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하는 식물 - 세상을 보는 식물의 시선
마이클 폴란 지음, 이경식 옮김 / 황소자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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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에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식물의 시선'이라는 말이 있다. 땅에 뿌리박혀 있어 사람이나 벌의 손길을 기다리는 매우 수동적인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 식물이 역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라... 꽤 독특한 발상에서 시작한 책이었다. 사과와 튤립, 대마초와 감자의 네가지 식물로 대변되는 인간의 네가지 욕망, 즉 달콤함, 아름다움, 황홀함, 지배력의 관점으로 바라본 식물의 진화론적 선택은 그들을 길들였다고 생각한 인간의 주체적 오만함을 비웃는 듯 했다. 실은 네가지 식물이 종의 번식을 위해 인간의 욕망을 도구로 이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작가의 지적은 자연 속에 인간은 아주 미약한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도 일깨웠다.


이 책에서 다루는 네 가지 식물들은 소위 인간에게 '길들여진 식물 종'들이다. 길을 들였다는 표현은 우리 인간이 일방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길들인다고 할 때 우리는 자동적으로 인간의 일방적인 주도권을 떠올리지만, 이 과정이 실은 어떤 동물이나 식물이 자기 목적을 달성하려고 교묘하게 선택한 진화의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다.    -p.21 
 

네가지 식물이 인간과 밀접한 관련을 맺게된 역사적 사건과 장소를 추적하고 저자 자신의 정원에 식물들을 키우기도 하면서 그 식물에 직접적으로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야생의 식물들을 우리가 먹기 좋게, 보기 좋게 길들이고 지배했다고 생각한 발상을 뒤엎고 실제 식물들이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우리 인간세상을 지배해온 것일 수 있다는 작가의 논리와 근거는 정말 집요할만큼 세세하다. 미개척지에 사과씨를 뿌리고 사과나무를 심어 이주민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든 조니 애플시드의 일화, 사람들의 심미안을 자극해 천정부지로 자신의 몸값을 높인 네덜란드의 튤립열풍, 금지와 금기를 넘나드는 대마초 재배, 유전자 조작으로 병충해의 접근도 못하게 했던 몬산토사의 지적재산인 감자 '뉴 리프'에 얽힌 이야기들은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주체적인 입장의 식물을 보여준다. 
 

식물의 진화는 이제 서로 다른 종 사이의 매력과 유혹이라는 새로운 동기에 따라 진행되었다. 이제 자연선택은 가루받이 매개체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꽃이나 먹이 사냥꾼이 좋아하는 열매를 가진 식물의 편을 편들었다. 자기 종이 아닌 다른 종의 생물체가 가지고 있는 욕망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식물의 진화에서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다른 종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잘 충족시키는 식물이 살아남고 번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아름다움은 생사를 결정하는, 나아가 한 종의 번성과 멸종을 결정하는 핵심 전략의 문제로 떠올랐다.   -p.188


무엇보다 신화 속 인물인 디오니소스와 아폴론의 관점으로 인간의 욕망을 해석한 것이 흥미로웠고, 다윈의 진화이론과 유전자공학으로 분석한 식물들의 생태도 읽을수록 빠져들었다. 이 책 속에 등장한 식물들은 더이상 수동적인 객체로서 인간에게 길들여진 식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간의 욕망을 자극해 자신의 생존을 보장받았고 왕성하게 번식했으며 다양하게 진화해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파고들었다. 자연선택이 아닌 인위선택으로 인간의 밭에서 살아남았고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쉽게 인정할 수 없었던 역발상의 논리를 쉽고 재미있는 설명과 경험을 토대로 한 예시, 설득력있게 다가온 역사속 이야기와 실제인물의 자취는 지루할틈없이 빠르게 전개되어 읽는 맛을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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