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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도 색깔이다
그리젤리디스 레알 지음, 김효나 옮김 / 새움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검정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면? 아마 '반짝반짝 빛나는'이 아닐까. 그러나 책 속의 레알은 마치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 말했다. '나의 고통까지도 반짝반짝 빛을 내기를!'

 사실 책을 읽어나가며 조금, 아니 많이 당황스러웠다. 출간 날짜 때문에 10월의 추천 도서에서는 빠졌지만, 신간 소개를 보고 나 역시도 이 책에 끌렸던지라 더 그랬는지 모른다. 나는 '혁명적 창녀'라는 명명과 추천사들을 보면서 후기나 부록과 같은 이야기들을 기대했다. 스스로를 창녀라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한 그녀의 직업관이나 혁명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막상 열어본 책은 이와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녀가 만났던 남자들의 이야기 - 책의 챕터 구분 역시 여기에 근거하고 있지 않은가! - 혹은 그녀 주변에서 그녀를 도와줬던 이들의 이야기로 가득한 책을 보며 도대체 무얼 말하고 싶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니까 옮긴이의 말처럼 '조금도 남김없이 퍼주는 그녀의 삶과 사람에 대한 과도한 사랑 때문'에 당황하게 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마침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남은 건 글을 쓰는 일. 글을 쓰려고 책 속의 레알을 떠올려 보았다. 어, 다시 생각하니 이 여자 참 대단하다. 몸이든 마음이든 그야말로 동하는 대로 불같이 사랑했었다. 예상치 못한 이별들도 많이 겪었다. 어디 사람만 그랬겠는가. 삶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었는걸. 하지만 그녀의 많은 모습 중에 울고 있는 모습은 기억에 없다. 그저 몸도 마음도 나누는 모습뿐. 生이 전력으로 부딪혀올 때에도 캔디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그런 여자. 삶을 긍정으로 꽃피울 줄 알았던 그런 사람. 아마 이 책에 쏟아진 많은 관심들은 온전히 그녀에게 바쳐지는 것이 아닐지.

 아아, 말을 꺼내면 무언가 계속 이어질 것 같았는데. 제대로 소화시킬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가보다. 나는 왜 '여성-몸-성'에는 이렇게 약한 것일까. (문득 학부 때 과제로 써야 했던 '날아라 금빛 날개를 타고'가 생각났다. 저 주제에 더해서 민족-기억으로 고민하느라 결국 중간고사 대체 과제를 학기 말까지 내지 못했지.) 그러니까 리뷰, 혹은 이를 빙자한 말뭉치는 여기서 매듭을 짓자. 르나르의 말이 아니더라도 너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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