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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놀 청소년문학 28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How to Steal a Dog)

바바라 오코너

Barbara O'Connor

2008(2007)

다산북스

 


국제독서협회 선정

2008년 '지구촌 사회에서

주목할 만한 책'

전미 도서관협회 선정

2007년 '올해의 좋은책'

스쿨라이브러리 저널 선정

2007년 올해의 책

미국 학부모및 교사 단체

페어런츠 초이스 선정 '추천작'

전미 사회과 교육협회 선정

2008년 '주목할만한 책'

전미 아동도서협회 선정

2008년 '주목할 만한 책'

뱅크 스트리트 교육대학 선정

'2007년 올해 최고의 책'

 

 

아저씨한테 신조가

하나 더 있는데 듣고 싶냐?

때로는 말이야,

휘저으면 휘저을수록

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법이라고.”(p. 203)


 


 



Georgina may be homeless, but she's not hopeless.

 

스토리는 아주 단순하다.

말 그대로 개를 훔쳐서라도 돈을 마련해야만 했던

11살 소녀의 이야기이다.

 

머리로는 분명히 아무리 어린 아이라고 해도

다분히 의도적으로 타인의 개를 훔치려 한 소녀의

행위를 비난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왜  아이에게 작은 행운이라도 따르기를

바라게 되는지

  

숨겨놓은 개가 어디로 도망가 버리지는 않을지

같이 걱정하고, 무키 아저씨가 조지나의 거짓말을

주인에게 사실대로 말해버리지는 않을지

함께 고민하고, 급기야 이왕이면

조지나가 아예 부잣집 개를 훔쳤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까지 하고 만다.

 

2007년 발표된 가족소설이자 성장소설인 이 작품은

책 뒤 표지에도 쓰인 것처럼 여러 협회와 단체에서

올해의 좋은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몰락한 중산층, 가정의 붕괴, 그리고 이것이

어린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까지

주인공 조지나의 학교생활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흔히들 엄마는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를 보호해내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이 책에서 조지나의 엄마는 강하지 못하다.

사실 조지나의 엄마라고 해서 이 상황에 초연할 수
있을까? 조지나의 입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도망가 버린 것이지만, 그녀의 입장에서는
같이 살자고 약속한 남편이 처자식을 버리고

도망가 버린 것이다.

 

조지나의 엄마라고 해서 나이가 몇이나 될까?

기껏 해 봤자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일  텐데...

어떻게 보면 딸보다 엄마가 더 막막하지 않을까?

아예 더 젊었거나 아예 더 나이가 들었더라면

또 모를까, 중년여성에게 갑자기 닥친 이 위기의
무게는
내게도 다 아찔하다.

이 정도면 정말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중

하나가 아닐까? 하필 경제는 최악이고, 일자리는
모자라 난리니 돈은 
대체 어디서 번단 말인가?

 

사유지에서 또 한 번 쫓겨나자 뒷좌석에

아이들을 태우고도 서러운 눈물을 숨기지 못한 채

"아무래도 내가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할 것
같아
.”라고
말하며 우는 엄마의 모습은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  



동시에, 주인공 조지나 역시 친한 친구에게 살던  

집에서 쫓겨나 다 찌그러져가는 자동차에서 숙식을
해결한다는 사실을 들켜버린 마당에
아빠와 엄마를
비난하는 마음이
어찌  생
기지 않을 수 있겠나 싶어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양쪽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된다.  



우리나라 옛날 TV드라마라면 엄마는 강인한
정신력과 불굴의 의지로
무엇이든 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 보란 듯 살았을 텐데
.
아이는 철이 없거나
아니면 철이 너무 일찍 들어
한껏 의젓한 모습으로
눈물을 참으며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갔을 텐데.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내게는 그래서 짜증내고  

불평하는 조지나의 식구들이 한층 더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그저 갑작스레 닥친 현실 앞에 무방비하게 쓰러져,

세상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

끝없는 자기 연민과 비애에 빠지는 가 싶다가도,

어느새 저쪽 구석에서 으쌰하고 기운을 내보는,

완전하지 않기에 더욱 보듬어 주고픈

평범한 나와 이웃들의 모습 그대로니까.

