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관하여 - 비판적 성찰의 일상화
강남순 지음 / 동녘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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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미투 운동 (#MeToo Movement)을 비롯해, 흑인 아동 모델에게 논란을 일으키고도 남을 문구(Coolest monkey in the jungle)가 적힌 티셔츠를 입힌 H&M에 분노한 유명인들의 발언이 시선을 끌고 있다. 『배움에 관하여』는 일상에서 하도 빈번히 일어나는 탓에 무뎌져 있었는지 모르는 외모 차별·성차별·나이 차별·학력차별·계층 차별·인종차별 등의 다양한 폭력과 차별에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를 알려준다.




이 책은 미국 신학대학원에서 현대철학과 신학을 가르치는 강남순 교수가 작년에 발표한 에세이로 '배움-비판적 성찰-일상'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풀어 하나로 연결한다. 그런데 왜 배워야 하는가? 나와 내가 몸담고 살아가는 세계를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다. 강남순 교수는 진정한 배움은 단순한 정보의 축적이 아닌 비판적 성찰의 과정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타자와 자신을 억압과 차별적 구조에 방치하지 말자고 한다. 왜? 자크 데리다의 말대로 '무관심은 인류에 대한 범죄의 시작'이니까.  



강남순 교수는 '어찌하다 보니' 매우 다양한 운동에 개입하면서 살아왔다고 말한다. 


성차별은 물론 흑인 인종차별, 미국 원주민 (소위 Native American) 차별, 성소수자 차별, 그리고 홀로코스트 문제를 다루는 모임 등 다양한 종류의 변혁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계기가 많았다. p. 199



강 교수가 자신과 성, 인종, 성적 성향, 종교 등이 같지 않더라도 이처럼 다양한 변혁 운동을 지지하고 개입하는 데는 두 가지 까닭이 있다. 첫째, 그 차별과 억압이 특정 집단에만 향한 것이 아니라 '인류에 대한 범죄와 차별'이기 때문이고 둘째, 인간의 이기성은 설사 동질성을 나눈다 해서 그 의도가 자기 이득과 공공선의 확장을 균형적으로 모색하는 데에 언제나 순수하게 작동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강 교수는 앨리스 워커의 소설 『컬러 퍼플』의 한 구절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지요."를 인용해, 누군가 '저편'에서 차별받고 있는 것은 결국 '이편'의 삶도 일그러져 있음을 의미한다며 '함께 실존 co-existence'을 강조한다. 




보다 나은 세계에 대한 희망이라는 말이 퇴색한 것처럼 들리는 시대다. '모든 것이 잘 될 거야'라는 상투적인 희망의 약속이나 위로의 말도 때에 따라서는 오히려 고문처럼 느껴진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절망이나 회의주의에 빠져 있을 수만도 없다. 저자의 말대로 다양한 불평등의 구조와 문제에 대한 예민성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하고, 불완전한 삶의 조건들 속에서 '당당한 명랑성'으로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희망이 제자리를 이탈해 방황하는 이 시대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좌절하고 금수저 타령을 비롯해 노오력이니 헬조선이니 자조 섞인 신조어를 양산해왔던가. '당당한 명랑성'이라,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가질 수 있다면, 마음 한가득 갖고 싶은 말이다. 자크 데리다가 죽기 3일 전에 작성했다는 장례식 조사의 한 구절처럼 '언제나 삶을 사랑하고 생존하여 살아냄을 긍정하는 것을 멈추지 않기'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구원받으라는 청년들이 글쎄 미국의 강 교수 집까지 찾아갔었다고 한다. '구제 불능의 선교열'이라고 일갈하며 '당신들도 제도화되고 교리화된 종교가 양산한 복합적 문제의 희생자'라 부르고, 관광객과 선물가게로 뒤덮인 프라하 카를교에 설치된 예수상이 지나치게 상업화되었다고 지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찾아보니 이미 한참 전에 배타적 교단 주의 병폐를 극복하지 못한 한국 기독교의 폐해를 지적하는 책(『페미니즘과 기독교』)을 낸 바 있다. 



