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마게 푸딩 - 과거에서 온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아라키 켄 지음, 오유리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대충 줄거리만 보고도 내가 기대한만큼의 훈훈함과 재미를 준 책이었다. 실로 단숨에 읽어내린 책이 오랜만이라 더 좋았던 것이지만, 이렇게 추운 겨울 따뜻한 이불속에서 읽기에 적당히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 좋은 책이다. 180년이란 시간을 거슬로 올라 에도시대에서 21세기 도쿄에 불시착한 사무라이의 캐릭터는 특유의 진지함과 사무라이정신으로 신선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전혀 낯선 시공간으로 떨어져버린 주인공 사무라이 기지마 야스베의 행동과 말은 우리가 잊고 지낸 기본 예절과 인간존중의 가치를 일깨우고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1826년에서 우연히 2006년의 도쿄 스가모에 떨어진 사무라이 기지마는 이혼해서 혼자 네살배기 도모야를 키우고 있는 히로코와 만나게 된다. 머리모양과 옷차림을 보고 의심하던 히로코는 갈 곳 없는 기지마를 자기 집으로 데려와 그의 사정을 듣게 된다. 흔들림없는 말투와 절도있는 동작을 보며 에도시대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되고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그러나 혼자 아이를 키우며 버거워하던 히로코에게 기지마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며 가사와 살림을 비롯한 육아문제까지 해결해준다. 그러던 중 요리와 디저트만들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주변이웃의 신청으로 우연히 요리프로에 나가게 된 기지마가 일등을 하게 되고 일약 스타가 되버린 그와 히로코의 사이는 멀어져간다. 기지마가 집안일을 도와주며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던 히로코는 그의 빈자리를 의식하게 되고 그를 찾아가지만 그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기지마가 180년이란 시간을 거슬러 왔지만 시대착오적이라 치부했던 중요한 가치들을 역설하며 사람들에게 더없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맛있는 케이크와 과자, 푸딩을 만들며 냉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사무라이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천재적인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는 실로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지녔지만 뜻하지 않은 반전으로 새로운 결말을 향해 간다. 이 책은 이미 작년 8월 일본에서 영화로도 개봉됐다고 한다. 책을 보고나니 영화도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찾아보았다. 예고편만으로도 훈훈하고 감동적인 분위기가 그려진다. 영화화된 후 <촌마게푸딩2>도 출간됐다는데 우리나라에서 출간될 날도 손꼽아 기다려진다.

촌마게는 사무라이 특유의 머리모양을 의미한다. 그가 만든 푸딩이라니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요즘 유독 많이 늘고 있는 싱글맘의 가사와 육아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살벌한 뉴스와 가벼운 가쉽거리가 판을 치는 세상, 사무라이가 바라본 현대 우리의 모습을 좀 더 신랄하게 들여다보고 비판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하지만 책 속에서 그가 사람들에게 호통을 치고 방송에서 촌철살인으로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모습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높이 평가해야할 것 같다.

황당무계하게 들릴 지 몰라도 히로코가 그랬듯, 그의 말은 현대인이 잊고 살던 것을 깨치는 죽비 같은 힘을 지녔다. 야스베는 그런 말을 강요하지 않고 툭툭 내뱉는, 어느 모로 보나 시대착오적인 남자였고, 그의 손으로 만든 케이크는 맛본 이들을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작품이었다.    -p.18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