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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살라 인디아 - 현직 외교관의 생생한 인도 보고서
김승호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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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인도의 향신료에서 나온 말이다. 지역에 따라 그 성분과 맛이 다르기는 하지만 맛살라는 계피, 고수풀, 회향, 건고추, 심황뿌리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배합해서 인도 향신료 특유의 맛을 낸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맛살라는 단순한 향신료의 의미를 넘어 인도문화를 대표하는 용어가 되고 있다.

  위의 글은 책의 제목인 맛살라에 대한 설명이다. 제목이 제목이니만큼 이 책은 맛살라스럽다고 할 수 있다. 맛살라가 ‘여러 재료’가 배합된 향신료인 것처럼, 이 책은 인도의 역사, 문화, 경제, 정치 등 인도에 대한 여러 정보들이 담겨 있다. 허나 이 책을 단순하게 맛살라스럽다고 한다면, 그것은 인도인에 대한 모독일 것이다. 분명 인도에 대한 여러 정보들이 들어 있지만 그것들이 한 책안에 조화를 이뤄내지 못한다.

  인도의 역사, 문화, 경제, 정치 등을 언급하지만, 그 수준은 겉핥기에서 멈춘다. 그러니까 철저히 외부인의 시선에서 멈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겉핥기는 장점이 될 수 있고 단점이 될 수 있다. 인도 여행시 동반자에게 인도에 대해 한껏 아는 '척'을 하고 싶은 이에게는 딱 적당한 수준이다. 아예 가볍지도 않고 아예 깊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장점이다. 단점은, 애매한 위치에서 파고들기를 멈추기 때문에 인도에 대해 '안다'고 내뱉을 수 있을 정도에는 택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책의 정보 수준은 철저히 칼람 수준에서 그친다. 그러나 이 장점이 될 수도 있었을 겉핥기를 아예 희석시키는 것이 있으니 편집이다.

  앞서 말했듯 인도에 대해 여러 부문을 언급하지만, 유기성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어 산만함을 한껏 품게 되었다. 개판 편집으로 인해 품은 산만함은 친절하게도 동어반복을 동반하여 다가왔다. 책은 주입식 교육의 왕국답게 같은 내용을 담은 (간혹 완전 동일한!)문장을 몇 차례씩 등장시키니, 머릿속에 지우개가 없는 똑똑한 분들은 짜증 좀 날만하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난 조금 짜증났다. 편집으로 인해, 풍류를 즐기며 만든 맛살라 정도는 될 뻔한 책이 순식간에 인공 조미료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안구에 습기를 머금게 하는 편집만으론 부족했는지 또 다른 거대한 단점이 있다. 바로 책 속에 등장하는 한국이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의 한국이 어떤 감흥을 일으키는지 간략히 설명하자면, ‘아놔... 쟤 창피해’정도라고 할 수 있다. 애국주의가 철철 넘치다 못해 읽다보면, 7,80년대 한국 영화의 대사를 내뱉고 싶어진다. “우리의 빛나는 조국의 용사들은 아찔하다 못해 위험천만하고 척박한 인도의 땅에서 불굴의 투지를 발산하며 빛나는 조국의 빛을 더욱 빛나게 하기위해 오늘도 피땀을 흘려가며... ” 뭐 이렇다고 할 수 있다. 인도의 현재 환경이나 문화 수준 등을 한껏 언급한 뒤 등장하는 한국은, 앞의 내용을 이렇게 어려운 곳에서도 적응하는 한국인과 기업은 위대하다는 것으로 만들어 벌이니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책의 후반부에 가면 한국의 위대하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광경을 볼 수 있고, 반공 정신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요약하면 맛살라로 김치를 담그려했다고 할 수 있다.

  넘치는 조국애, 인도 성장의 원인은 '능숙한 영어' 실력 같은 단순한 분석, 개판 편집,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칼럼 수준의 인도 가이드가 조합된 인공 맛살라로 담근 김치를 맛보고 싶은 분은 어서 이 책을 집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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