구원이란 특정한 종교에 소속되어 있다거나, 특정한 종교적 교리를 믿는다고 선언하고 암송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종교란 죽어서 천당에 가게 해주거나 모든 일을 잘 되게 하고 물질적 축복을 가져오게 하는 '구원 클럽'이 아니다. p. 42  



마지막 5장 '감히 스스로 생각하라'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보이는 여러 문제점을 다룬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상품화된 인문학과 스스로의 멘토가 되려고 노력하기보다 '멘토'를 찾는 요구를 경계하고, 남성과 비장애자, 이성애자가 독점한 한국 교회와 한국말과 호칭에서 나타나는 위계 주의적 딜레마 등을 지적한다. 특히 학교에서 가까운 학생이나 동료 교수가 강 교수에게 "How are you?"라고 물으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 질문에 답을 할 텐데, 그대는 이 답을 들을 최소한 30분의 시간이 있는가?"라고 답한다던 대목이 인상적이다. 아니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여러분들은 나에게 살아 있는 텍스트 living text'라 말하며 어떤 차별이나 편견도 없이 개개인의 '얼굴'을 봐주는 교수에게라면, 제법 잘 어울리는 말이다. 




사족_

그동안 쓴 수백 편의 글을 모아 세심하게 읽고 추리고 분류했다지만, 앞에 나온 내용과 상당히 유사한 내용이 뒤에 다시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다. 확실히 그 점은 옥에 티지만, 다른 책도 보고 싶게 하는 그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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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사랑이며 싸움이다 - 존엄하게 살기 위한 인문학 강독회
유창선 지음 / 사우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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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헤세, 카프카 등의 저서 12권을 골라 이야기를 풀었다. 단순 서평은 아니고, 책과 함께 삶을 이야기하고 싶단다. 




저자가 인용한 12권의 저서로 이야기를 풀어보자. 

조지 오웰의 말대로 '선량한 인간은 오직 죽은 자'인지 모른다. 모든 인간은 선과 악 어느 하나로만 규정할 수 없으니까.8 그래서일까, 오히려 비도덕적이고 이기적인, 사악한 인간들이 승리하는 경우도 많다.9 저마다 자신의 기준으로 진리를 말하며 그것에 집착하고 싸운다.10 또, 때로는 각자의 필요에 따라 영웅을 만들어 그 울타리에 갇혀살며 자신의 자유를 내던지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5  



문제는 모든 인간은 어느 조직에든 소속돼 살아간다는 점이다.3 그것이 인간의 숙명인데다, 모든 인간은 근원적으로 불안한 존재니까.7 그런데 만일 '내가 속한 조직'이 '나'와 맞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답게 살기'를 바라는 나와 어딘가에 소속돼 다른 이에게 위로받고 싶어 하는 나가 충돌할 때 말이다.2 타인의 욕망이 나의 욕망으로 둔갑한 삶을 살거나 둔갑하게 내버려 두거나, 아니면 기꺼이 나의 욕망을 이루고자 수고스러움을 즐기며 살아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생을 포기할 만큼 좌절하고, 누군가는 오히려 편하다며 애써 자위하며 살겠지만.  



선과 악이 얽힌, 근원적으로 불안한 존재끼리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니, 어찌 우리 삶의 본질을 고통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삶은 때때로, 아니 사실은 자주, 가혹하리만큼 고통스럽다.1 그러나 우리를 더 절망스럽게 하는 건 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자기 자신뿐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인간으로서 나의 자존과 품격을 지키기 위해 애써야 한다.6 또, 슬픔을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 슬픔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충분히 슬퍼해야 한다.4 그저 먹고살기 위한 생존과 경쟁에서 벗어나 먼저 자기 자신을 돌봐야 한다. 자기 내면을 성찰하고 돌보며 채워나가는 일이야말로 세상을 향해 진실한 행동을 하기 위한 재출발점이니까.12 내면의 사유와 의지를 통해 외부 세계를 자기 자신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서로가 자기 이익을 넘어 초연한 사랑으로 대화할 때 우리는 비로소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11




Life is a fight. 삶은 싸움이다. 삶의 본질은 고통이다. 과연 무엇을 위한 싸움일까? 삶이란 자기 배려에서 출발해 외부 세계를 자기 자신 속으로 끌어들이는 '사랑'을 얻고, 유지하기 위한 힘든 싸움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은 그 싸움의 시간의 총합인지도 모른다. 더러는 그 싸움이 한없이 고통스럽고, 외로움에 절망을 맞닥뜨리게 하고, 나 자신의 품격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슬프게도 그 순간은 자주 찾아온다. 희망이 생긴다고 해서 절망의 이유가 자동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누구의 삶이든 희망과 절망은 교차하는 법이다. 지금 이 순간, 모든 이들이 저마다 각자의 시련을 견디며 살아간다는 사실이 어쩌면 이 싸움판에 뛰어든 나와 당신을 덜 외롭게 할지도 모르겠다.  




