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말고 당당하게 - 하종강이 만난 여인들 우리 시대 우리 삶 1
하종강 지음, 장차현실 그림 / 이숲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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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라는 단어는 얼핏 진보성향이나 사회주의의 냄새가 풍긴다. 혹은, 고된 육체노동자의 이미지도 떠오른다. 우리는 분명 먹고 살기 위해서 몸이나 머리를 쓰며 일을 하는 노동자임에도 단어에서 주는 인상은 부정적이고 어둡기까지 하다. 이 땅 위에 학생이나 아기가 아니고서는 모두가 신성한 노동자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부당해고, 저임금과 능력과소평가등 분명 예전에 비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성들의 근무조건은 열악하다. 저자는 이렇듯 남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약자의 편에 놓인 여성노동자들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되돌아보게 한다.


나 역시 여성노동자이기 때문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부당해고 되고 이유없이 좌천되어 사무직에서 청소직으로 몰리거나, 사측에 불공정한 부분을 항의하여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게 끌려가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이야기는 나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바라는 건 급여인상이나 근무시간의 개선도 아닌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대해 인정받고 그 위치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아주 작은 바램이었는데 그조차 무시당하고 짓밟혔다는 사실이다. 근로자에게 적용되야할 근로기준법을 사회적 강자로서 철저하게 악용하는 고용주들의 태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에 한숨짓게 만들었다.  


'노동조합'이라는 중요한 단어가 자기 인생과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하며 자란 청소년들...... 자기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회사에서 인간답게 일하며 살아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노동조합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신세대 노동자들... 따지고 보면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이 땅의 교육과 언론을 좌지우지하는 자본과 권력의 잘못이다.   -p.113


그렇지만 노동자에게 희망이 되는 것은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와 노동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의 활동은 2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제 역활을 꾸준히 실천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사측에서 노동조합에 보내는 시선은 늘 따갑다. 근로자들이 단결하여 파업이라도 하는 날에는 팽팽한 신경전과 까다로운 조건으로 협상을 몇 번이나 번복하기도 하고 경찰까지 동원하여 몸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과연 노조측이 제시하는 협상안이 그렇게 비합리적인지, 언론까지 들고나는 가진자의 이기적관점은 그들을 모두 배부른 소리하는 사람으로 비추기까지 한다. 더구나 노동조합안에서 위원장으로 여자가 뽑히자 분개하며 반대하는 남성조합원들의 모습까지 더해지자 여성조합원들이 해내려는 일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됐고, 근로기준법의 생리휴가조항 하나까지도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닌 그들의 노력과 투쟁이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노동조합은 결코 노동자에게만 유익한 집단이기주의적 조직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문제점을 고쳐 더 좋은 사회로 만들어 가는 올바른 수단을 제공한다. 노동조합은 지금까지 200년이 넘는 역사에서 그 역활을 수행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p.61

 

사회는 급변한다. 여성들의 지위도 예전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여성노동자들의 지위는 아직도 불평등하다. 이 책이 말해주고 있다. 지금도 사회 여러 곳에서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고용주의 부당대우와 차별, 냉대에 맞서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변화할 수도 있다는 희망이다. 실로 무거운 주제였지만 저자는 자신이 만난 여성들을 통해 짧고 가벼운 에피소드로 쉽고 재미있게 전달했다. 때론 울음을 삼키고, 때론 큰소리치고 싶기도 했다. 노동운동이 최소한의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한 인간선언이라는, 한 노동자의 선언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눈물과 파업, 그리고 죽음을 떠오르게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내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되새길 수 있게 만들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가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켜져야 할 최저의 기준입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노동자가 이미 인간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그동안 했던 활동은 단지 인간선언일 뿐이었습니다. 우리의 노동운동은 지금 인간선언의 절박한 요구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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