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푸른색 잉크로 쓴 여자 글씨
프란츠 베르펠 지음, 윤선아 옮김 / 강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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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배경이 현재와 전혀 다른데도

하나도 이질감이 없고

심리묘사가 아주 탁월하다는!

평범한 계층 출신의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인 해방`에 도달하기에 앞서,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일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법입니다. 제 경우를 예로 들어볼까요. 제가 세상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빨리 그리고 크게 출세할 수 있었던 것은 제게 무슨 탁월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제게 세 가지 음악적 재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람의 허영심을 간파하는 섬세한 귀를 가진데다, 연주자가 정확히 박자를 맞추듯 그때그때의 상황을 재빠르고 빈틈없이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처신할 줄 알았습니다. 이 두 가지 재능 외에도 제게는 한 가지 재능이 더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이 세번째 재능이 가장 결정적인 것 같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 의견을 접어버리고 더할 수 없이 유연하게 남을 흉내 낼 줄 아는 기술입니다. 이건 물론 제가 줏대 없는 나약한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가능했지요. - 66 p.

레오니다스처럼 미지근한 신앙을 가진 남자가 아직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한 가지 깨달음으로 자라났다. 자식이 하나 있다는 것, 이것은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인간은 자식을 갖게 됨으로써 비로소 세상 속으로, 인과라는 무자비한 사슬 속으로 더는 빠져나올 수 없이 얽히게 되는 법이다. 사람은 자식을 갖게 될 때 비로소 책임을 지게 된다. 자식에게 생명만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과 거짓, 아픔과 죄 역시 주는 법이다. 무엇보다도 죄를! - 90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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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7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물선 2016-07-08 08:23   좋아요 1 | URL
네. 한강의 글은 잘 읽히는 글은 아니예요. 그래도 단편으로서의 완결성도 있고, 여성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면이 있어서 좋아해요. 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