1. 프리드리히 니체, 『이 사람을 보라』

2.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3. 프란츠 카프카, 『성』

4. 롤랑 바르트, 『애도일기』

5. 루쉰, 『고사리를 캔 이야기』

6.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7. 프란츠 카프카, 『변신』

8. 빅토르 위고, 『파리의 노트르담』

9. 호메로스, 『일리아스』

10.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11.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12. 미셸 푸코, 『주체의 해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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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래보고서 2018 - 세계적인 미래연구기구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2018 대전망!
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이영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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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예측 도서를 읽을 때면 인공지능과 로봇에 가장 관심이 간다. 간접적으로 인간의 생명 연장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일자리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말한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일자리를 변화시킨다. 실업률은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2025년까지는 전체적인 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그 후로도 몇 년 동안은 괜찮을 가능성이 높다. '고. 초기에는 기회가 불평등해 혼란이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긍정적이라고 덧붙인다.  




문제는 다수를 차지하는 중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다. 중간층과 하위층의 일자리가 자동화되면, 둘 중에 임금이 높은 중간층의 일이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하위 직종은 공급이 넘쳐 임금이 낮아지고, 상위층의 일자리는 줄어 임금이 올라간다. 즉, 부의 양극화가 지금보다 더 커진다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도 끔찍한데 앞으로는 더 끔찍할 테니 각자도생해야 한다. 『언제나 당신이 옳다』'던 자크 아탈리의 말이 떠오른다. 소수의 부유층이 임의로 유전자를 편집·수정해 아기를 낳는다고 가정하면, 부유층에 포함되지 않는 다수는 어떻게 될까? 부유층이 스마트 주택, 지능형 빌딩이라며 음식, 물 등 자원을 내부화한다면 저소득층의 주택은 어떻게 될까? 빈부격차가 초래할 지식의 격차는 어떤가? 소수가 독점한 새로운 지식이 다수의 대중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도록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을까? 흔히 말하는 '금수저론'과는 차원이 다른 지금보다 훨씬 더 원초적이고 극단적인 부의 양극화 현상이 대두될 위험이 크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 중 하나는 '1일 생활권 지구'의 탄생이다. 하이퍼루프 Hyperloop, 저압의 튜브 안에서 공기압의 압력 차를 이용해 빠르게 움직이는 초고속열차는 일론 머스크가 2012년에 제공한 아이디어에서 구체화됐다. 하이퍼루프는 430km 떨어진 뉴욕과 워싱턴을 30분 만에 연결한다. 훗날 북한과 통일이 되면,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북한을 거쳐 유럽 대륙까지 예상보다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말! 그런데 지난 10월 말, 국내 한 신문기사에 따르면 약 470km에 달하는 서울과 부산을 약 16분 만에 오갈 수 있다고 하니, 잘 지켜봐야겠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부분은 인공 자궁과 '(사람의) 아기를 낳는 로봇'이다. 인공 자궁은 이미 1955년도에 특허 기술이 나왔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2020년경에 동물의 인공 자궁, 2030년경에 인간의 인공 자궁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인간과 똑같이 생기고 똑같이 감정을 느끼는 로봇이 이제 인간을 대신해 아기까지 낳는다? 어쩌면 영화 <매트릭스>에서 보던 인공 자궁에서 태어나는 사람들을 실제로 보게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은지도 모른다.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부분은 인신매매와 같은 현대 노예 산업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 약 3천만 명의 노예가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19세기에 노예 무역하던 시절보다 많다. 게다가 놀랍게도 이들 대부분은 아시아에 있다. 매년 약 2백만~4백만 명이 노예로 팔리며, 상당수는 여자다.




