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의 제국 -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이 기록한 우리 시대 음식열전!
황교익 지음 / 따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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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이미 작가의 고집스러움이 풍기는 책이다. 아니나 다를까. 맛컬럼리스트라는 자신의 직업을 백분활용해 음식부터 요리재료 하나에 이르기까지 절대미각의 진실을 들추어낸다. 한식이 주를 이루는데 우리가 그렇게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한식의 진실, 혹은 맛집의 실체에 접근할수록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구나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오로지 자신의 감각을 믿을 수 밖에 없는 맛을 평가하는 사람이니 다분히 주관적인 의견이 섞이지 않을 수 없겠지만 처음엔 너무 편파적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는 당당히 밝힌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횡행하는 제국주의자들의 입맛에 반기를 드는 나만의 미각의 제국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선언하며 운을 뗀다. 처음엔 그저 즐기는 미식가가 되었다가 맛전문가가 되고 나서 그가 맛본 국적불명의 한식과 재료본연의 맛을 살리지 못하는 조리법, 기본을 무시한 요리에 그는 분명 분노한 것 같았다. 특히 화학조미료편 드러나는 그의 분노는 차라리 체념에 가깝다. 오랫동안 맛보며 커온 엄마의 맛이 이 화학조미료의 실력이었으니 그 입맛을 바꾸기가 쉽지 않음은 두말해 무엇하리. 짜고 맵고 달고, 유난히 자극적인 음식에 강하게 반응하는 민족이다보니 그들의 입맛을 휘어잡으려면 점점 더 자극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화학조미료는 그 자체로 맛이 있는 것이 아니다. 식재료들 제 각각의 맛을 뭉그러뜨리는 역활을 하는데, 툭툭 튀어나오는 맛들의 중간에 서서 조절을 한다. 이것저것 양념을 넣었는데 맛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고민일 때 화학조미료 한 숟가락이면 모두 해결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따라서 짜고 매운맛을 음식의 중심에 두고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내는 한국 음식에 화학조미료는 '맛의 조절자'로 항상 유용(?_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 음식에서 화학조미료를 버리자면 짜고 맵고 강한 양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심심하고 순하게 먹으면 화학조미료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p.39

 

그가 아쉬워하는 건 바로 그 부분이다. 혀와 뇌를 마비시킬 정도의 자극적 식감때문에 재대로 된 음식을 맛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진실을 파헤치기로 한 결심이 된 듯하다. 그리고 그런 음식을 만드는 사이비들에게 일갈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이비요리사만 난무하는 세상은 아니지만 기본도 모르는 사이비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저 유행을 쫓아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어울리지 않는 재료들을 섞고, 재료 본연의 맛을 감추어 먹는 사람들의 미각을 속이는 얄팍한 상술에 당하지 않으려면 제대로 만든 음식을 먹고 미각을 벼르는 일 밖에 없을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장에서 주정으로 만든 양조식초로 만족한다.
유명 한식 요리사는 저만의 천연식초 하나 없이 '2배 식초'를 쓰면서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막회로 큰 손님을 모으고 있는 식당에서는 막걸리식초가 있는 줄도 모른다.
기본이 없으면 사이비일 뿐이다.    -p.25

 

책을 읽는 내내 사실 참 많이 웃고 즐거워했다. 그러나 그 웃음의 뒷맛은 씁쓸했다. 왜냐, 그가 말하는 사실이 그저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끝없는 상술과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맛의 속임에 내가 맛있다고 먹은 음식들까지 모조리 의심스러워졌으니 참 불편한 책이었다. 그러나 그가 강조한 기본에 충실한 요리들을 먹기 위해선 그만큼의 많은 음식들을 맛보아야할 것이다. 꼭 한식에만 국한되지 않고 음식의 재료가 되는 모든 것들, 우리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국적불명의 음식들까지도 기본을 지켰을 때 가장 맛있는 요리가 된다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 요리의 기본은 아는게 병이 아니라 아는게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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