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보다 느린 세상 - 수식 없이 이해하는 상대성이론
최강신 지음 / Mid(엠아이디)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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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불판에 손을 대고 있으면 일분이 한 시간 같지만,
예쁜 여성과 함께 있으면 한 시간이 일 분 같을 것이다.
이것이 상대성이론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1929)


2014년,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기록한 세 번째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 _아바타와 겨울왕국이 1,000만 돌파_ 북미 시장에선 찬밥이었다는데 한국과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지. 부정(父情)을 다룬 애틋한 감정코드가 우리네 정서와 맞았다든지 지적 과시욕이 강한 우리네 허영심과 어우러진 결과라든지 등등 여러 분석이 나오곤 했다. 그런 원인도 있었겠지만, 본디 아는 만큼 보이는 법. 흥행이란 그 시대에 그런 과학적 코드(상대성이론 같은)를 관심 있게 수용할 수 있는 지식 인프라 수준이 그 단계에 올랐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결과물이라 나는 생각한다. 한국과 중국의 과학에 대한 지적 호기심(아이들의 교육적 측면을 포함한)이 우주로 뻗어나가는 시점이랄까... 뭐 그렇다는 거지.

 

물론 나도 그 천만 명 속의 하나였다. 입소문을 낸 자발적 홍보맨이었고... 무엇이 나를 그 영화에 빠지게 하였을까? 무엇보다 인터스텔라에서 다룬 차원의 문제가 가장 흥미로웠다. 그 다음이 중력에 의해 달라지는 시간의 문제였고... 과장된 SF영화란 것은 틀림없으나 그래도 그 속에 내포된 과학적 원리가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고 매우 짜릿하게 다가왔다. 특히 책장을 사이에 두고 차원을 달리한 아버지와 딸의 만남이 나에겐 압권이더라. 이건 5차원의 의미와 함께, 다르게 흘러간 시간에 의해 과거와 미래가 만날 수도 있다는 공간의 문제, 즉 시공간을 다루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매우 잘 녹아든 장면으로 기억된다.

 

우리가 사는 3차원의 공간에서 5차원을 언급한다는 것은 나의 지적 영역을 뛰어넘는 부분인지라 좀 뭐~하지만... 옳고 그르고를 떠나 나름껏 풀이하기는 별로 어렵지 않다. 공간 개념인 3차원에 '시간'이란 인식의 개념을 더하면 4차원이 되고, 여기에 시간 관찰자의 입장에서 1차원을 더하면 5차원이 된다. 이해의 포인트는 한 차원이 높은 곳에서는 다른 차원을 완전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3차원의 우리는 물체를 2차원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입체의 뒷면을 보지 못하지만, 4차원에서는 면 뒤의 상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관찰자의 시점'이다. 이 개념이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 쿠퍼가 5차원의 개념으로  딸과 조우하는 장면>

 

이즈음에서 나는 동양적 철학의 오묘함을 생각한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라는 현학적 문제가 이해되기 시작하고, 여기에 시간을 대입하면 공간 차원의 문제는 또다른 영역으로 확장된다. 그러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나에겐 호기심 덩어리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에 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론을 아주아주 쉽게 설명한 책이 있어 손에 잡게 되었다. MID에서 출판한 최강신 교수의 <빛보다 느린 세상>은 복잡한 수식은 뒤로 미루고 쉬운 도해를 통해 상대성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대성 이론의 입문자에겐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책이라 하겠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빛'을 매개로한 시간의 흐름이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관찰자의 시점'에 따라 개체의 크기와 무게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시간도 다르게 흐른다는 것이다. “물체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 관찰하는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느냐, 이들 주변에 어떤 물질들이 같이 놓여있느냐에 따라 물체의 성질이 달라진다(33쪽)”는 거지. 시간은 물체의 속도와 중력의 영향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는 것, 이것이 상대성이론의 핵심이며 많은 소설과 영화의 주된 소재가 되기도 한다. 길이와 시간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즉 상대적이라는 것... 묘한 개념이다.

