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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 - 최신 연구로 확인하는 인간광우병의 실체와 운명
유수민 지음 / 지안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올해 초 톰의 친구인 제리스러운 별칭으로 호명되고 있는 대통령께서 한미fta를 성공시키려는 목적으로 미국 소에 대한 개방을 실행하셨다. 졸속 협상으로, 광우병에 대한 리스크를 너그럽게 떠안는 협상이었기에 국민들은 광분했고 거리로 나가 촛불공장들의 수익을 마구 올려 주었다. 그때부터 ‘소’, ‘광우병’등은 정치적 사안을 끌고 올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하사받게 되었다. 그 단어들을, 순수하게 생물학적이든 수의학적이든, 종목 자체에만 집중하더라도 그 결과물들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사안과 맞물리게 된 것이다. 그 단어들이 그러한 운명을 부여받고 반년이 지났다. 거리의 사람들은 ‘촛불공장들 도움 주기’에 관심이 없어졌고, 이순신장군님 동상 밑의 어여쁜 산성 또한 사라졌고, 집회도 집중적 대규모에서 분산적 소규모로 변하였다. 그리고 이 시점에 광우병 관련 서적 하나가 출간되었다. 개인적으로 이 시기에 나온 것이 잘되었다고 생각된다. 광우병 파동이 활성화였던 당시 많은 광우병 서적이 나왔지만, 사건의 중심에서 그 책들은 상대편에 대한 반박 도구로 소비되었다. 개인적으로 그 책들 속 광우병을 광우병으로 읽으려 해도 자꾸만 ‘대통령 개자식’으로 읽혔다. 격양된 감정이 많이 가라앉은 지금 광우병에 대해 차분히 다가가 이해한 다음 우리는 파동의 본질로 이동하면 된다. 워낙 과잉의 에너지를 쏟았기에 잠시 휴식기를 가져야 할 지금이 광우병에 대해 정리하가 수월한 시기다. 그런 지금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가 나왔다.




  책의 내용은 광우병 자체에 대한 이야기만 다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발생원인, 감염과정, 경로, 진행되고 있는 실험, 발병 조건, 대책 등을 서술하고 있다. 책 속 광우병이 아닌 다른 곁가지들은 광우병의 이해에 대한 다른 각도의 시선이고, 결국 모든 포인트를 광우병에 맞추려 한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힌 것처럼 정치적인 것에서 떨어져 과학적 사안에만 초점을 맞추려 노력했음이 보이기는 한다. 허나 과연 얼마나 정치적인 것과 멀어졌을까?




  책을 읽고 있으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책의 구성이 두 가지를 해체시키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광우병 파동 당시 과장된 정보이다. 광우병 파동 당시 과장된 정보를 해체하기 위해 책은 중요히 부각된 정보들을 하나하나 짚어서 과학적 근거를 되며 사실을 제시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사실들에는 ‘고열에도 변형CJD가 없어지지 않지만 위험도가 현저히 준다’, ‘산발성CJD 중 변형CJD가 있을 수도 있다. 허나 확실하진 않다’, ‘소의 근육 부위에도 변형 프레이온 단백질이 있긴 하다. 허나 다른 부위에 비해 극소량이다.’, ‘한국인 유전자의 특성인 M/M형의 변형CJD에 대한 위험도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광우병에 저항성이 있다고 보이는 G/L형도 함께 있기에 안전할 수도 있다.’ 등이 있다. 해체하기 위해 노력하는 또 다른 하나는 전염 가능성이다. 책의 1부의 구성은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 프레이온 단백질과, 광우병이 대량으로 발생한 영국의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고, 감염 가능성에 대한 해체는 1부 이후부터 책의 마지막장을 덮을 때까지 함께한다. 1부 이외의 전염 가능성 해체를 위한 2부, 3부, 4부는 결론적으로 수치 놀이다. 광우병 소 섭취로 인한 감염률, 서양과 동양의 감염률, 종 간 장벽으로 인한 감염률, 조리 방법으로 인한 감염률, 개월 수에 따른 감염률, 예방 시스템 유무에 의한 감염률 등 수많은 수치들로 수놓아져 있다. 1부의 식인문화를 지닌 쿠루족의 자극적 사례로 시작해 위험성을 팽창한 책은, 이후 미세한 단위의 감염 확률로 위협적이던 광우병의 위신을 끌어내린다.




