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마땅히 우산 살 곳이 없이 젖은 채로 정독도서관 도착. 지난번보다는 사람이 적은 듯했지만 그래도 앞자리를 꽉 차 있었다. 비오는 여름밤에 처녀귀신 강좌라니, 어째 좀 으스스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처녀귀신 이야기가 갖는 마이너리티 문화의 특성, 그 이야기 속에 숨겨진 사회성을 다양한 설화나 민담 이야기와 함께 들려주셨다. 세한도 강좌 때는 불을 꺼서 심히 졸렸는데-그 시간은 불을 켜놔도 졸린 시간이긴 하지만, 불을 끄니 한층 더!- 이번에는 밝은 분위기에서 강의가 진행되었다.
   한창 공포 영화가 유행하던 시절에 어느 평론가가 그랬다. 유신 시절이나 사회가 무서웠던 시절, 즉 무서운 존재가 실재하던 시절에는 공포 영화는 별로 제작되지 않았다고. 강사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이런 무서운 이야기들이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것이며,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된 부분, 그에 의한 희생과 상처를 계속 논의하게 된다는 것.
  나약한 존재인 처녀가 귀신이 되어서야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슬프면서, 요새의 공포 영화는 귀신이 학생이나 어린이가 되는 것도 이해가 됐다. 전래동화나 옛날 이야기가 가지는 그 숨겨진 의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이번 강의를 통해 이면의 이야기까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재미도 있었고, 생각의 폭을 넓어지는 느낌이 드는 좋은 강의였다.  

http://banjiru.tistory.com/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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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러브 2010-07-14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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