선을 행하면 비록 선하다 해도 반드시 거칠게 마련이다. 이런 까닭에 군자는 그 도를 밝힐 뿐, 그 공덕이 어떠할지를 셈하지 않는다. - P96

문을 닫고 집 안에 앉아 있어도 화는 하늘에서 내려온다네. - P120

거간꾼 ‘탐貪‘자와 ‘빈貧‘자는 모양이 별 차이가 없지.

상인 당신의 ‘아牙‘자를 돌려 놓으면 ‘무无‘자가 되지.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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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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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자의 일이 아름다움을 말해주는 일이라면 그 일을 탁월하면서도 맛깔나게 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유홍준이다. 유홍준이 펴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국내 12, 일본 5, 중국 3편에 이르며 무려 500만부 이상의 판매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 외에도 박물관 순례기를 두 권에 걸쳐 출간했다. 유홍준이 새로이 출간한 책은 그의 인생답사 결과물이다.


유홍준은 자신의 글을 잡문으로 표현한다. 이는 옛 선인들의 문집을 읽을 때 정통적인 글쓰기라 말하는 저술보다 잡저(雜著)에 인생이 녹아있는데 그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의미에서 쓴 말이다. 도서는 유홍준이 28년동안 써 온 글을 선별하여 인생만사, 문화의 창, 답사 여적, 예술가와 함께, 스승과 벗 등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눠 수록했다. 후반부에는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담고 있다.


수록된 글은 한결같이 전통과 문화 혹은 사람, 인문적 정신에 대한 진정성이 묻어난다. 담배 이름 하나에서도 추억을 소환하며 좋아하는 바둑으로 한미 FTA를 해석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을 발굴해 낸 인사동 고서점 주인 이겸로 선생과의 일화도 눈물겹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장례식에 문화재청장이면서 개인자격으로 참여할 수 밖에 없었던 심정이 실감나게 전달되기도 한다. 북한 백두산을 방문하며 사뭇 진지해진 소감을 말하면서도 숙소에서 벌어진 재미난 이야기로 무게를 덜어내는 지혜가 담긴 책이다. 예술적 영감, 전통 같은 문화적 사유 위에 인간과 사회에 대한 애정이 깊게 묻어나는 잡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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