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경제학
신동준 지음 / 인간사랑 / 201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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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자管子? 관포지교로 잘 알려진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관중管仲의 사상을 모아 놓은 책이다. 내 기억 속의 관중은 지극히 실용(현실)주의자이면서 능력을 중요시 하는 인물로 그닥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분이다(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명재상 중 오늘의 중국을 있게 한 숨은 일꾼 주은래를 난 존경한다). 일포일폄一褒一貶이라 하여 공자께서는 관중의 도덕성을 질타하면서도 나라를 위해 세운 공은 매우 높이 평가하였으니 관중에 대한 나의 생각이 크게 어긋난 것은 아닐 듯하다. 만약 그의 재능과 현명함을 알아 준 포숙아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그는 역사에 비겁하고 용렬한 흔적만 남기지 않았을까... (사기열전에 보면 관중보다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포숙을 더 높게 치더라).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그릇에 맞는 자리에 앉으면 그 능력이 빛을 발하는 법, 포숙아의 천거로 재상이 되자 그는 탁월한 역량으로 제 환공이 춘추오패 중 첫 번째 패자가 되도록 도왔을 뿐만 아니라, 백성들을 굶주리지 않게 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여 중국의 오랜 역사를 통해서도 손에 꼽히는 최고의 정치가요 사상가로 자리 잡는다.

 

이번 연휴 동안 <관자경제학>을 읽었다. 저자 신동준 선생 특유의 정치경제적 감각과 나랏일을 근심하고 염려하는 마음이 잘 녹아있는 책이었다. 관중은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가운데 유일하게 상업의 중요성을 역설한 인물로 통한다. 신 선생은 서문에서 <관자>를 사상 최초의 정치경제학 텍스트로 간주하고 있는데,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경제학을 포함해 애덤 스미스와 케인즈 및 밀턴 프리드먼의 자유주의 이론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시장원리를 꿰어 차고 있었다는 건데, 그래서 그를 제자백가의 일원인 상가商家 사상의 효시로 보고 있네. 신 선생은 "거시사의 관점에서 볼 때 관자경제학은 20세기 경제사상사의 최대 쟁점이었던 시장경제와 계획경제의 선택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게 바로 오늘날 중국이 시행하고 있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이다(23쪽)."라고 말한다. 또한 자본주의 하에서만 시장경제가 가능하다는 서구 경제학의 철칙을 깨고 중국은 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천하를 움켜쥐고자 하는데, 그 근저가 관자경제학의 요체를 꿴 덕분이라 한다.

 

이 책을 요약하기엔 나의 능력이 딸리니 그건 제쳐두고... 관중이 부국강병 방안으로 제시하는 인상적인 내용을 소개하면, 부민富民 → 부국富國 → 강병强兵 → 승적勝敵 → 정천하正天下 → 문화대국 건설의 도식이 그것이다. 관자사상을 관통하는 최고의 이념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필선부민必先富民'이란다. 무릇 치국의 도는 반드시 백성을 부유롭게 만드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의 요체는 '균부均富'라고 하겠다. 신 선생은 이 균부의 기본이념과 사상이 반영된 체제가 바로 '사회주의 시장경제'라고 해석하고 있네. 그렇다하여 관자경제학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대립하는 것은 아니란다. 다만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자를 솎아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을 뿐이라는데... 어쨌거나  관자사상의 궁극적 목표는 경세제민經世濟民과 부국강병富國强兵 즉, 부민부국의 건설(治民有器)을 통해 강병강국(爲兵有數)을 완성한 후 천하 패권을 장악(勝敵有理)하고, 예의염치를 아는 문화대국으로 나아가자는(正天下有分) 건데... 정말로 현 시진핑의 중국이 추진하는 중국의 꿈(中國夢)과 상당히 맞닿아 있음을 절로 느끼게 한다.

 

신 선생은 21세기에 들어와 G2로 우뚝 일어선 '신 중화제국'을 이해하는 핵심으로 <관학>을 꼽고 있다. 그러고 보니 서문에서 2013년 시진핑 체제가 등장한 이래 자금성 수뇌부와 기업 CEO 내에서는 공자의 '공학孔學'보다 관자의 '관학管學'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고 지적하였다. <관자>는 단순히 치국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평천하의 방략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 중화질서'의 구축과 세계시장의 석권을 염두에 두고 '관학'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라는데, 중국이 '시진핑 개혁'을 통해 소비 중심 성장을 내걸고 쾌속항진을 지속하는 이유란다. 중국이 궁극적으로 이르고자 하는 목적지가 말할 것도 없이 G1임을 생각해 볼 때 G1 미국과 G2 중국의 힘겨루기는 한층 격화될 전망이고, 그 한 복판에 우리가 있는 것이다. 최근 이슈화된 TPP나 RCEP 가입문제나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문제에서 느끼는 것처럼 '새우 등' 터지지 않으려면 지피지기의 차원에서라도 우리의 각 분야 지도층 모두가 '관학'을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조 아니할 수 없더라... 이런 시기에 우리가 지향할 목표는 뭘까? 당연히 '팍스 시니카'의 흐름에 적극 편승한 '팍스 코레아나'라고 하네...