 

소설 전반부가 개를 훔치기 위한 방법과 그 과정에  

충실했다면 후반부는 개를 훔치고나서부터의  

이야기에 치중했다. , 후반부는 조지나 스스로의  

내면 싸움에 초점이 맞춰진다. 개를 훔쳤다는  

제 안의 양심의 목소리를 과연 조지나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 과정이 참으로 흥미롭다.   

 

마치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엄마처럼  

이야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그 안에 분명 소중한 교훈도 담겨있다.

그저 스토리텔링이 뛰어나다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팩트는 하나다.

"힘든 시간을 겪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쁜 짓도 하게 되는 법이지.

그렇지 않니?

하지만 그렇다 해도……

네가 한 짓은 정말 나쁜 거야, 조지나.

그건 변하지 않아.”(p. 247)

 


어린 소녀가 남의 개를 훔쳤다는 것.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조지나가 왜 어떤 상황에서 타인의 개를 훔치려고
마음을 먹었는지
. 또, 조지나 스스로도 양심의  

가책을 받고 있는 것도 안다.

 

어린 아이들이 읽으면 정말 좋을 책이다.

남의 물건을 훔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배우고

단지 외모만 보고 학교에서 친구를 따돌림  

시킨다거나 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가족의 소중함도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자신이 어떠한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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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일시품절


 
출간 즉시 33만 부 판매!

32주간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 No.1 기록!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Schneewittchen muss sterben

넬레 노이하우스 Nele Neuhaus 지음 / 북로드 (2011)

 

평화롭게만 보이던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가공할 만한 살인사건,

인간은 과연 얼마나 또 어디까지 잔인하고 무자비해질 수 있을까?

 

한 마디로 말해서 종잡을 수 없는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추리소설로 분류되겠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나게 기가 막힌 사실이 '떡 하니' 버티고 있어 단순히 '미스테리  

추리소설'이라는 울타리에 가둬두기가 아쉽다. 인간 본성의 그 추함과 악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무를 다하지 않는 경찰과,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과 성관계를 맺는 선생 겸 (부도덕한)문화교육부 장관, 그리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환자에게 고의로 약을 다르게 처방하는 의사 등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추리소설이니만큼 독자의 입장에서는 과연 사건의 배후에 있는 인물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혹여 스포일러라도 누출하게 될까 조마조마하며 

리뷰를 작성하려니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다. 혹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대체  

어떤 책이냐고 물어오는 이가 있다면 책 뒤표지에 쓰인 대로 '인간 내면의 감출 수 없는  

추악한 본성'을 마주하게 될 거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하고 싶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분명 이 말에 모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토비아스다. 만화나 TV드라마에 나올 법한 꽃미남에 운동이면 운동,  

공부면 공부, 게다가 성격까지 좋고, 못하는 것 하나 없는 인물로 한때는 의사가 되려  

했던 수재다. 여심을 뒤흔들어놓는 예쁘장한 외모로 학창 시절 초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던  

것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쉽게 말해서, 감옥에 들어가기 전까지 토비아스는 

"레전드급"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그가 백설공주처럼 예뻤던 전학생이자 결국 자신의  

여자친구가 된 스테파니와 친구 로라를 살해했단다. 자신은 살해한 기억이 없다지만  

모든 증거가 그의 옷, 차, 집에서 발견돼 결국 그는 감옥에서 11년을 복역했다. 그러나  

오랜 만에 돌아온 마을에서 그를 반기는 사람은 아버지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다. '그를  

기다리는 것은 핑크빛 미래가 아니라 사회의 편견과 예정된 패배다.(P. 9)' 이 이야기는  

토비아스가 형을 마치고 출소하는 그 순간에서 시작된다. 살인자라며 집 앞에는 협박성  

낙서가 가득하고 복면을 두른 괴한들로부터 습격을 당하고, 손님들로 늘 북적거렸던  

아버지가 직접 운영하시던 레스토랑은 문을 닫고 변변한 수입이 없어 부모님은 결국 

이혼하시는 등 토비아스의 가정은 말 그대로 풍비박산이 났다. 자신이 감옥에 있는 동안 

부모님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과 부당한 비난의 무게에 토비아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급기야 조용히 마을을 떠나 다른 곳에서 새 출발하려던 다짐은 마을 사람들의 협박과  

