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몸값 2 오늘의 일본문학 9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권의 마지막을 덮으며 품었던 반란의 희망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어쩌면 당연한 결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 역시 시마자키의 현실에 드리워진 장막에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도발적으로 시작한 개인의 반역도 결국 현실을 일깨우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불보듯 뻔한 인질극이었지만 통쾌하게 반전시켜줄거란 기대를 저버린 작가에 대한 배신감이 무엇보다 컸다. 시작자체가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당시 시대배경은 1960년대 휴대폰과 무전기의 보급이 활발하지 않았고 이동수단도 턱없이 부족한 시절이었지만, 공안부와 형사부의 정보력과 동물적 본능은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드라마틱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흥미로웠던건 국가적 위기에도 공안부와 형사부는 절대 협력하지 않는다는 부분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나 일본드라마에서도 엿볼 수 있는 검사와 형사들간의 보이지 않는 팽팽한 신경전과 구조적 모순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2권에서는 도쿄올림픽이 가까워옴에 따라 시마자키와 형사 오오마치의 1:1대결구도로 좁혀지며 더욱 긴박하게 진행되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희생자를 짓밟고 이루는 번영이라면 그건 지배층만을 위한 문명이에요."    -P.65

 
하지만 책을 덮은 후 한참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책의 결말에 대한 씁쓸함이 오래 남았다. 분명 도쿄올림픽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아무리 소설이라도 역사적 사실을 뒤엎을 자신은 없었던 것일까. 그만큼 마음 한 켠으로는 시마자키의 계획이 실행되길 바라는 간절함이 더 컸다. 국가란 이기적인 권력에 맞서는 개인의 무력함을 이런 식으로 드러내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권에서는 완벽한 노동자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시마자키의 모습을 통해 가난한 노동계급을 비호하는 그의 신념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쿄올림픽이 그저 보여주기 위한 급조된 번영을 바탕으로 거행되려 하기 때문이에요. 이 나라의 프롤레타리아는 완전히 짓밟혀 마치 발판처럼 취급되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그대로에요. 이걸 용서한다면 국가는 점점 더 자본가를 우대하겠지요. 누군가가 반기를 들지 않으면 민중은 앞으로도 계속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살아야 합니다. "    -P.206


거대한 사회그늘에 개인이 얼마나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인가라는 폐배감이 엄습해왔고, 그러자 그의 계획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가 더 확연해졌다. 고지식한 이론을 들먹이며 끝이 뻔히 보이는 인질극을 계획했다고 그를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자본과 권력에 맞서 지배층을 뒤흔들 위협을 했다는 통쾌함만으로도 작은 위안은 되었으니 시도자체를 손가락질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쿠다 히데오의 이런 유쾌한 발상에 모처럼 가슴두근거릴 수 있었고 진지하게 고민할 수도 있었다. 분명 맞는 말이었고 누군가 해주길 바랐기 때문에 그가 보여준 행동을 통해 대리만족했지만, 당사자인 그가 불행해지는 모습은 안타깝고 씁쓸해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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