『세계미래보고서 2018』는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영향력을 포함해 우리가 먹고, 입고, 짓는 것의 미래를 말한다.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윤리적 문제다. 지식을 독점한 소수 엘리트의 비윤리적인 의사결정을 통제할 수 있을까? 유전자 선택을 비롯해 인간 복제 및 인공 자궁과 같은 사안은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까? 또,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범죄요인을 미리 차단한다며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문제는 어떻게 할까? 개인의 권리가 우선일까, 집단 안보가 우선일까? 윤리적·정신적 교육을 기술이 진보하는 속도에 맞출 수 있을까? 이 모든 이슈는 <명견만리> 시리즈에서 왜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중시했는가 하는 것에서 답을 찾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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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을 위한 물리지식 - 자연현상과 일상, 가전기기에 숨어 있는 물리의 40가지 핵심 원리!
이남영.정태문 지음 / 반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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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나이 138억 년, 지구 나이 45억 년,

달이 생성된 45억 년 전 지구의 하루는 겨우 6시간.

작가의 말처럼, 수명이 고작 100년도 채 될까 말까 하는 

인간은 어떻게 이런 걸 다 알아낼까?

그야말로 '과학의 신비'다.



45억 년 전 6시간에 불과하던 지구의 하루는

달의 조석력으로 지구 자전이 느려지면서

지금처럼 '하루=24시간'이 되었다.

약 20억 년 후에는 '하루=90일 (2160시간)'이 돼 

1년 기준으로 딱 4번만 해가 뜨고 진단다.



하루 24시간이 너무 짧다며 바쁘게 사는 이에게

90일짜리 하루, 그러니까 2160시간짜리 하루를 

살게 하면 어떨까?

'내년에 보자'라는 인사는 '네 밤 자고 보자'가 된다.

90일짜리 하루라니, 뭘 해도 웬만해서는 

끝나지 않는 하루다.



90일 동안, 대체 얼마나 많은 일이 가능하고, 

또 불가능할까. 온갖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90일짜리 하루에는 좋은 게 더 많을까, 나쁜 게 더 많을까?

그 하루 엄청 살아보고 싶다!





『교양인을 위한 물리지식』을 읽던 중,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온갖 상상을 일단 멈추고 다시 읽어나간다. 이 책은 호모 사이언스라는 필명으로 브런치(www.brunch.co.kr)에 연재하던 글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무지개나 구름 등의 자연현상에서부터 냉장고, 스피커, 모니터 등의 가전기기 등에 숨어 있는 원리를 물리학적으로 접근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공명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그네 타는 춘향이를 데려오는데, 대략 아래와 같다. 참고로, 공명현상이란 주기적으로 진동하는 물체에, 그 진동수와 같은 주기로 작은 힘이라도 꾸준히 가하면, 물체의 진동 폭이 아주 크게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몽룡의 눈에 띄어야 하는 만큼, 춘향이는 그네 앞에서 얼마나 벼르고 벼렀을까. 이때 중요한 건, 춘향이가 탄 그네를 밀어주는 향단이의 타이밍이라고 한다. 만약 향단이가 그네의 진동 주기와 어긋난 주기로 밀거나 타이밍을 놓치면, 흔들림은 감소하고 공명현상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공명현상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기 위해 1940년에 시속 64km의 바람에 끊어진 미국의 타코마 내로우즈 다리(Tacoma Narrows Bridge)를 소개한다. 실제로 이 다리는 공명현상에 의해 다리가 끊어진 첫 번째 사례라고 한다. (그런데 '첫 번째 사례'라면, 두 번째, 세 번째 사례도 있다는 건지.... 궁금하지만 검색을 더 하지는 않았다.) 

 


TV 드라마에서 유성우가 떨어지던 어느 날 밤, 형이 동생에게 그동안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꺼낸다. 그 장면을 눈여겨본 저자는 바로 그 장면에서 케플러의 법칙을 말하기 시작한다. 과학을 전공한 학자의 눈에 비치는 세상과 일반 대중의 눈에 비치는 세상은 얼마나 다를까. 내가 바라보는 세상과 타인, 특히 과학자가 바라보는 세상이 얼마나 다른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그나저나 핼리 혜성이 지구를 방문한 게 1986년이라고 한다. 다음번 방문은 2061년이라고 하는데, 아이고, 너무 먼 미래다. 나도 2061년에 핼리 혜성을 볼 수 있을까...