냉대에 강한 적대감으로 변질되고 만다. 그러던 찰나 그의 앞에 스테파니를 쏙 빼닮은  

아멜리가 등장하고 그 아이가 지난날 사건에 대해 중요한 그 무언가를 찾아내면서,  

11년 전 살인 사건의 진범을 밝혀내게 된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아무래도 범인을 찾아가는 그 과정에 있고, 최고의 추리소설이라면  

아무래도 잡으려 애를 써도 쉽게 잡히지 않는, 말하자면 알리바이가 완벽히 성립되는  

범인이 등장하는 소설이 아닐까? 작가가 교묘한 장치를 심어둘 수록 당연히 읽는 재미는 

배가 되니 말이다. 이 작품에서도 주변인물들을 하나씩 뜯어보면, 이래서 범인 같기도  

하고, 또 이래서 범인이 아닌 것도 같다. 스테파니를 좋아했던 자폐아 티스도,  

당대 최고의 여배우로 우뚝 섰지만 어려서부터 지나칠 정도로 토비아스를 짝사랑해온  

나디야도, 고등학교 시절 은사이자 당시 스테파니를 사이에 두고 자신과 삼각관계였던  

현 문화교육부 장관 라우터바흐도와 그의 아내 다니엘라도, 그 사건 이후 홀연히 자취를  

감춘 라르스와 다른 친구들도. 그렇다면 사건의 진범은 누구일까? 추리소설이 늘 그렇듯,  

초반부에는 사건의 정황을 장황하게(혹은 풍부하게)늘어놓고 중후반부에 범인을 밝혀내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 책 역시도 마찬가지다. 분명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야기는 

급 물살을 타고 궁금함에 못 견뎌 책장을 덮을 수가 없어질 것이다.

 


토비아스는 그 사건의 범인일까 아닐까? "그거 알아요? 그때 당신네 동료들이 수사를  

제대로 했으면, 그래서 진짜 살인자를 찾아냈으면 우리 부모님도, 나도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P.146) 인생 최대의 황금기인 20대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촉망 받던 사내. 의사가 될 수도 있었을 정도로 수재였던 데다 잘 생기고 성격도 좋아   

그야말로 초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토비아스.  


"난 더 이상 미래도 없어. 누군가가 내 인생을 망가뜨렸다고. 그런데 지나간 일이니까  

잊어버리라고? (P. 155)" 진실을 알고 싶다는 토비아스의 울분에 찬 외침이 바로  

이 소설의 핵심이다. 토비아스를 보자마자 한 눈에 반한 아멜리가 그렇듯, 독자 역시도  

토비아스의 무죄를 믿으며 그를 변호하는 입장에서 그 때 그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사라진 스테파니로 보이는 꽃다발을  

든 여인이 그려진 국내판의 표지와 달리 원서의 표지는 대체로 풍향계가 그려져 있다.  

풍향계의 의미가 무엇이길래?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이나 배신했는데 그때마다  

수탉이 울었다 한다. 그래서 기독교에서 수탉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상징하는  

동물이자 정의를 상징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토비아스는 정말로 누명을  

쓰고 있으며, 가려진 진실이 있다는 말로도 해석이 되는데...  

자, 수탉의 울음소리가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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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켄 스토리콜렉터 1
아리카와 히로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키켄 - 재기발랄 공대남들의 열혈 캠퍼스 스토리
 


온 힘을 다하여 무의미했고, 온 힘을 다하여 무모했고
온 힘을 다하여 진지했다.

도대체 그런 시절을 인생에서 얼마나 보낼 수 있을까? (p. 301) 

개인적으로 좀처럼 읽어본 적 없는 소년만화(?)틱한 표지에 처음에는 읽어볼까 
말까 고민했는데
,
오랫동안 읽지 않은 청춘 소설인데다 북로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소설이라 궁금증이 앞서 리뷰어 신청을
했다. 막상 책을 받아
표지를 보니
, ’일상이 무미건조한 당신, 지금 당장 ’폭발’하는 청춘을
만나’란다.
   


