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강의 정리글을 올린, 정말 어줍지 않지만 진화생물학과 뇌과학, 인문학에 관심만 많은 처자입니다.^^
나온 지는 꽤 되었지만 인문학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지금에서야 (도정일, 최재천 공저) '대담'을 읽고 있습니다. 잠시 딴소리를 하자면^^;;,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인간의 사회, 정치, 문화와 같은 행동 양식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한 쪽은 재료를 제공하고 한 쪽은 설계도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문학 스터디인 우리는 자연과학의 문제에도 꼭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본론으로 들어와서~ 저의 질문은 이것입니다.  

  첫 번째로, 인문학에서 탈재현이라는 개념은 그 자체로 인문학을 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하는 듯이 보입니다. 개념에 대한 끝없는 비판, 반성이라는 측면에서 ‘철학하기’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두 번째로,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재현적 사고를 하게 된다면, 탈 재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대한 의문입니다. 개별 인간의 관점이 아니라 적어도 사회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자신이 쌓은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탈 재현은 결국 또 다른 이상향을 상상하는 ‘재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까?   

  대담을 보면 <인간의 이상과 꿈이 인간 존재의 보편적 존엄을 실현하자는 것이라면, 그 꿈을 향한 발걸음은 적어도 역사의 제한된 시간폭 안에서는 진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인문학자 도정일님이 말하십니다. 노예제 사회가 폐지되고 보편인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된 사회는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채운님은 푸코의 예를 들어 <역사 속에서 발전이라는 개념은 없다>라고 일축하셨지만, 이상향을 그릴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은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해 -그 결과가 어찌되던지 간에- 새로운 사회체제를 만들어내는 ‘원동력’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상상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상향을 그리는 능력을 통해 군주제부터 제국주의, 공산주의를 거쳐 민주주의를 만들었지 않습니까. 정치, 법, 규율 등 사회양식은 그 체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집니다.  이상향을 그리지 않고서 어떻게 기존의 불합리한 사회체제에 맞서 구체적인 대안이 되는 사회체제를 제시할 수 있는지요.    

  이런 이상향을 그리는 능력도 채운님의 강의에 조심스럽게 따르자면, ‘재현’이라고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탈재현의 논리가 재현의 ‘사회구성 기능’을 거세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  

  질문이 참 논리적 비하에 빠져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ㅠ 저의 논리에 따르면 이런 궁금증이 생기더라구요. 어디에서 제가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재현은 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채운 선생님 외에도 스터디를 같이하는 사우(師友)로서^^  

여러분의 의견 부탁드립니다. 
 

ps.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1. '상상력'과 '이상향을 그리는 능력', '재현'이라는 단어가 혼동돼서 쓰이고 있는 것 같네요 ㅎㅎㅎㅎㅠㅠ 2. 사회체제를 구성하는 기본 컨셉은 '재현으로써의 상상력'이 아니라 그 밖의 다른 것에서 기원한다고 하면 저의 논리가 완전 파괴 되네요. 그렇게 따지면 채운선생님의 '이상향'에 대한 예시는 재현의 개념을 매우 헷갈리게 하는 말이었다고 투정부릴겁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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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19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질간질, 머리를 간질이는 생각들이 떠오르는데 답글을 적자니 도무지 말이 잡히지 않네요. :)
저는 역시 공부를 좀 더 해야할 모양이에요. 다른 분들의 의견이 궁금해요 저도. ㅎㅎ

blue0729 2010-01-19 19:11   좋아요 0 | URL
역사에서 발전을 따지는 것은 소용없는 것이다 라고 일축해버려도/// 분명 노예제 때보다는 민주주의가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잖아요.그쵸?ㅎㅎㅎ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만약 '최다수에게 이득이 되는 사회체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망상일 뿐이다' 라고 결론이 난다면, 그렇다면 지배계층이 어떻게 사회를 구성하든 아무런 불평불만을 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독제체제 돌아간다고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매우 무서운 발상입니다.

froghong 2010-01-21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오늘 아침에 버스에서 지인을 만나서 인문학 강의에 대해서(제가 읽는 책을 보더니 무슨 공부하냐고 물어보길래..설명을 했답니다)이야기 하다가..지나가는 소리로 '그런데 이게 꼭 무슨 말장난 하는거 같아요...재현, 재현을 넘어 사유하기(아직 제가 3장까지 못 읽었기에...이 말이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답니다) 아~~정말 난감한 거 있죠...설영하기도 어렵고...말을 비비 꼬여 놓은 것 같고..그래요....'라고 이야기 했답니다...제가 너무 단순해서 아~~어렵다 그러면서 책을 보고 있어요..ㅎㅎ 궁금함이 많은거...너무 좋습니다. 우리 한번 2강을 기대해 보죠

blue0729 2010-01-21 23:09   좋아요 0 | URL
저두 책을 겨우겨우 보고 있는데//ㅎㅎ 너무 이 개념 저 개념 뒤섞여 있는거 같아서;; 감을 잘 못잡겠더라구요~ ㅎㅎ 강의 들을때는 머리가 훤해졌었는데- 흠// 저도 4장까지 다 못읽어서 그런걸까요?ㅎㅎ 벌써 내일이 2강이네요! 추운데 따숩게 조심히~ 내일 뵈요^^

blue0729 2010-01-23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2강을 다녀와서// 바로 컴퓨터를 틀었어요- 저의 아둔함을 만천하에 까발린 이 글을 지우고 싶지만,
그래도 접혀진 '주름'은 흔적없이 펴서는 안되는 것이겠지오ㅎㅎ
이 질문 자체가 틀렸다는 것을 드디어 알았네요..ㅎㅎ 사회체제-이상향-를 혁명가가 머리로 '그린'다음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군요. 만인이 삶에 부조리를 느끼고 거기에 대항해서 싸울때 즉, 사회체제에 대항하여 시민들이 탈 재현의 사고를 했을 때, 사회체제가 뒤집어지는 혁명이 일어나는 것 이었습니다. 그래서 혁명-사회체제의 전환-은 한 사회가 타락할데로 타락해야지 일어나는 것이군요.. 혁명가는 재현을 하지 않는다. 그저 눈 앞의 일에 투쟁 할 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허허// 개인이라는 미시적 측면으로도, 사회라는 거시적 측면으로도 '우연'은 이렇게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군요. 인간 세상을 이리도 휙휙 휘두르다니- 그래도 각 개인이 삶에 정면으로 투쟁했을 때 일어난다는 점에서 아주 감명깊게 느껴지네요.ㅎㅎ 인간만세! 아모르파티!

sensualist 2010-01-29 03:29   좋아요 0 | URL
blue0729님께서 이곳 온라인에서 열심히 활동해주셔서 제가 다 감사하네요! 특히 이 리플은 제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알라딘공부방지기 2010-01-29 17:15   좋아요 0 | URL
blue0729 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ㅜ_ㅜ

from 못난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