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일라잇 - 나의 뱀파이어 연인 트와일라잇 1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변용란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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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그다지 관심없는 소재의 이야기였는데 읽는 내내 호기심과 순정을 동시에 자극하는 심리묘사와 전개때문에 손에서 쉽게 놓을 수가 없었다.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이야기라니 좀 뻔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두껍게 표지를 할애할정도로 할 얘기가 많은건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중반이후 책 속으로 들어갈만큼 홀딱 빠져있는 나는 이미 이사벨라 스완이 된 것 같은 기분에 들떠 있었던 것 같다.  고혹적인 에드워드의 눈빛에 벨라처럼 심장이 뛰고 얼굴이 빨개지는 경험을 수차례나 했으니 말이다.
 

엄마의 재혼으로 아빠 찰리가 있는 어둡고 음침한 포크스로 전학을 오게 된 17살 스완은 전학 첫날 묘한 분위기를 가진 5명의 아이들을 만난다. 그 중 가장 잘생긴(그를 표현하는데 작가도 이 단어에서 한계를 느낀 것 같다) 에드워드 컬렌에게 묘하게 끌리는 벨라. 그 둘은 운명적인 순간을 맞딱뜨리지만 두근거리는 벨라와 달리 에드워드는 그녀를 분노에 가까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멀리하려 한다. 다음 날 벨라는 그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고 자신을 피한다는 걸 분명하게 느낀다. 그의 빈자리때문에 자책하면서도 말 한마디 건네지 않은 그가 자신을 멀리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에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던 어느 날 학교 주차장에서 벨라에게 대형사고가 날 뻔한다. 분명 자신과 멀리 떨어져있다고 느꼈던 에드워드가 벨라를 위험으로부터 상처하나없이 구해준다. 그 일을 계기로 조금씩 말문을 트며 가까워지는 두 사람. 벨라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에드워드때문에 더욱 초조해지고 어느날 그에 관한 충격적인 얘기를 듣게 된다. 그러나 벨라는 그를 알아갈수록 더욱 그를 사랑하게 되는데...

 

에드워드는 작가의 구구절절한 수식어가 부족할 정도로 조각같은 미남이다. 지상에 없는 미모라고 칭하며 그에 반하게 되는 벨라의 심정을 묘사하는데 이쯤되니 나는 순정만화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인간으로서 사랑하면 안되지만 거역할 수 없는 그의 마력에 이끌려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에 허우적대고 있는 벨라가 여지없는 순정만화의 가련한 여주인공쯤으로 여겨졌다.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니 오히려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다가오며 나를 순정만화의 판타지로 이끌었던 것 같다. 남자들이 나쁜 여자(팜므파탈)에게 빠지 듯 순정만화에서도 빠질 수 없는 나쁜 남자들이 등장하니, 그는 모든 여자들이 한번씩 꿈꾸는 로망의 주체가 되었다. 소녀취향을 이토록 제대로 간파하는 작가이니 에드워드의 존재는 가히 매혹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그가 뱀파이어라하더라도. 그 사랑이 가능하게 하는 것 역시 사춘기의 감수성 풍부하고 예민한 소녀였다. 책을 덮고 보니 벨라가 17살이 아닌 30대의 나였다면 전혀 불가능했을 거라며 웃음이 나왔다. 그만큼 사춘기 소녀의 감성이란 것이 현실적인 두려움(에드워드가 언제 목덜미를 물지 모른다는)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무모하니 말이다.

 

순정만화 다음으로 생각난 것이 몇 년 전에 종영한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였다. 매우 즐겨봤던 프로이니 당연히 떠올랐는데 특히 정려원(뱀파이어)이 다니엘 헤니(인간)를 만나며 사랑에 빠지는 에피소드가 자꾸 맴돌았다.그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처지때문에 간곡히 만류하는 가족들, 친구들로 인해 갈등하다 끝내 헤어지는데 그 때 그녀의 눈물이 생각났다. 그 에피소드를 보며 그녀가 내뱉았던 대사들이 당시에는 뜬구름잡는 것처럼 뜨악했는데 이 책을 읽는동안 그 둘이 얼마나 진지했는지 새삼 감탄하게 됐다. 에드워드와 벨라 둘에겐 첫사랑이었으니 열망의 감정들은 분출구를 찾지 못하는 화산을 연상케했다. 그리고 뱀파이어기때문에 사랑과 욕망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뇌하는 에드워드의 모습은 무엇보다 소설에 활력을 불어넣고 수많은 여성독자들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를 통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뱀파이어의 선입견을 수정하며 선한 뱀파이어상을 제시한 작가의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이야기이다.

 

이미 영화로 제작되어 개봉까지 되었지만 미스캐스팅때문에 말이 많아서 시각적 호기심은 억눌러야했다. 소설의 상상을  뛰어넘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는 평같다. 또한 후속편까지 이미 두 편이나 나와있다니 다 찾아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트와일라잇의 결말이 뻔하게 끝나지 않아 여운을 남기고 있으니 후속은 예정되어 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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