기능적으로 볼 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남는다. 먼저, 책에 실린 40개의 이야기는 3개의 메인 카테고리-자연현상, 가전기기, 일상-로 나뉘니만큼, 챕터 구분을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또, 종이책이니만큼 일부러 신경 써서 그래프나 관련 도표를 훨씬 많이 넣었는데 안타까운 점은 그것들이 쉬워 보이거나 흥미로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학 도서가 아닌 일반 서적이면 그래프나 관련 도표가 큰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 들어간 것들은 과학 원리나 법칙을 설명하는 것들이라 표에 적힌 용어 자체도 낯설고 별다른 재미나 효과를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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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심리학 - 심리학자가 들려주는 음식에 담긴 42가지 비밀
멜라니 뮐 & 디아나 폰 코프 지음, 송소민 옮김 / 반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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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심리학』은 온라인 푸드 칼럼니스트 디아나 폰 코프(Diana von Kopp)와 편집자 겸 음식·건강 블로그 운영자 멜라니 뮐(Melanie Mühl)이 썼다. 무겁고 진지해 보이는 제목과 달리 42개의 짧은 이야기는 짧고 읽기 편한데, 아무래도 두 저자 모두 음식 블로그에 글을 연재한 경험 때문으로 보인다. 



40대 초반의 두 여성 저자가 고른 42가지 이야기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에서부터 햄버거를 포함한 다양한 정크푸드, 30일 다이어트, 구내식당, 와인, 케이크, 밀크셰이크, 몸무게 등 대체로 여성들이 더 관심을 보일 만한 주제를 다룬다.



익숙하고 일상적인 주제로 미처 알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장점인데, 다만 저자의 '결론'에 대해서는 동의도 반대도 어려운 게 유감이다. 예를 들어, 체중이 많이 나가는 웨이터는 손님이 알코올음료와 디저트를 시킬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며 일부 학자들이 미국의 레스토랑에서 웨이터와 손님 간의 상호반응을 관찰한 사례를 예로 드는데, 정말 웨이터의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손님은 더 많은 음식을 시킬까? 웨이터나 웨이트리스의 외모가 준수할수록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음식을 더 주문할 수는 있겠다 싶은데, 이런 경우는 글쎄 잘 모르겠다.



번역서의 밋밋한 제목에도 아쉬움은 있다. '음식'이나 '심리학'이나 책의 내용이나 성격과는 다소 멀게 느껴진다. 42가지 이야기 중에 '음식'의 비중이 높긴 해도 구내식당, 혀, 대형마트, 비즈니스 런치, 메뉴판, 웨이터 등 단순히 우리가 먹는 것(food) 외의 이야기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보다는 원제처럼 많은 이들이 아마 모르고 있을 '놀라운' 이야기라는 데 더 초점을 맞추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디톡스의 진실?


저자는 유명 연예인들이 마치 영양사라도 되는 듯 식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경계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디톡스 다이어트를 두고 '건강한 몸은 해독할 필요가 없다'라며 실제로 체내에 독이 쌓였다면 녹즙 한 잔으로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는다.


붉은 접시의 진실?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 중 하나가 바로 "꼴보기 싫은 친구는 빨간 접시에 음식을 담아줘라"다. 저자는 세 가지를 이유로 든다. 첫째, 옥스퍼드대에서 빨간색 그릇이 배고픔을 완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둘째, 붉은색이 원래 위험을 연상하며 셋째, 빨간 접시에 담긴 음식은 맛있어 보이지 않아 적게 먹는단다. 그런데 '붉은 접시'를 검색해 보면, 이렇게나 많은데... 


컴포트 푸드 (Comfort Food)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브리짓이 이불 속에서 컴포트 푸드(고민 상태에서 위로를 주는 거부할 수 없는 음식)로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먹는 대목이 나온다. 결론만 말하면, 컴포트 푸드는 '신화'라고 한다. 마법은 없어도, 맛은 있는 컴포트 푸드, 먹을까, 말까?  



우리가 음식에서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느냐, 어떤 음식이 매일 식탁에 올라도 되고, 어떤 게 절대로 오를 수 없느냐는 특정 음식문화 안에서 형성된 사회화의 결과다. (중략) 또 개인의 음식 세계 내에서는 교육, 학습과정, 경험, 기질에 의해 개인적 호불호가 형성된다. (p.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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