  자! 이 해체의 과정과 결과에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어찌되었든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장된 괴담으로 알려진 것들이 근본적으로 사실에 근거하고, 눈 돌아가게 꼬아놓은 수치놀이의 결과 또한 감염 위험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결국, 광우병 사망자의 전부를 차지하는 M/M형 유전자를 보유한 한국인이 광우병 통제국의 30개월 미만 소의 등심을 고열에 구워 먹어도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다. 우리는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CJD, BSE, RNA, TSE, 단백질 유일 가설, 코돈, 리보솜, 안티코돈, 겸상 적혈구 빈혈증, 메치오닌 등의 익숙하지 않은 용어의 숲을 지나 온 것이다. (이렇게 익숙하지 않은 용어의 숲은 다소 위험한데, 집중해 읽지 않는 이상 그 용어들의 숲에서 눈에 익숙한 단어만 끌어안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익숙한 단어들이란 결국 ‘안전하다’, ‘감염률이 내려간다’ 등이다. 그렇기에 이 익숙하지 않은 용어의 숲의 힘든 여정에서 핵심을 잃고, 결국 익숙한 단어들로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에게 ‘감염 가능성이 있다’라는 불변의 진리와 함께 남은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굉장히 적은 확률’의 감염 가능성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광우병 파동 당시 유행한 로또 확률 비교설을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 보자. 감염 확률이 적으니 안심하고 먹으라는 것은, 로또 당첨 확률이 굉장히 적으니 안심하고 사지 말라는 논리와 같다. 어찌 되었든 결과는 어떠한가? 결국 누군가 당첨되어 인생역전을 하게 되고, 결국 누군가 감염되어 인생 역전을 하게 된다. 광우병 같은 경우, 사안 자체가 철저히 인재이기 때문에 굉장히 낮은 확률임에도 걸린 놈, 재수 없는 놈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위에 언급한 해체의 과정 속에 위험하게도, 확률 문제를 성립하기 위해 논리적으로 비약하는 부분들이 몇 개가 있다. 이러한 것들이 위험한 까닭은, 저자가 위험도를 대폭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가정들이기에 중요히 짚어야 할 듯싶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가 큰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첫째, ‘CJD 질환 발병률이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서 더 높은지를 조사해보는 것이 합리적’이라하며, 조사 결과 M/M형이 동양인이 현격히 높음에도 CJD 감염률이 서양과 비슷한 추세임으로 변형 CJD에 대한 감염에 대해 크게 호들갑 떨 것 없다고 한다. 허나 이는 ‘동양인의 M/M형 분포가 서양인에 비해 현격히 높아 위험하다는 것’을 희석시키기 위한 비약이다. 이 전제가 비약인 이유는 동양인이 영국의 사례 같이 광우병 감염 위험도가 높은 조건에 놓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 또한 광우병이 걸린 다량의 소가 주위에 없고, 오염된 육골분 사료가 유통되지 않기에 한국인의 감염률이 낮다고 언급하면서, 서양과 동양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둘째, ‘광우병 소가 없는 나라는 산발성 CJD가 없거나 극소수여야 하고, 소고기를 먹지 않는 나라에서는 산발성 CJD가 없거나 극소수이고, 결국 산발성 CJD가 발병한 나라는 광우병 소가 있고, 전 세계적으로 산발성 CJD가 발병했기에 광우병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만연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이 또한 논리적 비약이다. 이 비약이 등장하기 전 저자는 분명 산발성 CJD가 변형 CJD일 수도 있다는 가정은, 산발성 CJD라고 확진된 사례 중 오진이나 산발성 CJD로 보이지만 원인은 변형 프레이온 단백질에 의한 발병일 수도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위에 언급된 비약은 ‘모든’ 산발성 CJD가 ‘무조건’ 변형 CJD라는 전제하에 도출되는 것이기에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책의 후반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텍스트를 언급하는 장이 있다. 일병 한명을 위해 많은 이의 희생을 감수한다는 영화의 텍스트를 언급하며, 현재 광우병에 대한 조치가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낯 뜨거운 예지만 남한에서는 어떻게 적용되었을까? 저자의 뜻대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텍스트가 적확히 맞아 떨어지기 위해선 외교적 압박 등에도 불구하고 광우병 소의 유입 가능성이 있는 미국산 소를 들여와 감염률을 높이는 것을 반대 했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조국은 많은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반드시 지킨다는 본래의 영화 텍스트에 적합한 것이다. 허나 그 텍스트가 남한에선, 많은 희생을 감수한 것은 국민이고, 지켜낸 것은 ‘설치류’의 명예와 성과다. 그런 상황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끌고 오는 것은 스필버그 얼굴에 ET똥을 던지는 것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오인된 사실을 바로 잡으려 사투를 버리는 것이기에, 나도 흔히들 오해하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고자 한다. 광우병 파동이 일어난 핵심은 ‘개인의 성과를 위해 국민의 생명을 함부로 담보 했다’는 것에 있다. 이것은 이 책의 불변의 진리가 ‘어찌되었든 결국 감염가능성이 있다’와 같은 광우병 파동의 불변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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