 
당장이라도 이 책을 읽어 기분전환을 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개인적으로 
몇 달째 정체불명의
피부병을 앓고 있어 외출도 못하고 잔뜩 울상인 채 살았는데 
어쩌다 보니 해가 바뀐 게 아닌가
?
병이 더디게 낫는다 해서 더 이상 웅크리고 
살 수도 없겠다 싶어서 마음의 짐이나 좀 덜어보자 하는 생각
으로 읽었는데
충분히 즐거웠다
책이 가진 여러 장점 중에서, 어찌 간접경험을 논하지 않거나
혹은 그 가치를 과소평가 할 수 있을까
?
무미건조한 나의 일상을 뒤로 하고,
다른 이들의 삶의 단편들을
접하는 동안 마치 내가 그들 무리의 일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시종일관 같이 키득거린다
. ’엄친딸’과의
로맨스를 기원해주고
기적의 라면
맛을 상상하고연유야 어찌됐건 이왕 출전한 이상, ’이기진 못해도 
지진 않겠다’는 젊은이 특유의 근성과 패기에 새삼 경이로운 눈길을 
보내기도 하면서
.

 
이 책의 제목인 키켄이란 낯선 이름은, 알고 보니 세이난전기공과대학의 동아리
기계제어연구부
약칭이란다. 작년 일본에서 출간돼 큰 인기를 얻었다는 
이 소설은
2004년 데뷔한 여성작가, 아리카와
히로의 작품이다여학생 하나 없는
공대생들의 이야기를 여성 작가가 천연덕스럽게 풀어냈다는
사실에 일순간 
멍해진 것은 아무래도 내가 촌스럽거나 상상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지 싶다
.

 

 
동아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니만큼 여러 학생들이 등장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축은 두 명의 동아리
실세, 우에노오오가미다. 우에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방 천장에 로켓 폭죽을 쏘아 올리며 일찍부터
부모를 
걱정시키던
, 말하자면 ’까딱하면 희대의 범죄자(?)’가 되었을 인물이고
오오가미는 박력 덩어리로
모두를 예의 그 눈빛 하나로 제압하는 인물이다
이 이야기는 2학년이던 그들이 3, 4학년이 전무해
존립 위기에 처한 동아리를 
구해내고자 신입생을 모집해 고군분투하던 그 해
 1년 간의 이야기이다.

 
그래도 키켄 이야기를 할 때의 당신은 즐거워 보여요.”(p. 53)

키켄이란, 1학년 모토야마의 아내의 말처럼 그저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해도
이야기를 꺼내기만 해도
기분을 즐겁게 하는 그런 존재다. 그때의 ’나’와 
그때의 ’너’그리고 그때의 ’우리’가 있던 ’그곳’이니까.
그때 우리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상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또 이별을 겪는가 하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을 알게 돼공통된 목표와 꿈을 갖고 함께 
노력하지 않았나? 그 공간과 시간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새록새록 피어나는 
당시 인물들에 대한
기억에 선뜻 마지막 책장을 넘기기가 아쉬워진다
다만, 다 좋은데 ’기적의 맛’에 할애된 부분이 너무 길었지 않나 싶은 
아쉬움이 든다. 그게 바로 아리카와
히로가 들려주는 유쾌한 이야기들이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의 다른 표현이겠지만. 
  
여담인데, 책날개에 소개된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 책도 흥미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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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찾기
전아리 지음, 장유정 원작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책을 아직 읽지 않은 경우,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돼 있으니 유의하세요.) 
 


책이 묻는다. ‘당신의 첫사랑을 기억하십니까?’라고.
당신이라면 무어라 대답하겠는가?


이제는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그 옛날 아이러브스쿨이란 사이트가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던 때가 있다. 그 엄청난 인기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사회인이 되어 바쁘게 살던 우리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과거

그 시절의 친구들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아니었나? 게다가 어디 친구뿐인가?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첫사랑도 찾을 수 있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과연 묻고 싶다. 첫사랑을 기억하냐는 질문에 뜨끔하지 않을 사람이 있냐고.
첫사랑이 누구냐는 질문에 선뜻 얼굴 하나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지 않을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12월 한겨울, 그것도 크리스마스를 코 앞에
둔 시점에 이쯤하면 질문이 참 도발적이다. 첫사랑을 기억하냐는 질문에
나 역시 대뜸 "물론이고 말고"라고 대답하며 내심 이 책과의 조우를 기다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뮤지컬로 보려다가 번번이 기회를 놓쳤던 이 작품을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접해서인지 내 예상을 많이 빗나갔다.