 

책의 제 1부는 특수 상대성이론에 대한 내용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은 등속도(일정한 속력_빠르기_으로 움직이고, 직선으로 움직인다) 운동에서의 ‘시간’ 문제이다.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서로간의 상대속도가 클수록 서로의 시간이 느려져 보인다는 건데, 부언하자면 "상대적으로 정지해 있는 사람이 움직이는 대상을 볼 때 시간이 천천히 가며 그 결과 움직임이 둔해 보인다."는 거다. 물체가 다가오거나 멀어지면 시간 흐름이 달라진다거나 빛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간다는 것이 생각거리가 된다. 이 시간의 개념을 차원의 영역에서 생각하면 '4차원 시공간'의 대칭 개념이 도출된다. 이 시공간의 대칭 때문에 움직이는 관찰자가 보는 시간과 공간의 길이가 달라지는데... 어쨌거나 이를 쉽게 요약하면 움직이는 물체는 길이가 줄어들고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거다. 어려우므로 그냥 넘어가자...

 

제 3부는 일반 상대성이론을 다루고 있는데, 이 이론의 기본 개념은 질량을 가진 물체 주변에서는 시공간이 구부려진다(시간 지연, 공간 왜곡)는 거다. 바로 중력(두 물체는 서로 끌어당기고, 힘의 크기는 각 물체의 질량에 비례한다)의 상대성이 문제가 된다. 중력이 강한(물체의 질량이 큰) 곳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시공간이 더 많이 휘어 상대적으로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거지(휘어진 그만큼 빛이 진행해야 하는 거리와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거다). 이걸 조금 다르게 중력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물체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장소로 '떨어진다'는 거다. 그런데 물체의 밀도가 무지막하게 높으면 그 안쪽은 빛도 탈출할 수 없다는 '블랙홀'이 되는데, 일반 상대성 이론은 이를 무지 잘 설명하고 있다는 거... 이건 양자역학의 개념에 의해 더 진보된 설명이 가능한가 보다(호킹 복사).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음과 같은 정리가 될 꺼다.
특수 상대성이론 :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성질 때문에 시간, 공간, 질량에 대한 개념이 보는 과점에 따라 달라져야 하지만, 그 관점들이 대등하게 옳다는 것...
일반 상대성이론 : 모든 것이 같은 빠르기로 '떨어지기' 때문에, 중력과 가속이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고, 빛이 떨어지는 것을 통해 중력은 공간의 변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까지 읽어도 뭐가 뭔지 모르는 방문자를 위해 두어 가지 동영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 권할만한 영상물은 2013년도에 방영된 <EBS 다큐프라임 - 빛의 물리학> 6부작이다. 이 영상물은 필히 봐야한다. 이것을 본 후 책을 보면 상대성이론과 각종 우주이론이 쏙쏙 이해가 된다. 그런데 '6부작 이런 긴 영상 보기 싫다'는 분을 위해 4분50초짜리 동영상을 하나 더 소개한다. 이건 이 책의 내용을 한방에 알게 해주는 대단한(?) 요약 동영상이다.

 

 《빛의 물리학》1부-빛과 시간 특수상대성 이론_#001

 《빛의 물리학》2부-빛과 공간 일반상대성 이론_#001

<4분50초짜리 동영상>

 

자~ 독후의 마무리를 해야겠다. 쉽게 생각하면 영화 <혹성탈출>은 속도에 의한 시간의 차이를 중시한 특수상대성이론이, <인터스텔라>는 중력에 의한 시간의 차이가 메인 프레임이라 하겠다. 이 책은 정말 어려운 수식은 뒤(제 4부)로 보내버리고, 별로 어렵지 않게 쉽게쉽게 이론을 풀어내고 있다. 컬러 이미지가 없어 좀 아쉽기는 하나 분명 입문자에겐 아주 유용한 책이라 생각한다. 내가 상대성이론을 처음 책으로 읽은 때가 고교 시절 마지막 즈음이었다. 그땐 일본 학자가 쓴 문고판 크기의 책이었는데... 어쨌든 이런 책이 많이 나와 우리 젊은이의 지적호기심을 채워주었으면 좋겠다. 직장의 도서관에 한 권 넣도록 추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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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3-21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라... 캬.. 기가 막히게 좋은데요. 이런 게 바로 정곡을 찌른다고 할까요. 이런 문장을 읽는 맛은 정말 좋죠...

표맥(漂麥) 2016-03-22 20:34   좋아요 0 | URL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라는 말... 이게 아라한 장풍 대작전인가 하는 영화에서 나온 대사로 한때 회자되었지요.
뭐~ 잘 아시겠지만... 사실은 플라톤의 이데아에 언급될 정도로 역사가 오랜 말입니다. 현상 뒤에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본질을 보라는 건데요. 플라톤은 보이지 않는 그것을 이데아(본질)라고 하였지요... 제가 가끔씩 애용(?)하는 귀절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