 

아무튼 확실히 읽어볼만한 지적인 책임은 분명하나 평점으로 별 다섯을 주기엔 조금 꺼려진다. 아주 즐겁고 흥미로운 독서시간이었지만 신 선생의 진단과 주장하는 바를 그대로 수용하기엔 현 시점의 상황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거다(아마도 신자유주의자라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많을걸). 그리고 우국憂國의 마음은 잘 알겠지만 같은 주장들을 반복하여 강조하는 것도 좀 거슬리더라. 이런 것보다도 책의 많은 부분이 신 선생의 다른 저서에서 읽은 느낌이 계속 들더라.(그러고 보니 신 선생 저서, 좀 많이 읽었다). 그래서 별 4.5 정도를 주었으면 하는데 알라딘에는 이게 안 된다. 고민하다가 그냥 별 넷으로 결정하고 만다. 어쨌거나 경세제민 부국강병... 이거 우리나라에게 절실히 필요한 현재어가 아니겠는가. 차고술금借古述今이라고 했지. 고전을 통해 오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고전과 현대 경영경제의 접목에 관심 있는 경제인은 필독해볼만한 책이라 권하면서 독후기를 마무리 하고자 한다...

 

<기타 생각> -------------------------------------------------------------------------
균부에 대한 단상
여타 제자백가 모두 근검절약을 통한 소비억제를 역설한 것과 다르게 <관자>만이 사치품을 포함한 소비촉진을 통해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 방안을 제시하는데, 이 시대에 이런 사고를 하시다니... 시대를 앞선 발상이 아니겠는가.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위정자의 자기 절제와 절검·절용을 주장하면서도, '균부'에 초점을 맞춰 부유한 상공인과 토호의 사치를 적극 권장하는 등 왕성한 소비를 역설하고 있다. 그 이유로 3가지를 꼽고 있는데 첫째,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부자의 소비를 촉진시켜 민생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둘째,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부자는 사치품을 비롯한 각종 재화를 열심히 소비하고 빈자는 이를 위한 생산에 종사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으며 셋째, 농업증산을 위한 자금 조달 방안으로 소비 확대와 유통촉진만큼 좋은 게 없다는 거다. 관중은 이렇게 늘 '균부'이념을 염두에 두고 재정정책을 시행하였다고 하며, 이 부분이 관자를 읽을 때 주의할 대목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정말 소비촉진을 통한 내수활성화를 주장하는 오늘 날의 경제처방과 하등 다른 것이 없다. 물론 이래서 관중을 상가의 효시로 보는 거겠지만 정말 대단하다. 이는 67쪽, 80~81쪽과 116~117쪽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유태인 금융자본의 행각
신 선생은 재화와 이익을 유출시키지 마라는 '재리지모財利之謨'편에서 쑹홍빙의 <화폐전쟁>을 빌어 한국을 한없는 나락으로 밀어넣은 IMF환란을 포함해 21세기 월스트리트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유태인 금융자본이 저지른 폭리행각 을 언급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빚어진 '키코'사태로 수출중소기업에 최대 피해를 입힌 장본인도 유태인 금융자본인 한국시티은행이라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이런 '베니스의 상인'이 칼질하는 고리대금 먹잇감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상인에 휘둘리지 마라'는 자주지모自主之謨가 기억에 남네... '제2장 「구부九府」-9의 66모'는 참으로 읽고 가슴에 담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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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0-1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글은 나무위키를 보는 것 같습니다. 저도 나무위키 방식처럼 괄호 문장에 밑줄 긋는 형식을 써보려고 생각한 적 있었어요. 그런데 글자에 색깔 넣고 밑줄 긋기 설정하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접었습니다.


표맥(漂麥) 2015-10-13 21:58   좋아요 0 | URL
얼마전부터 취소선 드립을 하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해 봤습니다.^^
초보라 완전한(?) 드립질은 아니지만, 앞으로 좀 더 솜씨 좋은 취소선 드립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스스로에게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