그런데 대체 김종욱이 누군가? 출판사에서 기획편집자로 일하는
여주인공 효정이 인도에서 만난 남자가 바로 김종욱이다.
오지에서 만난 인연이니만큼 더 없이 애틋하고 달콤하지만,
그 인연의 끈이 짧으니 이를 어쩐다! 친구 결혼식 뒤풀이에 가서 효정은
우연히 성재를 만나고 그와 함께 자신의 첫사랑 김종욱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이다.

솔직히 나는 여주인공의 심리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김종욱을 향한 그녀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효정처럼 나 역시 ’영원히 남는다는 걸 무섭다’고 생각하고, ’추억도 적당한 때가
되면 소멸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일까?


나이를 먹어갈 수록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게 참 어렵고 또 그래서 신기하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사랑 앞에서 지나칠 정도로 머뭇거리기만 하는 효정의 태도에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머뭇거리기만 할 게 아니라 그냥 마음이 말하는 대로 사랑하면 안 되나 싶은 마음이다.
그토록 사랑했고 아직도 못 잊겠다는 그 남자를 어떻게서든 찾아내고 싶다면서도
"인연이면 어떻게든 만날 줄 알았죠. 이젠 너무 늦었어요”라는 그녀의 마음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성재가 효정에게 말한다.
"해볼 수 있는 데까지는 노력해 보고, 그 다음에 인연 타령해요.
운명이고 자시고를 떠나서 그게 사랑에 대한 자세예요." (p. 242) 성재의 말이
내 심정을 대변한다. 사랑이란 것도 노력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거니까.

김종욱을 다시 만나도 인도에서와 똑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는지
겁이 난 효정은 자신에게 다가온 성재에게 “난 누굴 만날 준비가 안 됐어요.”라며
경계를 두기 바쁘다. 그러나 성재는 첫사랑은 그대로 두고 둘이서 새로 사랑하잔다.
단지 효정뿐만이 아니다. 성재인들 첫사랑을 잊을 수 있을까?
누구에겐들 애틋하지 않은 첫사랑이 어디 있으며, 영화처럼 기가 막힌 사연이
없는 첫사랑이 어디 있을까? 누구나 쉽사리 잊지 못하는 것이 첫사랑이다.
성재의 말대로 굳이 잊으려 하지 말고, 첫사랑은 첫사랑대로 두고 기억이 나면
기억이 나는 대로,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가끔씩 떠올려 보면 되지 않을까?
잊으려 애를 쓰면 애를 쓸 수록, 그 기억은 점점 더 오래 가고 점점 더
깊어질 것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의든 타의든 당사자의 왜곡되고
변질된 기억이 겹겹이 쌓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난 내 김종욱이 내 첫사랑이라서 좋았고, 고마웠어요.”  

가슴 깊이 묻어둔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려 보라던 이 책은, 첫사랑보다는
지금 현재의 사랑에 더 충실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연 첫사랑이 무엇인지
새삼 생각해보게 만든다. 누군들 안 그렇겠냐 마는 첫사랑은 어머니만큼이나
애틋한 대상이 아닐까? 다른 모든 것을 차치하고 온전히 사랑에만 충실했던,
그리할 수 있었던 자기 자신을 언제 또 보았단 말인가? 게다가 대개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듯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아쉬움과 미련이 더 해져,
오랜 시간이 흘러서도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건 아닐까? 그때 그 시절 그곳에서
만나고 헤어진 첫사랑의 기억, 아마 생을 통틀어 가장 순수했을 순간에 대한
오랜 그리움과 동경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을 것 같다.
말 그대로 첫사랑이란 게 다 그런 거 아닐까?


첫사랑이란 건 조금씩 덜 익거나 부서진 구석이 있기 마련이라
그 모자란 부분 속에 환상을 채워 넣을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영화를 보고 책과 비교해서 리뷰를 써야 더 좋을 텐데,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다.
영화 사이트에 가서 검색해보니 기본적으로 남녀 주인공의 직업이 변했다.
효정의 직업은 뮤지컬 감독으로, 성재의 직업은 여행사 영업사원으로.
영화평을 보니 영화도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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