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좋아, 달라도 좋아! - 선현경, 이우일, 그리고 딸 이은서의 유쾌한 한지붕 생활 고백
선현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통영으로 떠나는 주말, 결혼식때문이긴 했지만 2시간 가까운 거리를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동안 읽기에 이 책만큼 가벼운 듯 진지한 책이 없었던 듯 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고민이나 만화로 그린 재미있는 사생활 이야기를 통해 중간 중간 풋!하고 웃을 수 있는 여유도 안겨준다. 무엇보다 여자아이를 키우는 소소한 일상을 통해 아이와 함께 커가는 엄마의 성장이 많은 이야기를 시사한다. 교육이나 육아에 대해 방관하는 자세를 보이는 듯해도 확고한 교육철학이 있음을 보여주고 부모의 자유로운 일상과 강요하지 않은 공부는 아이에게 좀 더 창의적인 생각을 북돋워주고 있었다.

한때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파맘과 베타맘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었었다. 그 다큐멘터리를 보며 각각 장단점은 있겠지만 내가 만약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알파맘보다는 베타맘이 되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알파맘보다는 베타맘에 가까워보인다. 무책임한 방관이라기보다 아이 스스로 깨우치는동안 엄마는 그저 옆에서 조언을 해주며 든든한 조력자 역활을 해주는 것이다.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가장 큰 교육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엄마의 모습은 때론 철없어보이고 친구처럼 든든해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독립성이나 자주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베타맘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저자의 일상을 통해 희망을 갖는다.

알파맘(alpha mom)
아이의 재능을 발굴해서 탄탄한 정보력으로 체계적인 학습을 시키는 유형의 엄마를 말한다. 즉, 이들은 아이의 미래를 하나부터 열까지 정해놓고 그에 맞춰 교육을 시킨다. 그러나 이는 아이에게 부모의 결정을 무조건 따르게끔 한다는 점에서 아이의 독립심이나 자립심을 상실케 하고 의존적인 존재로 성장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베타맘 [ beta mom ]
자녀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옆에서 조언해주는 유형의 엄마다. 이들은 아이의 행복과 주도성, 독립성, 자립성 등을 중요시하며 자녀가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게끔 옆에서 도움을 줄 뿐, 부모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네이버 지식사전

또한 저자가 보여주는 가족의 일상도 흥미롭다. 만화가 부부의 모습은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패턴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기에 아침에 일어나 아이를 학교에 바래다주는 일조차 버거워하고, 아이와 함께 게임기를 하며 게임속 가상세계에서 만나 정답이 없는 세상에 열광하며 함께 즐기기도 한다. 텔레비전이 없기 때문에 서로 얼굴 마주보며 대화하거나 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부모 자식간에 허물이 없으니 게임을 하더라도 지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철부지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안에 엄마와 아빠의 역활이 이래야 한다는 규정이 없으니 책 속에 등장하는 저자의 가족은 상하관계가 없고 모두 수평적이다. 그래서 하루 하루 즐겁지 않은 날이 없는 듯하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거부감이 없고 시선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 당당하며 행복해보인다.


이런 가족에게 사회가, 그리고 학교가 내주는 숙제는 넌센스다. 부모가 바라는 아이의 장래희망이란 과제를 풀며 사회가 정의하는 직업군이 아닌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이라든지 너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만화속 장난스런 그들의 대화는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학교교육의 틀아래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생각을 가진 나같은 사람에게도 이 가족의 대화는 신선함 그 이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깨우치고 필요성을 찾게 될 때 비로소 강요하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공부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는 값진 교훈이 된다. 부모란 무릇 아이에 대해 조급함을 가져선 안된다는 것이다. 넘어질 때 손을 잡아 일으켜주는 것이 아니라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바로 부모의 역활이 되야한다는 것을 새삼 마음에 새겨본다.


공부를 하기 전에 먼저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하는지를 정확하고 확실하게 알고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 감히 내 딸에게 무작정 공부를 시킬 수가 없다.
먼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스스로 원하는 삶을 생각할 수 있는 아이라면 그 삶을 위해 치를 희생이 즐거울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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